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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루이즈 뒤마
독일의 광경(들) 첫 번째 대화 환생의 땅의 좀비들 | 크리스티안 페촐트 생존자 두 번째 대화 부정한 여인 | 크리스티안 페촐트 이행 세 번째 대화 모노폴: 졸링엔 | 크리스티안 페촐트 예술가와 장인 네 번째 대화 중재 회의 | 크리스티안 페촐트 기원에서 다섯 번째 대화 감옥에 갇힌 아이 | 크리스티안 페촐트 결론 | 루이즈 뒤마 옮긴이의 말 연보 필모그래피 찾아보기 |
Christian Petzold
Louise Du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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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 신화적인 것, 비밀스러운 것은 그 지하 밑바닥에 깔려 있다. 영화는 이런 것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 p.66 어느 날 그가 여러 인터뷰를 하는 것을 들었는데, 저와 비슷한 질문을 받더군요. “왜 당신의 주인공은 거의 항상 여성인가요?” 그러자 샤브롤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남자는 살고, 여자는 살아남죠. 영화는 살아남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요.” --- p.82 그들은 시나리오가 순수한 교환가치를 갖는다고 믿었던 거다. 이 믿음은 형편없는 영화를 낳았다. 이 역시, 미국영화란 것이기도 하다. --- p.106 보이지 않는 이 문, 우리가 보지 못한 채 지나치던 쇼핑센터의 영화관, 이 둘은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커다란 문을 열며 시작하는 영화보다, 살짝 비집고 들어갈 만한 작은 틈새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영화를 좋아한다. --- p.139 저는 범죄에 관심이 많아요. 범죄에는 해방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어요. 이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고, 이 마을을 떠나고 싶고……. 하지만 인내하고 싶지 않아서 무언가 죄를 짓게 되죠. 그런데 그걸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요? --- p.148 특히 영화는 죄책감이 작동하는 방식을 관찰하기에 매우 적합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 잘못을 없앨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억누를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이 영화가 관찰하는 활동입니다. --- p.159 우리가 모방하도록 배운 것은 시드니 루멧의 영화가 아니라 규격에 따라 가공된 90분짜리 형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표준화된 극작 법이 일부 동료 학생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건 매우 불안한 일이었어요. --- p.185 우리는 조언이 아니라 따뜻함을 찾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표류의 본질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 p.190 생각해보면 하나의 이야기에는 집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집은 스스로 서 있어야 하고 구석진 곳에도 어떤 요소 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배우들에게는 물리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역사(이야기가 아니라 역사)가 있어야 합니다. --- p.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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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상실을 의식하고
주제로 삼을 때 도약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티안 페촐트는 독일영화사의 계보에서 ‘베를린파’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1980년대 말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면서 독일영화계에는 미국영화를 모방하려는 작품들이 등장한다. 홀로코스트라는 거대한 사건과 그로부터 물려받은 죄의식을 외면하려 했던 일련의 영화들과 달리,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베를린파 시네아스트들은 할리우드 주류영화와는 다른 ‘독일적인’ 주제에 천착한다. 그중에서도 크리스티안 페촐트는 “독일의 주류영화들이 독일을 배경으로 삼는 일을 부끄러워”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의식하는 감독이다. 페촐트에게 “영화는 미래이지만 항상 과거를” 보는 예술로, 과거를 직면하고 폐허로부터 미래를 재구성하는 것은 그의 영화가 수행하는 핵심적인 과제가 된다. 『크리스티안 페촐트』는 페촐트가 독일 남성 시네아스트로서 자신의 기원과 그가 서 있는 자리에 대해 얼마나 깊이 고민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는 독일인이고 1960년대 초에 태어났습니다. 이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거대한 억압의 이야기 속에서 제가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마어마한 잘못, 독일 파시즘이라는 심연이 있었죠. 사람들은 이 잘못된 역사를 억누르려고 했어요. 저는 영화를 통해 그 기원으로 거슬러 가보려고 하죠. _「독일의 광경(들)」에서 망명 이후 표류하는 영화, 색채를 지닌 누아르 국제 영화 팬들에게 잘 알려진 페촐트의 대표작을 비롯해,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텔레비전영화, 드라마 시리즈까지 아울러 페촐트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표류’와 ‘이행’일 것이다. 그의 인물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 중이거나(〈파일럿〉 〈볼프스부르크〉), 망명 중이거나(〈내가 속한 나라〉 〈바바라〉 〈트랜짓〉), 환상 속 장소를 동경하거나(〈쿠바 리브레〉), 너무 잔인한 현실을 부정(〈피닉스〉)”하며 표류한다. 페촐트가 보여주는 표류라는 모티프는 교통사고 직후 모르는 여성의 집에서 머무는 시간을 다룬 최신작 〈미러 넘버 3〉까지 이어진다. 책에서 페촐트는 “우리 모두는 표류하는 것, 표류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선을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동시에 열망한다고 말한다.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표류는 인물이 잊었던 열망을 발견하고 페촐트 영화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등장인물의 몰락을 다룬 이 작품들을 열렬히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러한 인물들은 몰락하는 과정에서 전소되는데 우리는 그 불씨를 통해 우리 자신을 따뜻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조언이 아니라 따뜻함을 찾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표류의 본질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_「기원에서」에서 ‘표류’의 모티프는 페촐트가 독일영화사 안에서 자신을 위치시키는 방식과도 연결된다. 나치 집권 시기 독일을 떠나 할리우드에서 작업을 계속했던 프리츠 랑, 에드가 울머 등의 독일계 영화감독들은 “망명의 경험이 깊게 밴”, 강한 대비의 흑백 명암이 특징적인 영화 장르 필름누아르를 창안한다. 페촐트는 그러한 계보를 잇는 자신의 영화를 “색채를 지닌 누아르”로 명명한다. 이 책에는 망명과 이행, 표류와 상실을 관찰하는 영화로 미래를 쇄신하려는 감독의 생생한 열망이 가득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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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페촐트의 영화는 꿈과 닮아 있다. 생생하면서도 낯선 영화 속 이야기는 우리들의 보이지 않는 욕망을 드러내며, 아름다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영화는 영화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있다.
과감하면서도 정제된 방식으로 깊은 울림을 주는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말과 글이 담긴 책이 한국에 처음 출간되는 것은 영화인과 관객들에게 행운이다. 이 책에는 페촐트의 영화가 어떻게 예술적 성취에 이르렀는지 파악할 수 있는 단서가 가득하다. 그는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명확히 아는 드문 감독이고, 이 책은 그가 영화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을 전한다. 그의 영화가 그러하듯, 이 책도 조용히 그러나 오래 마음을 흔든다. - 이창동 (영화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