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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1부 같이 살아요, 우리데려온다는 말식물은 위대한 건축가식물과 라디오 사이를 뛰어다니면 알게 되는 것들어느 봄날, 나는 앵두와 결혼했다나는 외로우면 꽃집에 간다식물은 내 삶의 무늬를 기억하고 있다그러니까 나는 ‘꽃밭’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숨을 곳이 여름밖에 없다면 믿을 수 있겠어?언제나 따뜻한 쪽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본 적이 있다난 아직도 슬플 땐 잠을 잔다꽃보다 연두지, 그렇고말고아버지는 백합을 사랑하셨고, 어머니는 작약 같으셨다여름에 겨울을 생각하는 일이란나의 식물들은 어쩌다가 나를 만나서아이비, 우리들의 짜식이꽃 트럭을 타고 어디든 가고 싶어서춤을 추기로 해요. 미끄러지자고 손을 잡고 울어요. 내일이 없어 즐거운 방향들사이를 사는 일사람들은 왜 담장 아래에 꽃을 심을까파꽃 필 때 나는 환상이다그건 다 여름이라 그래요시 읽어주는 밤비 오는 날 빗방울이 유서처럼 읽힌다면너무 애쓰지 마, 지치면 약도 없어내가 기다린다는 것을 들키지 않아야 한다사물과 식물밤의 식물들이 쓰는 동화밤의 공항꽃을 피우는 괴로움에 대하여2부 내가 편애하는 식물두 사람의 옆얼굴, 불두화와 수국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꿈꿀 때 흑법사를 보았다나는 네가 자꾸 좋은 걸 어쩌지 못해, 채송화내게 없는 ‘명랑’을 이해하기 위하여, 형광덴드롱과 형광스킨답서스강아지 같은 살가움, 보스톤고사리사는 게 그런 건 아니지, 동백나무나는 지금 이대로의 나를 사랑해, 극락조화와 여인초나의 비밀스런 친구, 올리브나무영원한 친구처럼, 벤자민고무나무와 아이비큰누나를 닮은 꽃, 다알리아그래, 마디의 힘으로 사는 거다, 대나무3부 시 속의 식물 이야기해국, 먼 곳부터 따뜻해지는 마음백합, 콱 죽고 싶어지는 행복한 마음이야고사리, 나 없이도 천국인 세상에서 나는고무나무, 근거는 없지만 믿음이 가는 그런 친구올리브나무, 멀리서 오는 엽서를 받는 기분몬스테라, 귀여운 나의 녹색 괴물 ─너를 사랑해형광덴드롱(필로덴드론 레몬라임), 일요일 그리고 또 일요일이 계속될 것 같은코로키아, 슬픔의 모양이 있다면 이와 같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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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부터 밀려나고 단절되었다는 생각으로 외로울 때식물은 저의 연두를, 저의 연두색 손가락을 건네주었다.”까칠하지만 여린 시인과 예민하지만 너그러운 식물들의 동거동락(同居同樂)!『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여름이 나에게 시킨 일』 등의 시집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이승희 시인이 첫 산문집 『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를 펴냈다. 이승희 시인은 살고 있던 집에서 식물들이 잘 살아남지 못하자, 식물이 살 수 없는 집에서는 살기 싫어 마당이 있는 구옥으로 이사를 했다. 함께 살던 식물들을 데리고 왔고, 이사 와서는 새로운 식구들을 맞아들여 다양한 식물들과 함께 동거동락하고 있다. 시인은 자신이 식물을 보살핀다고 생각하지 않고 식물이 자신을 길들인다고도 생각하지 않으며, ‘생각이나 행동을 함께하는 짝이나 동무’라는 의미에서의 상호 반려 생활 중이다. 마당이 있는 집 안팎에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식물들에게 시인은 시를 읽어주고, 라디오를 들려주고, 비가 오면 비를 맞혀주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식물들은 시인에게 호들갑스럽지 않은 위로를 전하고, 슬픔의 모양을 빚어주고, 일상의 평온을 선사한다. 시인은 어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그저 연두색 얼굴을 한 친구를 하나 사귄다”는 마음으로 식물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는 소박하면서도 넉넉한 식물과의 동거 생활을 시인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아낸 산문집이다.서로에게 지나치게 애쓰지 않으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온전히 인정하는 시인과 식물들의 동거생활은 그저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진정한 반려의 삶이다. 그런 생활에서 직접 길어 올린 추억과 치유의 언어들은 그 자체로 읽는 이의 마음에 슬며시 스며든다. 까칠하지만 여려서 세상과 불화하거나 마음이 상한 날에는 어김없이, 한없이 예민하지만 그만큼 너그러운 식물이 자신의 연두로 시인을 위로한다. 그런 자연스러운 주고받음이 글의 곳곳에서 오롯이 배어나서, 책을 읽다 보면 당장 식물 친구 하나 곁에 두고픈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비가 오는 날이면 마당으로 식물들을 다 내놓고 비 맞는 식물들을 바라보는 때가 “근래의 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고백하는 문장들을 읽으면, 비와 식물과 라디오와 시인이 피우는 담배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된다.1부 ‘같이 살아요, 우리’에서는 시인과 식물들의 동거사(史) 혹은 반려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하나하나의 식물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시인과 만나고, 관계를 맺고, 추억을 함께해온 순간들이 감성 어린 언어로 그려진다. 라디오, 식물의 연두,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꽃, 동화 같은 밤의 식물들, 비 오는 날의 마당 같은 심상들이 섬세한 언어로 쓰인 문장 사이사이로 흐르며 서정적인 감성을 양껏 불러일으킨다. 2부 ‘내가 편애하는 식물’에서는 불두화와 수국에서부터 대나무까지 시인과 특별한 인연이 닿아 ‘편애’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식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꽃과 나무, 식물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되는 한 방법을 배울 수 있다. 3부 ‘시 속의 식물 이야기’는 자주 식물을 소재로 시를 써온 시인이 자신의 반려 식물들과 살다 떠올린 착상으로 쓰인 시를 직접 들려준다. 식물이 불러일으키는 감흥과 그것이 시로 화하는 아름다운 창조의 순간이 한데 어우러진 산문들을 만날 수 있다.책에서는 극락조화, 다알리아, 달개비, 앵두나무, 아이비, 여인초, 보스톤고사리, 몬스테라, 물옥잠, 채송화, 작약, 백합, 형광스킨답서스 등 32종의 식물들이 소개되는데, 각각의 식물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올봄, 새로운 식물 친구 하나를 반려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는 고독한 시인과 반려식물이 함께 만들어가는 곱디고운 ‘결’,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깨끗하고 온화한 고요와 사랑을 만끽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문들이 가득 담겨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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