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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테질레아
해설 작가 연보 옮긴이 후기 |
Heinrich von Kl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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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어스름, 펜테질레아와 아킬레스가 서로 만나 한창 전투를 할 때 데이포보스가 돌진해 왔네. 그 트로이인은 여왕의 편을 들어 아킬레스의 갑옷에 아주 격렬한 타격을 가했는데 주위의 떡갈나무 우듬지가 흔들릴 정도였네.
이를 본 여왕은 얼굴색이 하얗게 되어, 순간 손을 축 늘어뜨렸는데, 그다음 순간 매우 화가 나 두 볼이 벌겋게 되어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말 등에서 뛰어올라 마치 하늘에서 뽑는 것처럼 칼을 뽑아 들고 번개처럼 그의 목을 내리쳤네. --- pp.23-24 우리 처녀군의 누구도 아킬레스를 쏘면 안 돼! 그의 머리를 - 아니 내가 무슨 말을 하는가 - ! 그의 곱슬 머리카락 하나라도 건드리는 자는 죽음의 화살을 맞게 될 것이다! 오직 나 혼자만이 신의 아들인 그를 넘어뜨릴 기술을 알고 있도다! 동지들이여, 여기 입고 있는 이 철갑옷이야말로, 그를 부드럽게 포옹하여 - 철갑옷을 입고 그를 포옹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야. 고통 없이 내 가슴으로 끌어내릴 것이다. --- p.61 (억지로 명랑하게) 당신은 나를 위해 지상의 신을 낳아 주셔야만 합니다! 프로메테우스가 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이 세상 사람들에게 이렇게 선언해야 합니다. “여기에 내가 갖기를 원했던 한 인간이 태어날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을 따라 테미스키라로 가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당신이 나를 따라 꽃피는 프티아로 가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전쟁을 끝내면, 나는 환호하면서 당신을 그곳으로 데려가, 기쁨에 가득 찬 마음으로 내 조상들의 옥좌에 당신을 앉히려 하기 때문입니다. --- pp.147-148 그는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불쌍한 여인이여! 그 사람은 당신에게 항복하여 포로가 되려고 했으며, 그 때문에 그는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 때문에 그는 당신에게 결투를 요구했습니다! 당신을 따라 디아나 신전으로 가기 위해 달콤한 평화에 가득 찬 가슴으로 그는 왔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 --- p.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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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전쟁의 불길 속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파멸의 이야기
트로이 전쟁 중, 그리스군과 트로이군이 치열하게 싸우는 가운데 갑자기 아마존 여전사 군대가 여왕 펜테질레아의 지휘 아래 전장에 난입한다. 이들은 처음에는 트로이를 돕는 듯하지만 곧 두 진영 모두에게 적대적으로 행동하며 혼란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 혼란 속에서 펜테질레아와 그리스 영웅 아킬레스 사이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매혹이 싹튼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전사로서의 자존심과 규율 때문에 적대감을 동시에 느끼는 위험한 관계에 빠진다. 아마존 국법은 전투 중 특정 남자를 목표로 삼는 것을 금지하지만, 펜테질레아는 아킬레스에게 집착하며 이 금기를 어긴다. 아킬레스 역시 그녀에게 마음을 열고, 심지어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일부러 패배하고 포로가 되기를 선택하기도 한다. 잠시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듯한 순간도 있지만, 결국 오해와 격정이 폭발한다. 펜테질레아는 아킬레스의 진심을 왜곡해 받아들이고, 광기에 휩싸여 무장하지 않은 그를 공격한다. 그녀는 아킬레스를 죽이고, 뒤늦은 각성 속에서 사랑과 파괴의 감정을 구분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두 사람은 결국 비극적인 사랑의 결말로 함께 죽음에 이른다. 클라이스트가 보여주는 사랑의 원초적 모습과 강렬한 심리 묘사 『펜테질레아』는 사랑의 파괴성과 긍정성을 동시에 다룬 비극으로, 상대를 지배하려는 욕망과 오해에서 비롯되는 사랑의 파국을 보여준다. 펜테질레아와 아킬레스의 사랑은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해 비극적으로 어긋나며, 특히 펜테질레아는 아마존 국법을 어기면서까지 사랑에 몰입해 점차 광기 어린 모습으로 변한다. 이 작품은 개인이 자신을 둘러싼 국가·제도와 충돌할 때 발생하는 비극을 강렬하게 묘사하며, 펜테질레아의 영혼과 감정을 그 중심에 둔다. 『펜테질레아』가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수작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극은 겉보기에는 감정이 폭발하는 무규칙한 구조를 이루는 듯 보이지만 정교하게 설계된 단막극으로, 감정과 행동이 반복되며 점점 고조되어 자연스럽게 비극적 절정으로 이른다. 작품 전반에는 장미축제, 피와 물의 대비 등 다양한 상징이 배치되어 사랑과 증오, 속죄 등을 드러낸다. 강렬한 은유와 서정적 표현이 극 내내 공존하며, 클라이스트는 침묵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펜테질레아』는 비록 병적인 상상력을 지닌 작품으로 폄하되기 쉽지만, 무의식적 사랑의 원초적 힘을 다룬 뛰어난 비극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