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선험철학으로서의 담론학
2. 비교 담론학 서설 3. 감성적 언표들 4. 담론의 시대와 언어의 수난 5. 글쓰기에 관하여 6.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하여 |
이정우의 다른 상품
|
1990년대는 1980년대로부터의 부분 단절을 통해 형성되었다. 90년대는 80년대 한국 사회를 형성했던 모순들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무지한 관료들, 지역 감정에 의거한 선거, 공룡처럼 커가는 몇몇 재벌들과 도미노처럼 무너져 가는 중소 기업들, 황금 만능주의, 주술적 담론들의 팽배, 메말라 가는 이웃들 등의 모순은 80년대나 90년대나 여전하다. 그러나 80년대와 단절을 이루는 모순도 있다.
90년대에 들어와 거의 폭발적으로 증폭된 모순은 다름아닌 문화적 모순이다. 영상 언어의 득세, 인스턴트 문화의 팽배, 언어 인플레이션, 고급 문화의 저질화 등, 이제 바야흐로 딴따라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문화적 모순은 고립된 별개의 모순이 아니다. 다른 형태의 모순들도 오늘날에는 문화적-담론적 형태로 나타난다. 90년대의 사유는 이 문화적 모순을 사유해야 한다. 문화적 모순은 대중 사회의 도래와 더불어 형성되었다. 대중 사회의 빛과 그늘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논의해 왔다. 대중 사회는 다수의 인간이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회인가 하면 가짜가 진짜를, 저질 문화가 고급 문화를 질식시키는 사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대중'이란 무엇인가? 대중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중의 개념이 확립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대중이란 실체가 아니라 속성을 의미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대중이란 특정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기본적인 한 속성이다. 시내에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홍콩의 무협 영화를 보거나, 신문, 잡지를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얻을 때,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사람들로 빽빽이 들어찬 통로를 걸어갈 때, 야구장에서 장종훈의 홈런에 열광할 때, 우리는 누구나 대중으로서 존재한다. 즉 대중성이란 한 특정한 인간이 내포하고 있는 특징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가 세상 속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방식들 중 하나이다. 이 점에서 인간의 대중적 존재 양식을 분석한 실존주의자들의 '일상성' 개념은 탁월하다. 그러나 인간의 존재 양태를 현상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사태의 반쪽을 보여 주는 것에 그친다. 중요한 것은 그 존재 양태가 인간의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즉 오늘날 인간의 중요한 존재 양태인 대중성은 자본주의 경제와 대중 문화라는 구체적인 사회-역사적 장에 대한 분석 없이는 이해할 수 없다. 대중성이란 특정한 인간이 내면에 갖추고 있는 속성이 아니다. 대중인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이 구분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대중성이란 누구든 그 안에 들어가면 대중으로 화하는 그러한 외재적 장이다. 중요한 것은 이 외재적 장을 분석하는 것이다. 현대인은 누구나 대중으로서 존재한다. 대중이라는 존재 방식은 현대인의 삶을 규정하는 기본 조건이다. --- pp.135-137 |
|
철학자 이정우 씨의 저서 『가로지르기』가 도서출판 산해의 '철학아카데미' 시리즈 중 하나로 개정, 출간되었다. 저자는 『담론의 공간』에서 간략하게 제시했던 담론학의 구도를 보충하며 그를 통해 1990년대를 개념화했다. 저자가 생각한 1990년대는 기존의 정치적, 사회적 모순까지도 뒤흔드는 문화적 모순의 시대였고, 저자는 이 모순의 장을 가로지르면서 사회, 문화 전 방위에서 철학은 그러한 모순과 투쟁하는 反담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3년이 지난 지금, 과연 철학은 가로지르기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는지, 다시 한번 성찰해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