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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전 시집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탄생100주년·서거70주년 기념시집
박인환
스타북스 202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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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명동멋쟁이 박인환의 탄생 100주년에
『박인환 전 시집』 독자들에게

1. 사회 참여의 적극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시

남풍 | 자본가에게 | 고리키의 달밤 | 인도네시아 인민에게 주는 시 | 서적과 풍경 | 거리 | 정신의 행방을 찾아 | 열차 | 벽 | 학살된 신화 | 미래의 창부 | 1950년의 만가

2. 6.25를 겪은 가족과 사회를 보여주는 시

침울한 바다 | 어린 딸에게 | 세 사람의 가족 | 센티멘털 저니 | 주말 | 약속 | 목마와 숙녀 | 세월이 가면 | 불행한 신 |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 | 1953년의 여자에게 | 무희가 온다 하지만 | 환영의 사람 | 얼굴 | 불행한 샹송 | 사랑의 Parabola | 무도회 | 나의 생애에 흐르는 시간들 | 일곱 개의 층계 | 지하실 | 기적인 현대 | 문제되는 것 | 죽은 아폴론 | 옛날의 사람들에게

3. 미국 여행의 체험을 통한 외국에 대한 시

수부들 | 새벽 한 시의 시 | 충혈된 눈동자 | 여행 | 어느 날 | 에버렛의 일요일 | 어느 날의 시가 되지 않는 시 | 십오일 간 | 다리 위의 사람 | 투명한 버라이어티 | 인천항 | 세토 내해 | 식민항의 밤 | 태평양에서 | 바닷가의 무덤 | 이국 항구 | 하늘 아래서

4. 6.25를 겪으면서 변모해 가는 모습의 시

행복 | 살아 있는 것이 있다면 | 낙하 | 검은 강 | 검은 신이여 | 서부전선에서 | 불신의 사람 | 신호탄 |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할 때 | 눈을 뜨고도 | 회상의 긴 계곡 | 밤의 미매장 | 종말 | 미스터 모의 생과 사 | 밤의 노래 | 최후의 회화 | 어떠한 날까지 | 의혹의 기 | 새로운 결의를 위하여 | 한 줄기 눈물도 없어 | 이 거리는 환영한다

5. 자연을 노래한 서정시와 추가 발굴한 시

언덕 | 고향에 가서 | 인제 | 전원 | 식물 | 서정가 | 장미의 온도 | 영원한 일요일 | 구름 | 봄 이야기 | 봄은 왔노라 | 5월의 바람 | 3.1절의 노래 | 구름과 장미 | 봄의 바람 속에 | 가을의 유혹 | 즐겁지 않은 계절 | 대하 | 도시의 여자들을 위한 노래

6. 영화를 좋아한 시인의 영화 평론과 수필

‘버지니아 울프’의 인물과 작품세계의 여류작가 군상 | 크리스마스와 여자 | 회상/우리의 약혼시절 - 환경에의 유혹 | 아메리카 영화 시론

부록
조명제의 ‘시인 박인환’ 1부: ‘통속시인’이라는 경멸과 편견 속에 방치된 모더니스트 박인환은 센티멘털리즘의 통속 시인인가? - 조명제
조명제의 ‘시인 박인환’ 2부: 곡해(曲解)와 편견으로 매장된 대표적 모더니스트 시인 - 조명제
박인환 시를 위한 여행: 박인환 시인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을 찾다 - 민윤기
박인환 시 목록 - 발표순
박인환 연보

저자 소개1

Park In-hwan,朴寅煥,

1926년 강원도 인제군 인제면 상동리에서 출생했다. 인제공립보통학교 입학, 서울 덕수공립보통학교 4학년에 편입, 경기공립중학교에 입학, 경기공립중학교 자퇴하고 한성중학교에 다니다 명신중학교 4학년에 편입, 평양 의학 전문학교를 다니다가 8·15 광복을 맞으면서 학업을 중단, 종로 2가 낙원동 입구에 서점 ‘마리서사(茉莉書舍)’를 개업했다. 조선청년문학가협회 시부가 주최한 ‘예술의 밤’에 참여하여 시 「단층」(斷層)을 낭독하고, 이를 예술의 밤 낭독시집인 『순수시선』(1946)에 발표함으로써 등단했다. 1948년 김경린, 김경희, 김병욱, 임호권과 『신시론』 발간했다. 1949
1926년 강원도 인제군 인제면 상동리에서 출생했다. 인제공립보통학교 입학, 서울 덕수공립보통학교 4학년에 편입, 경기공립중학교에 입학, 경기공립중학교 자퇴하고 한성중학교에 다니다 명신중학교 4학년에 편입, 평양 의학 전문학교를 다니다가 8·15 광복을 맞으면서 학업을 중단, 종로 2가 낙원동 입구에 서점 ‘마리서사(茉莉書舍)’를 개업했다.
조선청년문학가협회 시부가 주최한 ‘예술의 밤’에 참여하여 시 「단층」(斷層)을 낭독하고, 이를 예술의 밤 낭독시집인 『순수시선』(1946)에 발표함으로써 등단했다. 1948년 김경린, 김경희, 김병욱, 임호권과 『신시론』 발간했다. 1949년 김경린, 김수영, 임호권, 양병식과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발간했으며, 동인그룹 김경린, 김규동, 김차영, 이봉래, 조향 등과 ‘후반기’를 발족하여 활동하였다. 「거리」「남품」「지하실」 등을 발표하는 한편 「아메리카 영화시론」을 비롯한 많은 영화평을 썼고, 1949년엔 김경린, 김수영 등과 함께 5인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발간하여 본격적인 모더니즘의 기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1950년 [경향신문] 입사 후 6·25 동란이 일어나자, 9·28 수복 때까지 지하생활을 하다가 가족과 함께 대구로 피난, 부산에서 종군기자로 활동했다. 1952년 존 스타인벡의 기행문 『소련의 내막』 번역해서 간행하였으며, 6월 16일「주간국제」의 ‘후반기 동인 문예’ 특집에 평론 발표했다. 1954년 유두연, 이봉래, 허백년, 김규동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 발족하였다. 1955년 시작품 『목마와 숙녀』(시작), 『박인환 시선집』, 『선시집』을 간행하였고 그 다음 해인 1956년에 시작품 「세월이 가면」 이진섭 작곡으로 널리 불리다 3월 20일 오후 9시 심장마비로 31세 젊은 나이에 자택에서 타계해 3월 22일 망우리 공동묘지에 안장되었다. 1959년 3주기를 맞아 윌러 캐더의 장편소설 『이별』 번역해서 간행되었으며, 그가 사망한지 20년 후인 1976년에 시집 『목마와 숙녀』가 간행되었다.
혼란한 정국과 전쟁 등의 당대 상황에서 적지 않은 총 173편의 작품을 남기고 타계한 박인환 시인은, 암울한 시대의 절망과 실존적 허무를 피에로의 몸짓으로 대변한 당대의 정신적 제왕이자 모더니즘, 리얼리즘, 실존주의의 시세계를 구축하며 전후 문단의 지평을 넓힌 기린아였다. 전쟁의 충격에 함몰되지 않고 시인다운 세계 인식을 가지려 노력하며 자신이 살아가는 황폐한 시대를 새로운 시 형식으로 반영한 그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미학과 역사성이 결합하는 접점을 확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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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140*210*20mm
ISBN13
9791157957866

책 속으로

제국주의의 야만적 제재는
너희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욕
힘 있는 대로 영웅되어 싸워라
자유와 자기 보존을 위해서만이 아니고
야욕과 폭압과 비민주적인
식민정책을
지구에서 부숴내기 위해
반항하는 인도네시아 인민이여
최후의 한 사람까지 싸워라

참혹한 몇 달이 지나면
피 흘린 자바 섬에는
붉은 칸나꽃이 피려니
죽음의 보람이 남해의 태양처럼
조선에 사는 우리에게도 빛이려니
해류가 부딪히는 모든 육지에선
거룩한 인도네시아 인민의
내일을 축복하리라

사랑하는 인도네시아 인민이여
고대 문화의 대유적 보로부두르의 밤
평화를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가메란에 맞추어 스림피로
새로운 나라를 맞이하여라
--- pp.28-29 「인도네시아 인민에게 주는 시」 중에서

기총과 포성의 요란함을 받아가면서
너는 세상에 태어났다 주검의 세계로
그리하여 너는 잘 울지도 못하고
힘없이 자란다.

엄마는 너를 껴안고 삼 개월 간에
일곱 번이나 이사를 했다.

서울에 피의 비와
눈바람이 섞여 추위가 닥쳐 오던 날
너는 입은 옷도 없이 벌거숭이로
화차(貨車) 위 별을 헤아리면서 남으로 왔다.

나의 어린 딸이여 고통스러워도 애소(哀訴)도 없이
그대로 젖만 먹고 웃으며 자라는 너는
무엇을 그리우느냐.
--- p.50 「어린 딸에게」 중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을 위해 시를 읽으면
공백한 종이 위에
그의 부드럽고 원만하던 얼굴이 환상처럼 어린다.
미래에의 기약도 없이 흩어진 친우는
공산주의자에게 납치되었다.
그는 사자(死者)만이 갖는 속도로
고뇌의 세계에서 탈주하였으리라.

정의의 전쟁은 나로 하여금 잠을 깨운다.
오래도록 나는 망각의 피안에서 술을 마셨다.
하루하루가 나에게 있어서는
비참한 축제이었다.
그러나 부단한 자유의 이름으로서
우리의 뜰 앞에서 벌어진 싸움을 통찰할 때
나는 내 출발이 늦은 것을 고한다.

나의 재산… 이것은 부스럭지
나의 생명… 이것도 부스럭지
아 파멸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이냐.
--- pp.62-63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 중에서

그날 당신은
동경제국대학 부속병원에서
천당과 지옥의 접경으로 여행을 하고
허망한 서울의 하늘에는 비가 내렸다.

운명이여.
얼마나 애타는 일이냐.
권태와 인간의 날개
당신은 싸늘한 지하에 있으면서도
성좌(星座)를 간직하고 있다.

정신의 수렵을 위해 죽은
랭보와도 같이
당신은 나에게
환상과 흥분과
열병과 착각을 알려 주고
그 빈사의 구렁텅이에서
우리 문학에
따뜻한 손을 빌려 준
정신의 황제.
--- pp.82-83 「죽은 아폴론」 중에서

태평양에 안개가 끼고 비가 내릴 때
검은 날개에 검은 입술을 가진
갈매기들이 나의 가까운 시야에서 나를 조롱한다.
‘환상’
나는 남아 있는 것과
잃어버린 것과의 비례를 모른다.
옛날 불안을 이야기했었을 때
이 바다에선 포함(砲艦)이 가라앉고
수십만의 인간이 죽었다.
어둠침침한 조용한 바다에서 모든 것은 잠이 들었다.
그렇다. 나는 지금 무엇을 의식하고 있는가?
단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서.

바람이 분다.
마음대로 불어라. 나는 덱에 매달려
기념(紀念)이라고 담배를 피운다.
무한한 고독. 저 연기는 어디로 가나.

밤이여. 무한한 하늘과 물과 그 사이에
나를 잠들게 해라.
--- pp.112-113 「태평양에서」 중에서

입술에 피를 바르고
미스터 모는 죽는다.

어두운 표본실에서
그의 생존 시의 기억은
미스터 모의 여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원인도 없이
유산은 더욱 없이
미스터 모는 생과 작별하는 것이다

일상이 그러한 것과 같이
주검은 친우와도 같이
다정스러웠다.

미스터 모의 생과 사는
신문이나 잡지의 대상이 못된다
오직 유식한 의학도의
일편(一片)의 소재로서
해부의 대(臺)에 그 여운을 남긴다.
--- p.144 「미스터 모(某)의 생과 사」 중에서

인제
봄이면 진달래가 피었고
설악산 눈이 녹으면
천렵 가던 시절도
이젠 추억.

아무도 모르는 산간벽촌에
나는 자라서
고향을 생각하며 지금 시를 쓰는
사나이
나의 기묘한 꿈이라 할까
부질없구나.

그곳은
전란으로 폐허가 된 도읍
인간의 이름이 남지 않은 토지
하늘엔 구름도 없고
나는 삭풍 속에서 울었다
어느 곳에 태어났으며
우리 조상들에게 무슨 죄가 있던가.
--- p.166 「인제(麟蹄)」 중에서

겨울의 괴로움에 살던 인생은 기다릴 수 있었다.
마음이 아프고 세월은 가도 우리는 삼월을 기다렸노라.

사랑의 물결처럼
출렁거리며 인생의 허전한 마음을 슬기로운
태양만이 빛내 주노라.

전화(戰火)에 사라진
우리들의 터전에
페르스네즈의 꽃은 피려니
‘세계가 꿈이 되고
꿈이 세계가 되는’
줄기찬 봄은 왔노라.
--- p.178 「봄은 왔노라」 중에서

울프는 지적인 여성으로서는 전 시대의 깊은 인습을 버리고 자유스러운 생각을 하는 두뇌를 가지고 있으나 일면에서는 이와 같은 빅토리아 시대 후기의 로맨틱한 심미주의를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실험 이면에는 이와 같은 영문학의 전통도 숨어있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등대로》에서 일전하여 《올랜도》, 《파도》(1931), 《플러시》와 계속하는 세 편의 작품은 일견 기발한 그의 재기를 대담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파도》는 여섯 명의 남녀의 유년 시대에서 중년에까지 인생경로를 모놀로그의 배치에 의한 희곡적 형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재미있는 착상이나 조금 무리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올랜도》와 《플러시》는 전기(傳記)라고 되어 있으나 두 개가 다 허구의 전기, 즉 전기의 형식을 빌린 소설인 것이다.
--- pp.196-197 「'버지니아 울프’의 인물과 작품, 세계의 여류작가 군상(群像)’」 중에서

밤은 깊어졌다. 교회의 앞을 지난 때 요란스럽게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찬미가가 들린다. 마치 술 취한 나를 비웃는 듯이….
골목길을 지나 막 다음 골목으로 빠지려고 할 때 한 소녀가 울고 있었다. 보통 때 같으면 물어볼 필요도 없었지만 술의 힘을 빌려 왜 우는가를 물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날 밤의 죽음 나는 술이 활짝 깼다. 집이라고는 말뿐 판잣집 속 희미한 등불 아래에서 그의 어머니도 역시 흐느껴 울고 있다.
그래서 지나가는 행인의 친절로 주머니 속에 있던 돈을 모조리 꺼내어 조위금으로 털어 버렸다. 그의 아버지가 무엇을 하던 사람인가. 그 소녀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 필요도 없이 나는 그들이 거절하는 것을 뿌리치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역할을 했을 따름이다.
--- p.201 「크리스마스와 여자」 중에서

우리는 지금 경제적으로 그리 풍요한 것이 못 됩니다. 하지만 내 아내는 그러한 장려가 되어도 참아 살아갈 것을 약혼시절에 이미 각오한 모양이고 정신의 존귀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을 부러워할 줄 알아야 되는 것을 상기한 여러분한테서 배웠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 무렵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 읽고 난 책은 반드시 상대에게 빌려주고 남자를 이해하고 함께 오래 살아가려면 내가 본 책을 반드시 읽어달라고 권했습니다.
며칠 후면 독후감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화제가 되어 우리는 서적의 인물이나 작가의 의도와 사상에 관해 참으로 진지한 의견도 교환하였습니다. 물론 다른 약혼자들도 그러할 줄 아오나 좋은 일을 나도 했고 나하고 자찬을 합니다.
--- p.203 「회상/우리의 약혼시절 - 환경에의 유혹」 중에서

여기에 쓴 작품 「아메리카의 비극」, 「대지」, 「비는 온다」, 「공작부인」 등은 조선에서도 상영되었는데 놀랄 만한 사실은 영화는 소설의 일부분만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땅 위의 모든 것과 천국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탈출」 같은 작품도 근일 중 상영될 것이다. 외지의 평을 보면 상기한 영화는 소설이 가지고 있는 표현의 반도 없다는 것이다. 영화에는 소설의 골격만 앙상하게 남길 뿐이요 영화로서의 특별한 조합은 도저히 만들기 힘든 모양이다.
이제부터 아메리카 영화도 소설을 영화화하는 중 차차 그 표현의 범위도 넓어질 것이고 그들이 이러한 문학작품을 추종하는 동안에 문학에 떨어지지 않을 만한 영화를 만들 것이다. 또 거기에 문학 자체가 아메리카의 현재의 생활과 인간정신의 심각한 면을 그리기 위하여 애쓰고 있는 까닭에 아메리카의 소설로부터 영화화된 작품은 아메리카의 생활의 표현으로서 보통의 영화보다도 대단한 흥미가 있을 것이다.

--- p.210 「아메리카 영화 시론(試論)」 중에서

출판사 리뷰

『목마와 숙녀』를 넘어, 도시의 불안과 사랑을 온몸으로 쓴 시인!
신문·잡지 발표작을 포함해 미수록 작품까지 아우른 모든 시를 한 권에 담아
시 세계를 전집 형식으로 재구성한 박인환의 문학의 결정판!!

1. 도시의 밤을 시로 기록한 시인, 박인환


박인환은 한국 현대시에서 ‘도시’를 본격적으로 감각의 중심에 놓은 시인이다. 그는 전후 서울의 거리와 술집, 다방과 영화관, 예술가들의 우정과 불안을 자신의 삶과 시 속으로 끌어안으며, 개인적 체험과 시대적 감정을 분리하지 않았다. ‘명동의 모던보이’, ‘명동백작’이라는 별명은 단순한 풍문이 아니라, 박인환이라는 시인이 통과한 삶의 장소이자 시적 좌표를 가리킨다.

한국전쟁 이후의 사회는 급속히 재편되고 있었고, 도시는 새로운 욕망과 상실이 교차하는 공간이 되었다. 박인환은 그 변화의 한복판에서, 전쟁 이후의 허무와 불안, 사랑과 상실, 예술가로서의 고독을 감각적인 언어로 붙잡아 냈다. 그의 시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교훈이나 이념으로 환원되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 있음의 감정’을 기록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박인환은 당대 시단 안에서도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2. 대표작 너머의 박인환을 읽다

박인환의 이름은 「목마와 숙녀」와 함께 기억된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로 시작하는 이 시는 전후 도시인의 불안과 패배, 허무와 감각을 한 편의 서정으로 고정시킨 작품이다. 이 시가 오늘날까지도 가장 자주 낭송되고 인용되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시대 회고가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도시적 정서’를 현재형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세월이 가면」 역시 박인환 시 세계를 상징하는 작품이다. 사랑의 상실을 담담하게 응시하는 이 시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발표 직후 시인이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 시’로 남았다는 사실은, 작품을 둘러싼 서사를 더욱 강하게 각인시켜 왔다.

그러나 박인환은 몇 편의 대표작으로만 환원되기에는 훨씬 더 복합적인 시인이다. 그는 사회와 시대, 전쟁과 도시, 여행과 이국, 고향과 계절, 자연과 서정을 동시에 끌어안으며 시의 방향을 끊임없이 변화시켜 왔다. 『박인환 전 시집』은 바로 그 다면성을 한 권 안에서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데 목적을 둔다.

3. 미수록 작품의 발굴, 전집으로서의 의미

이번 『박인환 전 시집』은 단순한 선집이나 재편집 시집이 아니다. 이 책은 박인환이 생전에 신문과 잡지에 발표했으나 기존 시집들에 수록되지 못했던 작품들을 오랜 시간에 걸쳐 발굴·정리해 함께 묶은 기념판 전집 성격의 시집이다.

그동안 독자들은 제한된 작품군을 통해 박인환을 이해해 왔다. 그러나 이번 전집은 발표 지면과 원고 단위를 기준으로 시인의 시적 행보를 다시 복원하며, 박인환 문학의 확장과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박인환이 특정 이미지나 정조에 머문 시인이 아니라, 시대와 현실에 반응하며 언어의 결을 바꾸어 온 시인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 전집은 박인환을 다시 읽는 작업이자, 그의 시를 ‘전체로서’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4. 주제별 6부 구성, 입체적인 시 세계

『박인환 전 시집』은 발표순 배열 대신, 시인의 면모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6부 주제별 구성을 택했다.
1부에는 사회 참여적 성격이 뚜렷한 작품들을,
2부에는 6·25 전쟁 이후의 가족과 사회, 1950년대 소시민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3부에는 미국 여행 체험과 ‘아메리카 시편’을 포함한 여행·외국 관련 작품들을 묶었다.
4부에서는 전쟁을 통과하며 변화하는 시인의 시선을,
5부에서는 고향·계절·자연의 서정과 새롭게 발굴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6부에는 시와 더불어 영화평론과 산문을 수록해, ‘영화를 사랑한 시인’ 박인환의 또 다른 언어를 함께 조명한다.
이러한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박인환을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선과 감각을 지닌 시인으로 읽게 한다.

5. 센티멘털리즘에 대한 재평가

박인환 문학은 오랫동안 ‘센티멘털하다’, ‘허무주의적이다’라는 평가 속에서 충분히 읽히지 못한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센티멘털리즘은 가벼운 감상이 아니라, 전후 도시인의 불안을 외면하지 않기 위한 가장 정직한 태도였는지도 모른다. 박인환은 상처 입은 시대를 냉소로만 바라보지 않았고, 감정을 숨기지도 않았다. 그는 흔들리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시대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갔다. 『박인환 전 시집』은 이러한 평가를 작품 전체로부터 다시 시작하게 한다. 개별 작품이 아니라 전편을 통과해 읽을 때, 박인환 시의 감각은 한층 더 선명해진다.

6. 다시, 오늘의 독자에게

박인환의 시는 특정 세대의 향수가 아니라, 오늘의 도시를 살아가는 독자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불안과 상실, 사랑과 고독, 예술과 삶 사이에서 흔들리는 감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박인환 전 시집』은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박인환 문학을 다시 정확히 읽고, 널리 소개하며, 바르게 연구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명동의 거리와 도시의 밤, 그 위에 남겨진 시의 감각이 다시 살아나, 오늘의 독자에게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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