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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작가 한혜연은 또 한번의 도전을 시작한다. 그녀의 작품들에서 언뜻언뜻 보이던 페미니즘에 관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아름다운 마지막 존재>를 선보인 것이다. 백화점 붕괴 사고로 인한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로 등장인물들을 연결시켜 놓았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상실감과 사회의 벽, 그리고 가족 안에서의 공공연한 차별에 더 크게 포커스를 맞추었다. 알게 모르게 강요되었던 '여자'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를 <아름다운 마지막 존재>는 섬세하고 깔끔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고발하고 있다. (앞표지,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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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벌써 5년이나 지났구나. 그 끔찍했던 여름...시체조차 찾지 못한 가족들이 한 가닥 희망을 안고 모여 있었던 어느 대학의 체육관. 공기 중엔 향냄새와 시체 썩는 냄새가 가득하고, 곳곳마다 슬프고 지친 사람들의 신음 같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오던 곳. 난 그곳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아직 내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그 곳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을 피해 찾아간 외진 계단 참에서... 그녀를 만났다.
난 여자가 담배 피우는 걸 그때 처음 보았다. 길거리에서도 어디에서도 한번도 그런 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여자는 원래 담배 피우지 않는 종족인 줄 알았다. 가끔 역 앞 같은 곳에서 쪼그리고 앉아 담배 피우는 할머니를 본 적은 있었지만 내게 있어 '할머니'는 '여자'가 아니었다. 그녀의 담배 연기는 왠지 향기로운 것 같았다. ' 혼자 있고 싶으니까 다른 데로 가줘 꼬마야. 난 애들을 아주 싫어해.' ' 난 애들 아녜요. 내년이면 중학생이에요.' '......' 그녀는 더 대꾸하기도 귀찮다는 듯 담배만 피웠고 나 역시 아무 말 않고 옆에 앉아 내 쪽으로 흘러오는 그녀의 담배 연기를 마셨다. 다음 날... 하루종일 비가 내렸던 꿀꿀한 날. 그녀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 p.93-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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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선배는 늘 친구 없다 뭐 없다 하면서, 여기저기 다양하게 아는 친구도 많네.
깊이의 문제지. 그냥 적당히 친하고 적당히 만나고... 그런 사람은 많아도, 정작 '친구'라고 확실하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내 문제야. 어디에서 어떤 사람들과 있건 나 혼자 물위에 뜬 기름 같은 기분이 드니까. 선배도 겉도는 사람이구나. 선배나 나나 용기 없는 사람들이야. 어딘가에 깊숙이 파고들 용기가 없어서 그래. 뻔뻔한 건지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제멋대로 차에 올라탔던 그 여자라면, 왠지 사랑을 해도 겁없이 뛰어들 것 같다. --- pp.190-1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