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셰어/ 명희진 - 9
틴에이지 러브레터/ 최한윤 - 45 어젯밤 이야기/ 최민아 - 79 불안한 밤의 소네트/ 김계피 - 113 |
명희진의 다른 상품
김계피의 다른 상품
|
당신은 봄을 믿어야 해요. 이 문장에는 단호함과 강요가 포함돼 있다. 봄이 올 거라는 믿음, 혹독한 겨울을 지나면 반드시 봄은 온다는 믿음이 포함돼 있었다. 이기려 애쓰거나 몸부림치지 않아도 시간을 견디면 결국 봄은 온다.
--- 「셰어」 중에서 세기말은 지나가버렸고, 세계는 여전하다. 간판 불빛은 흐릿하게 떨리고 후덥지근한 바람이 골목을 타고 천천히 밀려온다. 그것만이, 세계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 「틴에이지 러브레터」 중에서 자, 새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어제의 나는 죽어버렸습니다. 또 또 또 죽어버렸습니다. (...)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솔직하게는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말입니다. 귀찮은 댓글이 달릴 만한 사진은 올리지 않는 것이 도덕이자 윤리입니다. --- 「어젯밤 이야기」 중에서 내 이름은 미미. 이것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 나는 - 거울 앞에 선다 - 나를 - 바라본다 - 용서할 수 없다 - 눈을 마주친다 - 지독한 밤이다 - 이게 미미고 - 이게 미미야. --- 「불안한 밤의 소네트」 중에서 |
|
셰어 / 명희진
호주 셰어하우스에서 침대를 공유하는 룸메이트 커플의 소란 속에서 오름은 잠들지 못한다. 꿈과 현실이 뒤섞이는 밤들을 지나며, 그는 자신이 외면해왔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틴에이지 러브레터 / 최한윤 아내를 잃은 후 그레이스는 낯선 이들에게 계속 정태오 9단이라는 바둑기사로 오인받는다. 반복되는 착각 속에서 그는 점점 자신의 본명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어젯밤 이야기 / 최민아 술에 취해 기억이 끊긴 채 깨어난 인플루언서. 그는 어젯밤 자신이 저질렀을지 모르는 일들의 파편을 SNS와 타인의 말을 통해 재구성하며, 점점 더 불안한 진실에 가까워진다. 불안한 밤의 소네트 / 김계피 어느 날 아침 눈을 뜬 미미는 자신의 몸을 다른 '미미'에게 빼앗긴 것을 깨닫는다. 투명하고 예민한 의식만의 나는 내 존재의 경계가 무너지는 사태와 마주한다. 편집자의 말 조원규(베개 편집인) 이 앤솔러지에 실린 네 편의 소설은 서로 다른 언어로 정체성의 흔들림을 짚어냅니다. 화자인 오름은 민감하고 연약한 의식이며, 다양한 매개를 통해 - 음악, 냄새, 촉각적 기억 등 - 자신을 억압해왔던 트라우마와 진실을 대면해갑니다. 꿈과 현실이 뒤섞이는 몽환적 서술은 현재와 과거 사이를 시시각각 넘나들며, 재즈 음악의 환기는 빌 에반스의 〈Blue in Green〉처럼 멜랑콜리한 정서적 코드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나의 정서와 의식에만 갇혀 있지 않고, 나의 이름 찾기를 거쳐 마지막에는 어떤 유대의 접촉에 이릅니다. 최한윤의 「틴에이지 러브레터」에서 ‘그레이스’로 불리는 인물은 아내를 잃은 후 낯선 이들로부터 거듭 다른 바둑기사로 오인받습니다. 처음엔 감정을 읽기 어려운 인물들의 이야기가 가면 갈수록 기이하고 흥미로워집니다. 이 소설은 상실 이후 자아가 해체되고 타자의 정체성으로 대체되는 과정을 포착합니다. 세기말의 시공간은 아련한 배경으로 작동합니다. ‘공허와 상실’이 확정되는 시간에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어오는 ‘세계의 살아 있음’이 느껴지는 마지막 단락의 이미지는 암울하고 달콤합니다. 최민아의 「어젯밤 이야기」는 블랙아웃된 기억 속에서 인플루언서로서의 페르소나와 실제 자아 사이를 표류하는 여성의 혼란을 그립니다. SNS는 이 소설에서 계층 욕망, 이미지 조작, 타인의 시선에 의한 자아 구성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풍속소설적 공간으로 드러납니다. 작가의 이전 작품처럼 흡인력이 뛰어난 이 소설은 의도적으로 성찰을 배제한 서술을 통해 SNS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을 비판적으로 그려냅니다. 해리된 의식으로 폭력의 기운이 엄습하는 세계를 횡단하는 화자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김계피의 「불안한 밤의 소네트」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자아가, 두 미미가 공존하는 해리 상태를 이야기합니다. 형식적 실험은 리드미컬한 문장으로 구현되어 읽는 이를 사로잡습니다. 절망적인 내용을 미적으로 구제하는 형식은 생존의 외줄타기로서의 예술을 보여줍니다. 고통스러운 각성, 체념과 저항 사이의 떨림, 자기혐오와 생존본능 - 이 모든 것을 언어로 음악화하는 화자는 가장 절망적이고 역설적인 방식으로 건재합니다. 네 편의 소설은 모두 기억의 문제를 통해 자아의 불안정성을 탐구합니다. 기억이 너무 선명하거나(「셰어」), 희미해지거나(「틴에이지 러브레터」), 단절되거나(「어젯밤 이야기」), 분열되는(「불안한 밤의 소네트」) 각각의 방식으로, 이 소설들은 ‘나’라는 것이 얼마나 불확실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 불안은 각자의 밤을 통과하지만, 명멸하는 언어는 멈추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