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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국의 역사와 허구의 현장을 찾아서
유비와 장비의 고향, 하북성 탁주 화타와 조조의 고향, 안휘성 박주 세 영웅의 등장 무대, 호뢰관 '두침낙양' - 관림을 보다 제갈량 최후의 전장, 오장원 유비의 이상이 담긴 요충지, 한중 촉도난 - 광원에서 성도까지 장강의 물결 속에 묻힌 영웅들 - 운양, 봉절, 장강삼협 장비와 조운이 맹활약한 당양 관우가 지켰던 삼국 각축의 요충지, 형주 삼고초려의 고장, 양번 적벽대전의 현장을 찾아서 진강의 감로사 무석에서 되살아난 유비, 관우, 장비 2. 삼국연의 주요 인물론 관우 제갈량 유비 장비 조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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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호뢰관의 싸움은『삼국연의』제5회 '여러 제후들에게 조서를 내려 조조에게 응하고, 관을 칠 때 세 영웅이 여포와 싸우다'에 잘 묘사되어 있다.
한창 의논들을 하고 있는 중에 여포가 다시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싸움을 돋우는 통에 팔로(八路) 제후가 일제히 말을 타고 나갔다. 공손찬이 창을 휘두르며 몸소 나가 여포와 싸우는데 두어 합(合)이 못 되어 패해서 달아나는 걸 여포가 적토마(赤兎馬)를 몰아 그 뒤를 쫓는다. 본래 그 말은 하루에 천리를 가는 터이라 바람처럼 날래다. 어느 결에 따라잡으며 여포가 화극(畵戟)을 번쩍 들어 공손찬의 등 한복판을 겨누고 내지르려 할 때, 곁에서 한 장수가 고리눈 부릅뜨고 범의 나룻 거스르고 장팔사모(丈八蛇矛) 꼬나잡고 나는 듯이 말을 몰아 나오며 소리친다. "성 셋 가진 종놈아, 도망 말라. 연인(燕人) 장비 예 있다!" 여포가 그를 보고는 공손찬을 버려두고 장비에게로 달려든다. 장비는 정신을 가다듬어 여포와 어우러져 싸웠다. 그러나 연달아 50여 합을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는다. 관운장(關雲長)이 이것을 보고는 말을 몰아 82근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를 흔들면서 장비와 함께 여포를 협공한다. 세 필 말이 고무래 정(丁)자로 어우러져 싸우는데 30합에 이르러도 두 사람이 여포를 쓰러뜨리지 못한다. 이것을 보고 유현덕(劉玄德)이 쌍고검(雙股劍)을 쥐고 황종마 급히 몰아 옆구리로 뛰어들어 싸움을 도왔다. 세 사람이 여포를 둘러싸고서 등잔을 돌듯이 싸우니, 팔로의 인마(人馬)가 모두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다. 여포가 마침내 배겨내지를 못하고 화극을 번개같이 들어서 짐짓 현덕의 면상을 찌를 듯이 하니, 현덕이 놀라서 급히 몸을 틀어 피한다. 여포는 그 틈을 타서 화극을 거꾸로 끌며 말을 몰아 달아난다. 세 사람이 이것을 그대로 버려둘 리 있으랴. 그대로 말을 달려 그 뒤를 쫓는다. 팔로 군사들이 크게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내달려 싸우려 한다. 여포의 군사들이 앞을 다투어 관(關)을 바라고 도망하는데 현덕과 관우, 장비가 그대로 뒤를 쫓는다. 이 싸움으로 인해 원소는 중원으로 통하는 요충지인 이곳을 점거하게 되고, 유비, 관우, 장비는 그들의 혁혁한 무공을 뽐내며 중앙 정치무대에 진출하게 되는 것이다.『삼국연의』중의 이 장면을 생각하노라니 마치 당시의 전투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였다. 여포를 에워싼 유비, 관우, 장비의 모습. 결과는 여포의 패배로 끝을 맺지만, 이들 셋을 맞이하여 조금도 굴하지 않고 싸움을 하는 여포의 모습에서 진정한 무인의 기풍이 엿보이는 듯 싶었다. 그가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고 주인을 잘 만났더라면, 과연 여포에 대한 후세인들의 평가는 어떠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러한 생각에서 깨어났을 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온통 옥수수밭이었다. 이것을 보니『삼국연의』를 보면서 가졌던 의문이 다시 떠올랐다. 양군이 이곳에 대치하고 있을 적에 동탁의 군대는 20만여 명이었고 원소의 연합군은 30만여 명이었다고 하였는데, 그 많은 군사들이 과연 무엇을 먹고 전쟁에 임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이에 대해 삼국지 전문가인 선 보쥔 선생에게 물으니 당시의 군사들은 지금의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이 하루에 세 끼를 먹은 것이 아니라 두 끼 정도를 먹었으며, 주식도 쌀이 아니고 바로 우리 눈앞에 펼쳐져 보이는 옥수수였다고 답을 해준다. 이 옥수수가 말의 사료로서만이 아니라 사병들의 식량으로도 쓰였다는 그 말에 당시 군사들의 처량한 모습과 비참한 생활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 pp.45-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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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나는 청소년의 세계관 형성이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지침으로서『삼국연의』보다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책은 드물 것이다. 이는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류의 삶을 바로 이 소설을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독자들에게 우리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를 중심 인물인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조의 행위를 통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흔히 '칠실삼허(七實三虛)'라고 하여 정사『삼국지』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3할의 허구를 더한 이 소설은 무려 14세기에 걸쳐 다듬어지고 보완되어 명나라 초에 나관중의『삼국연의』로 완성되고, 청나라 초기에 모종강본으로 정착된다. 그렇듯 오랜 세월에 걸쳐 중국인의 정서와 이상을 담아낸 책이기에 오늘날도 중국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는『삼국연의』만 전문으로 연구하는 전공자가 따로 있을 뿐 아니라 TV드라마 <삼국연의> 촬영 세트장을 무석에 마련하여 주요 현장들을 재현해놓고 관광자원으로 삼고 있다 (몇 년 전에 드라마로 방영되어 중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도 방영된 바 있음). 국내 각 대학 중문과 교수들이 팀을 꾸려『삼국연의』의 현장을 찾았다.『삼국연의』와 관계 있는 주요 역사의 현장을 거의 빼놓지 않고 다 찾아다니며『삼국연의』의 역사와 허구의 현장을 확인한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삼국연의』는 '제갈량전(傳)'이라 할 정도로 주인공인 유비보다는 제갈량의 명성이 더 크다. 또 유비를 형으로 모시고 아우 장비를 거느리면서 보여준 관우의 행위는 중국인의 마음속에서 지(知), 인(仁), 용(勇)을 갖춘 이상적 의인의 그것으로 자리잡고 있어, 오늘날 자연스럽게 민간신앙의 주인공으로 삶 속에 파고들어 있다. 조조의 고향 안휘성 박주에서 현실의 승리자였던 조조는 지워진 존재였고, 그곳 출신의 명의 화타의 고향으로서 전국 최대의 약령시장으로 번성하고 있었다. 그곳 사람들은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충의를 저버린 조조가 자기 고장 출신이라는 사실을 이미 오래전에 지워버렸던 것이다. 조조 하면 간신배의 전형으로 연상되도록 묘사된 소설『삼국연의』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또 이 책에서는『삼국연의』의 주인공인 관우, 제갈량, 유비, 장비, 조조에 대한 인물론을 덧붙여 인물과 작품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왔다. 유비, 제갈량, 관우, 장비가 초인간적인 덕성과 무용을 가진 영웅 집단으로, 조조가 간신배의 전형으로 일반민중의 뇌리에 각인되어나가는 역사적 맥락과 이념적 배경까지를 추적함으로써 허구(소설)인『삼국연의』를 보는 객관적인 시각을 제공해준다. 정사『삼국지』와 소설『삼국연의』, 오늘의 역사 현장을 두루 아울러낸 이 책은『삼국연의』의 정수에 다가가는 생생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