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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의 무대
소유정
민음사 2025.11.21.
베스트
비평/창작/이론 top100 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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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커튼콜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5

1부 사랑의 이목구비 17


부사를 포함한 공백을 안으며
- 그러니까, 계속해서, 다시, 사랑 말하기 19
이토록 열렬한 마음
- 여성 서사의 아이돌/팬픽-읽기를 통한 나/주체-다시 쓰기 35
프레임 인 러브 - 자본주의 시대의 사랑 62
슈거 하이(Sugar High) - 이유리 소설집 『브로콜리 펀치』 85
신인류의 사랑 - 고선경론 113

2부 광장에서 손 잡기 135


‘나’에서 ‘우리’로 확장되는 주체
- 2010년대 시를 경유하며 137
‘되기’의 움직임, 도정에의 소설 157
지금 ‘우리’의 이름으로 구축되는 공간 181
‘되기’의 움직임, 도정에의 시 212
꿈꾸는 단어를 중얼거리며, 나란히
- ‘광장 이후’의 시집에 부쳐 237

3부 시대의 불안, 환상의 증언 259


현실의 잔상으로 유영하기
- 박솔뫼, 이유리, 임선우의 소설을 중심으로 261
감염되지 않은 이데올로기 282
마주침의 장소에 대한 회고
- 필굿 소설이 그리는 안전한 세계의 위험성 297
시대의 초상 - 이서수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 317
증언하는 소설 - SF소설에서의 역사적 재현 336

4부 안-팎을 뒤집는 소설 357


슬픔을 실현하는 이야기
- 정선임 소설집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359
낙차의 기록 - 성해나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 380
모험으로 전복하기
- 이미상, 「모래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402
바로 여기, 뒷장으로부터 - 최미래 소설 『녹색 갈증』 414
미래의 책 - 최진영 소설집 『쓰게 될 것』 432

5부 쏟아지고 넘나드는 시 455


입술을 가르며 ‘찢는’ 말
-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의 파토스적 말하기 457
모서리 허물기 - 김리윤 시집 『투명도 혼합 공간』 468
심약자 주의 - 마음이 약한 사람에게는 정말 스미기에 좋지
- 김복희 시집 『스미기에 좋지』 485
입체 전시 ‘하이퍼큐비클’을 위한 서문
- 백가경 시집 『하이퍼큐비클』 501
‘사이’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 2018 조선일보 평론 당선작 519

저자 소개 1

문학평론가. 1992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다. 강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사이'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이제니의 시 읽기」가 당선되어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평론으로 「이토록 열렬한 마음: 여성 서사의 아이돌/팬픽 읽기를 통한 나/주체 다시 쓰기」 「지금 ‘우리’의 이름으로 구축되는 공간」 등이 있고, 산문집 『세 개의 바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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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540쪽 | 474g | 128*188*27mm
ISBN13
9788937446290

책 속으로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의미화되는 과정에는 지난 비평에 대한 성찰 역시 필연적이었다. 김행숙의 『사춘기』(2003)에서 페미니즘을 지우려 했던 당대의 비평을 지적하고,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작품을 읽는 것을 가능성의 축소로 간주했던 사정은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 ‘문학적인 것’과 ‘비문학적인 것’을 구분하는 기존의 플랫폼”이 공고한 결과였음을 상기시키는 논의로 인해 지금의 여성시에서 ‘나’의 목소리에 대한 집중은 더욱 확신을 얻었다. 양경언의 말처럼 “젠더 프레임을 경유하여 시를 읽는 일이란 시적 주체의 목소리를 보다 더 복잡하게 듣는 일”이며, 그것은 곧 시의 주체가 “피해자-가해자, 당사자-목격자, 약자-강자의 어느 한쪽으로 단일화할 수 없는 교차 속에서 말하기를 수행”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기에, 무수한 말하기를 통해 ‘되는 나’ 역시 단일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때문에 “시는 견딜 수 없는 세계 내 존재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벗어나려는, 어쩌면 초월해 가려는 몸짓”이라는 말은 2010년대 이후 여성시를 말하기에도 적확한 문장이다. 이 몸짓은 ‘나’를, 그리고 ‘우리’를, 또 시를, 가능하다면 문학까지도 초월하려는 움직임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 pp.155-156

문학과 삶의 관계를 되살피고 문제에 예민하게 감응하는 것, 쉽게 답을 내리지 않는 것. 이러한 노력이 지지와 연대로 이해될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해야 할 비평이라고 생각했다. 글의 서두에서 밝혔듯 수많은 고민이 따랐지만, 그럼에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관조하는 구경꾼이 되지 않기 위해, 실패를 통해서 다시 질문하기 위해, 불편하게 계속 연루되기 위해 썼다.”라는 말 때문이었다. 여성 평론가들이 밝힌 ‘촛불’ 옆에 촛불 하나를 더하는 마음으로 쓸 수 있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물음들이 남아 있다. 남겨진 물음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나 또는 우리-되기에 이르는 길이며, 언젠가 도래할 미래의 문학을 맞이하는 일일 것이다.
--- pp.179-180

지금까지 ‘광장 이후’에 펴낸 최지인, 안미옥, 이원의 시집을 살펴보았다. 그들의 시적 주체는 무너지는 세계를 목도하고 기꺼이 그 앞에 서고자 한다. 세계의 파상 앞에서 주체는 ‘여기는 도시의 광장’이라 증언한다. 누군가의 슬픔과 비참을 통감하기 위해 부서진 마음을 여러 번 짓는다. 피 묻은 손으로 상처의 자리를 만지고 절망에서 사랑으로 사랑에서 희망으로 이어지는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저마다의 방법이지만 그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일 것이다. 본 적 없는 미래를 꿈꿔 보는 일. 그런 마음으로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이들에게서 지난겨울 광장의 우리가 겹쳐 보이는 것도 착각은 아닐 것이다. 일렁이던 촛불처럼, 촛불과 함께였던 우리처럼, ‘이후’의 세계를 향해 천천히 행진하는 이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모르는 유동의 주체이다. 촛불의 움직임을 몸으로 기억하는 주체이다. 이들에게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단어를 본다. 이미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 듯 희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말하고 싶은 단어가 있다. ‘탄생하라’라고 중얼거리고 싶은 말이 있다. 사랑이고 희망이라는 것. 우리를 다시 일렁이게 하는 것. 읽고 쓰게 만드는 것. 문학으로 하여금 끝까지 행진하게 하는 것. 그런 단어를 품고 고백한다. 나 또한 ‘가만히 있음’을 모르는 하나이겠다고. 느리지만 단단한 걸음을 하는 이들의 주체 옆에 나란히 서 본다.
--- pp.256-257

한강은 마크 로스코의 끝과 자신의 시작을 연결시킨 것과 비슷하게 “거울 이편과 반대편의 학살을” 함께 생각한다. 위치상으로는 정반대에 놓여 있으나 공통감각 안에서의 연대 가능성은 그를 지구 반대편으로 손 뻗게 한다. 그 과정은 물론 두려움과 함께 간다. “사람의 몸의 부드러움”(같은 시)으로는 “이편과 반대편”을 가장 빠르게 잇는 게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주 볼 수 없는 걸 똑바로 쏘아볼 것”(「거울 저편의 겨울 9 - 탱고 극장의 플라멩코」)을 다짐하는 마음으로 행한 고통의 연대는 반대편만이 아닌 손길이 필요한 곳곳에도 닿았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이를 증명한다. 이 경이롭고 벅찬 쾌거는 문학이 이편과 저편을 잇는 곧은 선의 역할을 하며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 수상이라는 여러 측면의 가능한 실현을 보여 주었다는 사실에서 더없이 큰 의미를 갖는다.

--- pp.465-466

출판사 리뷰

1인칭 ‘우리’의 목소리가 공명하는 무대
현실을 독해하는 공통감각으로서의 비평


1부 ‘사랑의 이목구비’에는 평론가 소유정이 그간 천착해 온 ‘사랑’을 주제로 한 글들을 엮었다. 불처럼 타오르다가도 물처럼 축축해지는 첫사랑, 가족과 공동체를 향한 사랑, 아이돌을 향한 사랑, 자본주의적 프레임을 경유한 사랑, 생의 원동력으로서의 사랑 등, 소유정이 무대에 올린 사랑들은 흔히 사랑의 기본값으로 상정되는 배타적 이성애에 수렴하지 않는다. 시대가 요구하는 사랑, 시대가 굴절시킨 사랑의 형상을 톺아보며 새로운 주체의 자리를 탐색해 본다.

2부 ‘광장에서 손 잡기’는, 2014년과 2016년의 기억을 이어받는 뜨겁고 격렬했던 현장의 비평을 모았다. 2018년에 등단한 20대 여성 평론가에게 광장은 세월호의 광장이자 페미니즘 리부트의 광장이다. 2부를 구성하는 각각의 글들은 이해의 범위를 초과한 죽음의 연쇄 앞에서 문학의 개별자들이 어떻게 ‘우리’를 형성해 나갔는지를 세밀히 살핀다. 그것은 내밀한 공간을 비우고 공동의 공간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1인칭의 ‘나’를 3인칭의 ‘나들’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당대의 마음에 응답한 문학적 주체들은, 비평의 무대를 통해 광장에서 서로 손 잡으며 상실 이후의 사랑을 발명한다.

광장의 시대였던 2010년대를 지나 우리가 맞닥뜨린 것은 갑작스러운 단절의 시기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불안이라는 공통감각을 선사했다. 타인과의 물리적인 접촉이 차단된 개별적 공간에서 생존의 문제를 직면하게 된 2020년대의 문학은 불안에 어떻게 응답했을까? 3부 ‘시대의 불안, 환상의 증언’에서는 2020년대 초반 한국 문단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환상소설과 SF 소설, 질병의 감염성이 반영된 좀비물 등의 장르 소설을 살펴본다. 소유정은 환상의 표면을 살며시 들추고, 그 아래 일렁이는 현실의 잔상을 포착한다. 이로써 문학은 언제나 현실의 공통감각에 대한 증언임을 드러낸다.

4부와 5부는 각각 소설과 시에 관한 서평을 실었다. 4부에서는 오늘날 한국 문단에서 가장 젊은 작가로 통하는 이들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며, 소설이라는 장르의 현재적 미학을 밝혀낸다. 5부에서는 2018년 등단작인 이제니론부터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에 대한 시론까지, 소유정의 시론 중에서도 대표작만을 엄선했다. 소유정이 구사하는 비평의 언어는 시적 언어의 형상을 구체화하며 좀처럼 고정되지 않는 의미의 세계를 헤쳐 나가는 지도를 제공한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쓴 글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비평집의 제목을 두고 끝까지 숙고했다. 다소 모호한 제목으로 읽힐 수도 있다는 우려는 아무래도 ‘어떤’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정확하게 말하고 싶다는 나의 유일한 비평적 신념을 위배하는 불분명한 수식어가 아닐까 싶기도 했으나 나름의 인정 끝에 이 제목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걸 하나의 언어에 담을 수 있다는 건 오만이라는 생각, 그리고 정말로 ‘어떤’ 것들은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빈자리를 내어 주는 것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명료하지 않은 단어를 쓴 덕분에 제목은 두 가지로 읽힌다. ‘어떤 사랑’의 무대 혹은 ‘어떤’ 사랑의 무대. 어느 쪽으로 읽어도 무관하지만 후자를 염두에 두고 쓴 것임을 밝힌다. 나에게 있어 비평은 문학을 향한 진실한 마음을 담은 사랑의 무대이기에. 무대를 만들기 위해 망치질을 하고 조명을 비추고 그 위에 오르는 분주한 몸짓이 모두 한 사람의 것일지라도,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근사한 자리에서 사랑의 대상을 보여 주고 싶었다. -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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