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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을 심고 가꾸는 밤
김경진
놀북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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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북 시인선

책소개

목차

제1부 밤을 펼쳐 보니

11 보름달 술래
12 나는 종종 달님이
14 베개에서 생각이
15 깊은 잠
16 밤을 펼쳐 보니
18 창문 구조 고찰
20 호랑이를 잡으려고 새벽으로 들어서다
24 상평上平 하평下平
26 이십 분의 안녕
28 혀가 불편하다
30 가장 높은 바닥 말고
31 꺾이지 않는 마음
32 공백채움말
34 립밤으로 양파를 까자
36 벌거숭이 당신을 위해
38 내일은 내일의 달이 있어서
40 게와 모래 1
41 게와 모래 2
42 칩거

제2부 빛의 불면증

47 너와 나의 샘
48 경사慶事로 진鎭을 치다
50 버퍼링과 에코를 대칭으로 만드는 시간
52 가장 맑고 투명한 들기름 생각
54 바늘 하나로
56 그 동굴 방이 아름다워서
58 다락방에 올라
60 길을 나설 수도 있는 집
62 검은 보름달 눈동자
64 같이 있을 때 길을 잃었다
66 빛의 불면증
68 그녀들을 심고 가꾸는 밤
70 잠자리 한 마리
72 꽃을 걸어 두고
74 바칠게
76 무사의 날
78 그냥 강익중이 살던 여기는 청주
82 풍향계 안부
84 캡틴, 어디로든 갑시다

제3부 마음을 놓다

89 너의 외로움을 물으러 가서 나의 외로움을 묻고 오는 길
90 오늘의 공작
92 나의 마법사님과 함께
94 마음을 놓다
96 어떤 커피를 좋아하세요? 여기 오늘의 커피가 있습니다만
98 오늘 아침 이 자리
99 파초에 두 눈을 담그고
100 접속사가 필요하다
102 희망한 봄날
104 꽃가루 눈
106 내 귀에 매미가 산다
108 가을의 속살
109 이해의 낭비
110 오늘도 이 개울은 자꾸 불어나
112 나의 몸짓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너에게 맡기지 않기로 했다
114 들숨의 부피 날숨의 무게
116 눈부신 안녕
118 우리들의 브레멘으로
120 이름 찾아 삼만 리
123 해설 | 김준현(평론가·시인)
달의 무한한 이면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저자 소개 1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났으며 아이들과 함께 말을 기르고 다듬으며 지낸다. 1996년 계간 《버전업》 겨울호에 시를, 2014년 《동시마중》 제23호에 동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동시집 《별의 별》이 있다. 2018년 대산문화재단 창작기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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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120*205*20mm
ISBN13
9791191913514

책 속으로

늘 말을 찾았다
늘 꿈도 꾸었는데 깨고 나면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걸 찾으려고 시를 썼다

시를 쓰면서 찾은 건 말

내가 꾼 꿈이 시가 된 걸까
나는 말을 찾은 걸까

때로 밤이 너무 길었고
때로 너무 짧았으나
꿈으로 가득한
밤이
그래도 희망이었다

2025년 11월
김경진

--- 「시인의 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김경진의 시는 언제나 ‘말’을 향한다. 그것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기억과 시간, 그리고 존재를 잇는 끈으로서의 말이다. 시인은 “늘 말을 찾았다/ 늘 꿈도 꾸었는데 깨고 나면/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걸 찾으려고 시를 썼다”라고 고백한다. 이 ‘시인의 말’은 곧 그의 시학의 출발점이다. 잊히는 꿈의 잔상 속에서 말을 건져 올리고, 다시 그 말이 시인을 두드리는 순환의 운동 ― 그것이 김경진 시의 구조이자 윤리다.

김경진의 시는 낮보다 밤의 언어에 가깝다.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오가며, 그 모호한 틈새에서 언어의 온도를 탐색한다. 마치 창밖이 온통 물로 가득한 꿈처럼, 그의 시는 투명하면서도 심연의 울림을 지닌다. 그 물결 속에는 어머니의 손뜨개 같은 유년의 세간살이(「바늘 하나로」)와 삶의 부적처럼 발바닥에 새긴 언어의 무늬(“왼쪽 발바닥엔 상평上平/ 오른쪽 발바닥엔 하평下平”)가 공존한다. 시인의 언어는 일상의 사물 속에 깃든 서정의 기척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그 사소한 순간들을 ‘그녀들’로 불러 모은다.

특히 이 시집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밤의 감각’이다. 시인은 잠들지 못하는 밤, 오줌 끝을 따라 ‘그녀’를 심고 가꾸며, 호랑이의 꼬리를 쓰다듬는 묘한 긴장 속에 있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말을 찾아 헤매는 시인의 내면 풍경이며, 동시에 김경진 시학의 상징적 장면이다. ‘그녀들을 심고 가꾸는 밤’은 단지 여성성을 가리키는 은유가 아니라, 언어와 기억, 꿈과 현실을 함께 돌보는 시인의 내적 노동을 뜻한다.

“그러나 네모반듯한 집 너른 창 달린 방에서 잠을 자도/ 꿈에선 그 작고 아름다운 살림살이가 아직도 한가득/ 내려놓을 자리를 저울질하느라/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차갑고 습기 차는 그 동굴 방이 아름다워서”- 「그 동굴 방이 아름다워서」

이 구절에서 시인은 현실의 안정된 공간보다, 유년의 어둡고 차가운 방을 그리워한다. 그것은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시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를 자각하는 장면이다. 꿈의 시간과 유년의 공간, 그 사이에서 언어는 다시 태어나고, 시인은 그 부유하는 말을 ‘가꾸고 심는’ 존재로 남는다.

김준현 평론가가 해설에서 지적했듯, 김경진의 시는 “공백 속에서 울리는 세월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이다. 그의 시는 말과 침묵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미세한 떨림을 통해, 언어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그녀들을 심고 가꾸는 밤』은 그래서 하나의 ‘시집’이 아니라, 한 시인이 오랜 세월 간직해온 ‘밤의 길’을 묻는 고백서이자 언어의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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