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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바람을 채색하다
가벼움으로 ... 11 소리 ... 17 겨울 연가 ... 23 자화상 ... 27 로즈제라늄 ... 33 열대야 ... 37 경계에 서다 ... 43 근황이 어떠신지요? ... 45 글래스 킬 ... 51 사막에 가다 ... 57 삭제할까요? ... 63 우수 즈음에 ... 67 길이 길을 잃었다 ... 71 2부 시간을 엿보다 노출 주의보 ... 81 랭킹의 덫에 갇히다 ... 85 1cm의 갈등 ... 89 배보다 배꼽 ... 93 빨간 립스틱 ... 97 흰 머리카락을 세며 ... 101 썸 ... 105 관종의 족속들 ... 109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고 ... 113 오, 캐럴 ... 119 루틴 더하기 ... 123 발찌 ... 129 프로필 사진 ... 131 그것이 궁금하다 ... 135 카페에서 ... 139 3부 빗소리에 스미다 봄비 내리다 ... 145 2월을 기다리다 ... 149 순환하는 것들 ... 153 꼭지 ... 159 낮달에 꽂히다 ... 161 비의 단상 ... 163 비교의 시간 ... 169 어둠을 달래다 ... 175 의자들 ... 179 겨울 예찬 ... 181 상념 ... 185 원의 유래 ... 191 4부 그늘에 들다 계절의 여왕 ... 199 봄맞이 ... 205 바람의 프로필 ... 209 향수 ... 213 Mr. 책 ... 217 속도의 변증 ... 221 노No 노老 ... 225 숨는다는 것, 숨긴다는 것 ... 231 시시각각 ... 235 시선視線 ... 239 그늘이라는 ... 243 벽 ... 2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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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원고라는데 첫 페이지부터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속 빈 억새의 줄기가 집착이 빠져나가는 통로라는 것이다. 그 억새들이 바람을 빌려 운다고 한다. 이런 간명하면서도 속이 깊은 사유는 수필이라는 옷을 입고 있지만, 시적인 통찰 없이는 획득할 수 없는 것이다. 작가가 사유의 숲에 매복해서 일일이 엄폐해 놓은 시의 알맹이들을 찾아 읽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이 수필집의 독특한 점은 일상에서 경험한 사소하고 자잘한 이야기들을 결코 길게 늘어놓는 법이 없다는 것. 그리고 작가가 독자 앞에서 어깨를 으쓱이며 잘난 척하지 않는다는 것. 작가는 눈에 들어오는 사물과 풍경을 매처럼 낚아채 가능하면 단문으로 기록한다. 그러면 아무것도 아닌 사물과 풍경이 문장 속에서 자신만의 몸을 갖게 된다. 가령 구두 굽 4cm와 5cm 사이에서 어떤 것을 택할지 고민하는 「1cm의 갈등」을 보자. 그 사소한 망설임 끝에 개운하지 않은 상태로 행사장에 참석했던 일화를 듣고 우리는 그래, 바로 내 이야기야, 하면서 공감하게 된다. 꽃을 매달고 있던 꼭지가 열매를 ‘단 한 번도 놓아 본 적이 없는’이라는 대목은 눈이 부시도록 환하다. 나는 작가의 삶이 그의 문학을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학의 몸을 이루는 언어가 삶을 견인한다. 황금모 수필가가 언어를 찾아 헤매고 언어를 만나 매달리고 언어와 동거하는 그 모든 시간이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 거라고 믿는다. - 시인 안도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