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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봄은 봄만큼 슬프고
꿈속에서 쓴 시 19 곡선의 시 20 추억 22 2020 · 봄 23 만첩홍매萬疊紅梅 24 불면증 25 난蘭의 기원 26 착각 28 그리움 29 봄의 뿌리 30 풍경 31 바람의 시 32 백야白夜 33 눈물꽃 한 송이 34 은비령隱秘嶺 · 1 36 작두콩 38 무너지는 사내들 39 단맛 40 치자꽃 시들다 41 기청제祈晴祭 42 전야 43 우이동 우거 44 詩法 45 네가 찾아온 날 나는 내게 없었다 46 안개 47 주부의 힘 48 우주 49 雪峯 장영철 화백에게 50 제2부 시여, 우리 헤어지자 깨고 싶은 꿈같이 53 가을 끝자락 54 하루살이의 꿈 56 꽃 57 나는 날마다 무덤을 짓는다 58 고독사 · 1 59 나는 무엇인가? 60 세란헌洗蘭軒 · 2 62 한범 홍형택洪熒澤 63 얼굴 66 거미와 소금쟁이에게 하는 말 67 마지막 68 죽음竹音 70 독거놀이 72 금주선언서 74 독거 76 처서 이후 77 적울積鬱 78 난감 80 고독사 · 2 81 이태원공화국 82 가장 좋은 詩는 없다 85 역린逆鱗에 대하여 86 늙마 세 끼 88 나이 들어도 89 입으로 쌓는 탑 90 내가 천 편의 시를 쓰면 천 편으로 남을까 91 꿈 92 제3부 푸른 시간의 발자국 허공 한 채 95 고독사 · 3 96 귀에 지진이 났다 97 내 귀에 임자 없는 귀신이 산다 98 명절 음식 99 속옷 우화 100 불꽃 101 마지막 편지 102 나이 팔십 103 늙마의 봄 · 2 104 나 원 참! · 2 105 우연 한 장 106 푸른 시간의 발자국 108 설중동백雪中冬柏 109 바람의 세월 110 효자손 112 나이가 무겁다 113 초고에서 퇴고까지 114 봄비 그치자 빛이 길을 만든다 115 요요夭夭하다 116 겨울 솔숲에 서다 118 쥐뿔論 119 독도 120 손자 122 꿈을 꾸었다 123 미평리발소 124 시는 써 무엇 하리 126 잠자리 127 제4부 지천으로 밟히는 그리움 아귀 131 곡자曲子 132 10월 133 귀향 134 바다 135 여주 136 토란土卵 캐다 137 가을은 간다 138 미련 139 정월 초하루 140 생각이 난다 141 황사黃蛇 142 겨울 산에서 143 삼일절 홀인원 144 겨울 나무 146 오징어와 땅콩 147 시는 누가 쓰는가 148 말이 죽었다 150 감옥 일박 152 단오端午 154 양채영梁彩英 155 가왁가왁 156 인연 157 가을 산책길에서 158 짝퉁 160 유감有感 162 사방탁자시四方卓子詩 163 제5부 깊고 깊은 시의 늪 억새꽃에게 167 가을詩 168 무제 169 바다의 바닥 170 시론詩論 171 빈집 172 어머니 173 스승과 제자 174 신한오백년가 176 무제 177 첫사랑 178 덩이론論 179 옷과 이름 180 내 말이 많이 닳았다 182 찔레 183 백목련 184 낡은 봄날의 사건 185 진盡 186 詩를 찾아서 187 푼수 188 청춘에게 189 나이가 대수냐 190 배신 191 가장 좋은 시 192 하늘에 쓰는 유서 194 속가량 195 비상飛上하여 비상飛翔하다 196 한숨 197 |
洪海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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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머리에 얹다
혼자 온 길 홀로 가면서 행간을 살리고 여백을 넓히고 싶어 늙마의 마당 한편 한등寒燈 하나 내걸고 북한산 골짜기 우이동의 세월이 떨어뜨린 삶의 부스러기를 하나씩 주워 모았다. 을사년 가을, 세란헌洗蘭軒에서 홍해리 적음.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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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단의 오랜 기둥인 홍해리 시인이 여든의 연륜을 담아 세상에 내놓은 시집 『네가 찾아온 날 나는 내게 없었다』는 독자들에게 익숙했던 시의 경계를 허무는 묵직한 도전이다. 이 시집은 단순한 노년의 회고록이 아니라, 영원과 순간, 몸과 마음, 존재와 부재 사이의 간극을 탐구하는 철학적인 여정이다. 시인은 ‘덩이론’에서 시작하여 삶을 구성하는 모든 덩어리들 - 욕심, 슬픔, 심술 - 을 해체하며, 결국 텅 빈 몸이 ‘술웅덩이’가 되는 아이러니를 통해 존재의 근원을 묻는다.
시집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는 ‘언어와 침묵’, 그리고 ‘진정한 시’를 향한 시인의 집요한 갈망이다. 시인은 ‘내 말이 많이 닳았다’고 자조하면서도, ‘아직 쓰여지지 않은 시’를 찾아 뜨거운 고삐를 다잡는다. 이는 50년 넘게 시를 끼적이고도 ‘멋들어진 시 한 편 낭송 못하는’ 스스로를 ‘푼수’라 일컫는 겸손한 성찰 끝에 도달한 깨달음이다. 그의 시는 유행가처럼 쉽게 꺾어 넘기는 가벼움이 아니라, ‘추위로 맑아진 나무들의 영혼'처럼 깊고 서늘한 진실을 품고 있다. 시인은 자신의 쇠락하는 육신을 ‘배신’이라 명명하면서도, 그 과정을 통해 얻은 초월적인 지혜를 독자들과 나눈다.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청춘들에게는 “아프고 뜨거워서 청춘일지니” 끓어오르라 격려하고, 나이에 갇혀 사는 이들에게는 “나이가 대수냐, 천천히 살자”고 자유를 선포한다. 시인의 언어는 노년의 고독을 넘어선 맑고 투명한 시선으로, 삶의 본질을 꿰뚫어 모든 세대에게 공감과 위안을 선사한다. 이 시집을 통해 독자들은 혼란한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홍해리 시인이 하늘에 쓴 유서처럼 간절히 찾았던, ‘비어 가득한' 영원의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