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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부일처제가 싫다
임혜숙
서울문화사 200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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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나는 일부일처제가 싫다
2. 집에서 하자
3. 착한 여자는 남자도 괴롭게 한다
4. 독신? 꼴값하고 있네
5. 호스트 바를 허하라
6. 마산 아구할매 이바구 좀 들어 보소

저자 소개

저자 : 엄혜숙
부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20여 군데 언론사에 지원했다가 운 나쁘게 다 떨어지고 결국 1983년 마산 MBC에 입사 후, 빼어난 외모(?)로 인해 텔레비전 보도국이 아닌 얼굴이 안 나오는 라디오 방송국 PD로 일하게 되었다. 그녀를 알아준 마산 MBC에 결초보은하기 위해 1988년 노조를 만들고 초대노조위원장을 지냈다. 위원장 재직 시절 만삭의 몸으로 투쟁,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7년 언론노조연맹의 민주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경남여성회 회장으로 발 바닥에 땀나도록 지역 여성운동에 적극 참여한 바 있다.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직장 마산 MBC에서 경상도 표준말 방송 <아구 할매>를 만들면서 즐겁게 살고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51쪽 | 39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3295179

책 속으로

혼자 사는 여자 서른만 넘으면, 궁금해 미치겠다는 듯이,
'왜 혼자 사세요?'
뭐 그리 잘났냐는 듯이,
'너무 눈이 높으신 거 아니예요?'
두 손을 모으곤,
'멋있다. 독신주의.'
걱정스런 표정으로,
'근데 외롭지 않으세요?'
쑥스럽다는 듯이,
'그건 어떻게 해결하세요?'
체념한 듯이,
'혼자 사는 것도 괜찮죠.'
떠보는 듯이,
'근데 많이들 뭐라 그러죠?'
비꼬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게 문제예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근데, 진짜 결혼 안 하실 거예요?'
독립 투사처럼,
'언니, 힘내세요.'
한마디로 가관이다.
나이 많은 분들은 부모가 불쌍하단 듯이,
'다른 형제들은 다 결혼했고?'
머뭇거리며,
'부모님은 살아 계신가?'
니가 뭐 그리 잘났냐는 듯이,
'벌이가 괜찮은 모양이네.'
달래며,
'늦게라도 시집은 가야지.'
돌아서며,
'눈이 눈썹 위에 달렸나?'

--- p.146-147

한때 나쁜 년 나쁜 놈 시리즈가 유행해서 각종 나쁜 남녀들이 지탄을 받았다. 그 가운데 가장 나쁜 년이 '세워 놓고 안 주는 여자'! 내가 생각해도 이런 여자는 악질 중에 악질 같다.

그런데 가만 보면 성관계를 '준다 또는 해준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총각이 처녀한테 "한번 주라"고 하고, 결혼한 남자들이 의무방어전이라고 하면서 "해준다"고 한다.

성을 여자가 남자에게 몸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성에 대해 서로 즐긴다는 개념이 희박하다. 여자는 대주고 남자는 해주고, 이러다보니 정복 아니면 의무만이 남게 된다.

남자들은 정복한다는 뜻에서 재미도 없는 영계를 찾기도 한다. 성적으로 발달하지 못해서 같이 즐길 수 없는 어린 여자와 일방적인 섹스를 하는 이유는 먼저 깃발을 꽂았다는 자기 만족을 위해서다. 깃발을 먼저 꽂는다고 누가 상 주나?

마누라에게 '해준다'고 생각하면 정말 재미없고 괴로울텐데, 주간학습 다달학습을 치르는 우리나라 남자들 대단하다. 하긴 마누라에게 해주고는 그 반대로 돈을 주고 다른 여자에게 서비스를 받으니, 의무방어전도 견딜 만한가?

성을 통해서 얻는 남녀간의 진정한 교감을 평생 한 번도 느끼지 못하고 죽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나쁜 사람들이다. 안타깝게도 세상에는 가장 나쁜 놈들 천지다. 섹스를 '준다, 해준다'라고 생각하는데 어이하여 남녀간의 진정한 교감을 맛볼 수 있겠는가? 하느님이 주신 고귀한 선물, 섹스를 통해 인생을 즐길지어다.

가장 나쁜 놈보다 더 나쁜 놈은 자신은 다처제를 실천하면서 여자에게는 일부종사하라는 놈. 자신은 길거리 다니는 쭉쭉빵빵 미인들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리면서 여자들보고는 담장 밖을 쳐다보지도 말라고 하는 남자. 자신은 이 방 저 방 여관방을 전전하면서 아내한테는 이 방 저 방 다 다녀봐도 서방이 제일 좋다고 우기는 남자. 아내가 슈퍼마켓 아저씨와 다정하게 인사만 해도 눈에 쌍심지를 세우면서 여자가 헤프게 웃으면 되냐고 하는 남자, 균형 감각 없는 이런 남자는 정말 싫다. 그런데 대부분, 아니 거의 모든 남자가 이런 남자 아닌가 싶다.

--- p.92-93

추천평

오랫동안 사람은 꼭 섹스를 하고 살아야 되는 줄로 알았다. 섹스를 즐기고, 섹스의 환락에 빠져서 패가망신 일보 직전까지 가야 제대로 멋있게 사는 것인 줄로 알고 살았다. 그러나 나 자신을 솔직하게 돌이켜 보면 하고 싶은데도 못한 안타까움보다 하기 싫은데도 억지로 해치운 기억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왜 나는 즐겁지 않을까 하고 의아해하면서. 나는 몰랐다. 사람들의 취향이 갖가지인 것처럼 섹스에 대한 태도도 갖가지라는 것을. 그것을 인정하지 않아서 나는 힘들었다. 이성교제를 부추기고 섹스를 과장광고 하는 사회의 기준에 억지로 맞추려다 보니 불행했다. 나도 이제 홍석천 씨처럼 커밍 아웃을 한다. 나는 섹스가 싫다. 아주 드물게는 아닐때도 있지만. 섹스하는 것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땀 흘려 운동을 하거나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게 더 좋다.

나는 내 본성대로 살고 싶다. 나는 나니까. 작은 눈, 늘어진 피부, 큰 배와 작은 배포, 짧은 다리.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남에게 보여주고 싶다. 내 본성이 좋아하지 않는것은 이제 더 이상 하고싶지 않다. 결혼, 일부일처제, 가부장제, 의무적인 섹스, 힘겨운 다이어트. 1800년대에 이미 마르크스, 엥겔스가 일부일처제의 폐단을 이론적으로 주장했다. 2000년대의 나는 존재론적으로 일부일처제를 앓고 있는 셈이다. 망하면 마르크스, 엥겔스 탓이요. 성공하면 내 덕이라 생각하니 책을 쓰는 마음이 가볍다. 서양에는 돈을 받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직업도 있다던데 정신과 의사도 아니고, 순전히 들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데. 내 넋두리를 읽어주시는 분들께 책값을 받을게 아니라 돈을 드려야 하는게 아닐까. 출판사에는 도움 안되는 발언이겠지만.

2000년 10월 라디오 조정실에서.
--- 작가의 말

리뷰/한줄평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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