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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절절한 인연
잊으려 해도 사라지지 않는 것 13/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갔느냐! 20/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25/아홉을 주고 미처 주지 못한 하나 34/치우치거나 과하거나 부족함이 없는 것 39/살아 있는 것들은 하늘을 향해 있다 43/범부채가 나아가는 한 걸음 세상 48/산벚나무가 던져주는 기다림의 미학 53/사라진 전설이 돌아온 날 58 Ⅱ. 섬섬한 인연 나에게 소중한 선물은 당신입니다 67/우물쭈물 살다가 이럴 줄 알았지 72/꽃이 피고 비바람 불지 않아도 77/나를 꽃피우게 한 것은 빛과 바람이었다 82/희망은 보이는 것이 아닌 보는 것 87/단점이 축복이고 최고의 강점이다 92/겨울의 낭만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96/성은 꽃씨고 태생은 길이다 102/놀랍도록 황홀한 고백 106 Ⅲ. 소소한 인연 고독하지 않게 죽음을 맞이할 순 없는 것인가 113/오늘도 눈뜨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18/떠나야 비로소 보이는 마음들 122/아버지의 벌이 시가 되어 날아다니고 126/결핍이 희망이다 131/커튼을 걷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135/나와의 경쟁에서 성숙은 탄생한다 140/잠수함의 토끼 145/자연의 이치란 죽을 때 죽는 것이다 149 Ⅳ. 고고한 인연 하늘에 별 대신 유골을 쏜다 155/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160/의미가 된다는 건 재미있는 일 166/타향에서 만든 서정시 171/단장의 메아리는 끊어지지 않습니다 175/길을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마라! 179/가능하다는 것은 믿음 때문입니다 183/배려는 진짜고 가짜는 두려움이다 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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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만대장경판을 만든 나무가 지금까지는 자작나무로 알려져 왔으나, 전문가가 분석해 본 결과 64퍼센트가 산벚나무였다고 했습니다. 경판의 대부분을 산벚나무로 새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재질이 균일하고 너무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기 때문에 글자 새김에 최적격이었습니다. 아무리 경판 새김에 좋은 나무라고 해도 깊고 높은 산 깊숙이 꼭꼭 숨어 있다면 실효성이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산벚나무는 흔하기도 하지만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무껍질의 독특함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나무와는 달리 산벚나무는 숨구멍이 가로로 배열되어 있어서 멀리서도 다른 나무와 쉽게 구별이 가능합니다. 팔만대장경을 새길 당시엔 나라가 몽고군에게 유린당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대놓고 나무를 베어 올 수도 없을 때에 산벚나무는 몰래몰래 한 나무씩 베어 오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벚꽃이 하나의 상징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일본 군대나 경찰에서 계급장으로 쓰이면서부터입니다. 일본인들도 중국인이나 한국인처럼 대체로 봄꽃으로 부유함과 절개를 상징하는 매화를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사무라이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던 15~16세기에는 벚꽃놀이를 가는 것을 문벌 귀족들의 허례허식의 잔재로 여겼습니다. 사실 근대 이전엔 벚나무를 많이 심었던 민족은 조선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벚나무가 조선이 자랑하는 활을 만드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군수물자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산벚나무의 원조격인 벚나무에 대해선 많은 말들이 오르내렸습니다. 원산지가 어딘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한때 언론에선 벚나무의 원산지가 한국이라고 알려진 적도 있었습니다. 이 논란은 1930년대에 일본인 학자의 글에서 시작되었는데, 정확히 벚나무의 원산지를 말한 것이 아니라 왕벚나무의 원산지를 말했던 것입니다. 나중에 DNA 검사 등을 통해서 한국과 일본의 왕벚나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는 모르나 다른 종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 이후 벚나무의 원산지가 중국이라는 주장을 하는 등 아직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따사로운 봄날 산벚나무 옆에서 김명리 시인의 시 「산벚나무의 시간」이란 시를 음미해 봅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산벚나무의 꽃잎 중에는/미묘하게 물소리를 내는 꽃잎들이 있다/낙담한 사람들의 애간장을 쓸어 담으려고/들릴 듯 말 듯 적요한 물소리로” 소근대듯 조용히 다가오는 산벚나무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날입니다. --- 「산벚나무가 던져주는 기다림의 미학」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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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생각하고, 느끼고, 다시 보듬어주고, 위로받고, 다시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지극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무관심하고, 본체만체하고, 고개를 돌리고,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것은 사물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일상을 좀 더 보람 있게, 뜻있게, 의미 있게 가지려면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그만큼 사람과의 관계도 사물을 보듯 관심이 중요합니다. 이렇듯 우리 삶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관심이 없으면 사람으로서 도리와 구실을 할 수 없습니다. 혼자서는 다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입니다. 슬프고, 우울하고, 외롭고, 고통스럽고, 서러울 땐 누가 옆에 있어 주길 바랍니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사람들은 위안 받고 싶어집니다. 그 위안이 될 수 있는 것 중에 간접 체험이란 묘약이 하나 있습니다. 그 교본은 바로 책입니다. 책은 강요하지 않습니다. 충고하지도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원하는 대로, 느끼는 대로 전하기만 할 뿐입니다. 또한 생각의 자유까지 덤으로 줍니다. 이 책 『솜솜한 인연』이 여러분의 관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삶에 잎을 틔우는 데 밑거름이 되길 소망해 봅니다.
-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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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 없는 글은 고백 같다. 읽고 있으면 막 베고 난 뒤의 풀 냄새 같은 것이 가슴에 차오른다. 왜 지나간 감정은 사용하고 난 뒤의 나무젓가락 꼴이 되는지 이 책 속 사람의 물결 속에서 잠시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워지는 얼굴들이 하나씩 늘어간다는 건 그만큼 잘 잊는 일을 했던 것일 텐데 ‘솜솜하다’라는 말에 잊고 싶지 않은 인연도 많음을 알게 된다. 내가 잊어버리는 얼굴이 많으면 많을수록 반대로 나를 잊어버리는 사람도 많을 텐데 『솜솜한 인연』을 읽고 인연들이 자꾸 말을 걸어와서 밤길을 돌고 돌아 오래 걸었다. 그 길이 이 책에 나오는 따스한 시골길만 같아서 마냥 걸었다. 좋은 산문은 어느 방향으로 길을 가리킨다. 책에 나오는 사람들을 일일이 만나고 싶은, 마치 입속에서 번져드는 ‘밤꿀’ 향처럼 착착 감기는 맛이 그 방향이라 말할 수 있겠다. 좋은 순간이 쌓이는 삶은 결국 ‘귀한 인생’으로 연결된다고 믿는데, 이위발 시인 참 잘 살았다! - 이병률 (시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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