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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앞서
새잎 빈 마음 국화와 붕어 길 끝 사막, 고비에서 불씨 섬진강 제다움 가지꽃 개밥에 도토리 슬픈 우리 아빠 길은 멀어도 비 오는 날의 가단조 껍데기 세상 새나알뫼 아무도 없는 학교 금강초롱 무궁화 땅 뒤돌아보는 길 헛꿈 쓸쓸한 사람 하루살이 아리랑꽃 숨은그림찾기 해 지는 소리 갈 수 없는 고향 들에 핀 꽃 험한 산 넘어서 헛살았네 글을 마치며 |
한돌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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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 들판은 없다. 가난한 마음이라 말하지 마라. 있던 게 사라졌다 해서 초라한 것은 아니다. 푸른 들판을 보다가 겨울 들판을 보니 그러한 게지. 언 땅 밑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는 희망을 보라. 빈 들판을 어찌 가난하다 하리오.
--- p.21 빛 속의 어둠을 보라! 어둠 껍데기만 보지 말고 어둠의 빛깔을 보라! 우리네 인생은 그냥 겉으로 드러난 빛과 어둠만 본다. 빛과 어둠의 싸움이 끝나지 않는 까닭이다. --- p.144 사랑했던 사람들이 헤어지는 건 싸움 때문이 아니라 뭔가 속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사람들 마음에는 껍데기가 있다는 게 드러났다. 그리고 껍데기가 마음을 보호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 p.145 나의 껍데기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다. 슬프고 외로운 일이 닥치면 소리 없이 찾아와 나를 지켜준다. 껍데기란 그런 것이다. 나를 보호해주는 따뜻한 울타리! 원래 껍데기라는 말은 껍질이라는 말과 함께 좋은 느낌을 지닌 말이다. --- p.150 밤과 새벽 사이는 없다. 멀리서 날아온 빛이 어둠에 닿아 새벽이 되는 것처럼 내 마음에도 빛이 움트는 것 같았다. --- p.163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나마 보였던 길이 빛 속에서는 아예 보이지 않는구나. 어둠이어서 외롭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빛을 보니 더 외롭네. 쓸쓸함에도 결이 있나 보다. --- p.229 강물처럼 바람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지나가는 건 맞지만 강물보다 무거운 것들은 강바닥에 가라앉고 바람보다 무거운 쓰레기들은 여전히 땅 위에 남는다. 마음의 상처도 삶의 일부분이니까 삶과 함께 지나간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상처의 무게가 삶보다 무거우니 함께 지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 p.241 나는 사랑보다 그리움을, 기쁨보다 슬픔을 먼저 배웠다. --- p.257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해가 질 때 들려오는 소리는 내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주었다. 어떤 때는 잔잔한 강물 소리처럼 들렸고 어떤 때는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처럼 들렸다. 아침에 눈을 뜨면 문 창호지를 뚫고 들어오는 햇살 소리를 듣기도 하였다. 어쩌면 나는 들리지 않는 것을 듣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때 내가 악보를 그릴 줄 알았더라면 일찌감치 평화의 노래를 만들었을 것이다. --- pp.269-270 잊음의 경지는 사랑하면서 잊는 것이다. 사랑이 쇠하면 순수한 잊음만 남게 된다. 그리되면 찾으려고 했던 그 무엇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 p.2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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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아리랑] [개똥벌레] 작사가 한돌의 산문집
한 구절 일기처럼, 한 곡절 노래처럼 일상에서 길어 올린 빛나는 이야기들 『슬픔을 사랑한 여행자』는 국민 애송곡 [홀로 아리랑] [개똥벌레]를 탄생시킨 작곡가 한돌이 일상에서 길어 올린 성찰을 담아낸 산문집이다.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 노래를 만든 사람답게, 그의 문장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울림을 지닌다. 한돌은 명곡을 만들었던 순간들뿐 아니라, 고단했던 어린 시절과 수차례의 위기, 그리고 세월이 더해지며 조금씩 발효된 마음의 진실들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그의 노래 구절과 산문이 나란히 놓여 있기에, 우리는 한 예술가의 삶과 사유가 어떻게 서로를 비추며 한 인간을 만들어왔는지 자연스럽게 읽어낼 수 있다. 이 산문집의 문장을 읽다 보면 마치 오래 묵힌 흙독을 열어 향을 맡는 것처럼, 삶의 본질적인 냄새가 가만히 풍겨온다. 그는 화려한 말이나 철학적 개념으로 삶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오래 걸어온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순정한 방식으로 자신을 털어놓는다. 슬픔을 끌어안고, 외로움을 들여다보고, 잃어버린 것들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삶의 한복판에서 길을 찾는 방식으로. “슬픔이 나의 빈 마음을 지켜주고 있었구나” 치유는 봄이 오는 것처럼 조용히 찾아오는 것 한돌에게 슬픔은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하루의 그림자’와도 같다. 그는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내 마음 한구석에 잠자고 있던 슬픔이 햇볕을 쬐러 나왔다가 내가 잠든 사이 다시 돌아갔다. 아, 슬픔이 나의 빈 마음을 지켜주고 있었구나.” 슬픔은 그에게서 떨어져 나간 감정의 조각이 아니라, 마음의 바닥을 지탱하는 기둥 같은 존재이다. 이 책 전체를 감싸는 정조는 바로 그 깨달음이다. 슬픔은 우리가 삶을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은밀한 힘이며, 결국은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것. 그렇다고 해서 그의 글이 어둡거나 무겁지만은 않다. 오히려 슬픔과 상처를 직시하는 진솔함 때문에 문장은 더 투명해지고, 문장 사이로 스며드는 빛이 더 뚜렷하다. 그는 그 빛을 ‘새잎’에 비유한다. 미움이 오래 머물고, 후회가 뒤엉켜 있던 마음 한가운데서 어느 날 새잎 하나가 돋아나는 순간을 그는 삶의 기적으로 받아들인다. 비워야만 채워지고, 놓아야만 가벼워진다는 사실을 그는 자연의 질서를 통해 배운다. 한돌의 글에서 치유는 요란한 변화가 아니라, 마치 봄이 오는 것처럼 반드시 오지만 조용히 찾아오는 것이다. 그가 오래 품어온 기억들은 이 책에서 다시 살아난다. 국화빵 냄새가 나던 골목, 덧니를 보이며 웃던 소녀, 마음속에 늘 남아 있었으나 끝내 도달하지 못한 고향 풍경들. 어린 시절의 결핍과 상처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마음의 근육이 되었다. 한돌은 추억을 미화하지 않는다. 때로는 그 추억이 너무 가난해 쓸쓸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말한다. 그러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떠났다가 결국 빈 배로 돌아오는 경험 속에서 그는 한 가지 진실을 깨닫는다. 우리가 빈손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길 위에서 마주친 생각과 감정들은 모두 삶의 자산이 되어 우리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 “너의 별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어.” 별과 물길, 낡은 언덕, 바람 한 점, 작은 흙마을 같은 풍경…… 삶의 길목마다 담담하게 읊조리는 한돌의 인생 이야기 한돌의 글에서 ‘길’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미지다. 그는 길을 걸으며, 멈추며, 되돌아가며, 그 안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이제 더는 걷지 않겠다고 하면 바로 그 자리가 길 끝”이라는 그의 문장은 단순한 우화 같지만, 삶의 본질을 꿰뚫는다. 길은 실제로는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멈추는 순간 그곳이 곧 끝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다시 걷는다. 잘못된 길도, 돌아가는 길도, 때로는 서성이는 길도 모두 자신을 이루는 한 조각이라고 말한다. 걸음의 방식과 속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인간이 가진 위대한 자유임을 그는 삶으로 보여준다. 자연은 그의 사유의 스승이다. 별과 물길, 낡은 언덕, 바람 한 점, 작은 흙마을 같은 풍경에서 그는 삶의 원리를 읽는다. 겉으로는 단순한 자연 묘사처럼 보이는 문장들이 사실은 깊은 철학을 품고 있다. 별 하나가 어둠 속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그는 자신의 꿈이 떨어졌던 순간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너의 별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어.” 이 책을 읽는 이들은 그 문장에서 마음의 방향을 다시 세우게 된다. 깊은 상실 속에서도 아직 꺼지지 않은 빛이 있다는 사실을, 누군가가 말해주는 목소리 덕분에 비로소 믿게 된다. 『슬픔을 사랑한 여행자』는 슬픔을 극복하라는 말 대신, 슬픔과 함께 살아가도 괜찮다는 새로운 위로를 건넨다. 고통을 없애야만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슬픔을 가꾸어 살면 삶이 오히려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그의 문장은 증명한다. 이 책은 그 단순하지만 깊은 진실을 삶과 언어로 증명한 한 여행자의 기록이자, 한 시대의 노래를 만든 이가 남긴 조용한 고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