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서문
| 1장 | 광염 소나타 | 2장 | 명문 | 3장 | K박사의 연구 | 4장 | 어떤날 밤 | 5장 | 무능력자의 아내 | 6장 | 사기사 | 7장 | 벗기운 대금업자 | 8장 | 안 돌아오는 사자 |
金東仁, 금동琴童, 춘사春士
김동인의 다른 상품
|
독자는 이제 내가 쓰려는 이야기를, 유럽의 어떤 곳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하여도 좋다. 혹은 사십 오십 년 뒤에 조선을 무대로 생겨날 이야기라고 생각하여도 좋다. 다만, 이 지구상의 어떠한 곳에 이러한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있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능성뿐은 있다. 이만치 알아두면 그만이다.
그런지라, 내가 여기 쓰려는 이야기의 주인공 되는 백성수(白性洙)를 혹은 알벨트라 생각하여도 좋을 것이요 짐이라 생각하여도 좋을 것이요 또는 호모(胡某)나 기무라모(木村某)로 생각하여도 괜찮다. 다만 사람이라 하는 동물을 주인공삼아 가지고 사람의 세상에서 생겨난 일인 줄만 알면. 이러한 전제로써, 자 그러면 내 이야기를 시작하자. --- 「광염 소나타」중에서 어떤 날(여름일세) 박사는 책을 보고 있고 나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 같이 앉았노라는데 박사가 머리를 번듯이 들더니, “자네, 똥 좀 퍼 오게.” 하데 그려. 이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겠나. 그래서 똥이란 대변이냐고 물었더니, 대변 아닌 똥도 있느냐고 그래. 그래서 무슨 검사라도 할 일이 있는가 하고, “뉘 변을 말씀이외까?” 했더니 벌컥 성을 내면서 뉘 똥이든 퍼오라데 그려. 너무 어망처망하여 가만있었지. 글쎄(의사는 아니지만) 검사라도 할 양이면 뉘 변이든 지적을 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박사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노라니깐 채근도 없어. 흥, 잊었구나 하고 다시 앉으려 하니까, "퍼 왔나?” --- 「K박사의 연구」중에서 기차는 떠났다. 어두컴컴한 가운데로 사라지는 평양 정거장이며 한 떼씩 몰려서있는 전송인들의 물결을 내다보고 있던 영숙이는 몸을 덜컥하니 교자 위에 내던졌다. 그리고 왼편 손을 들어서 곁에 앉아 있는 어린딸 옥순이의 머리를 쓸었다. “옥순아, 집에 도로 가고 싶지 않니?” 옥순이는 무엇이라 입을 움찔거렸다. 그러나 기차의 덜걱거리는 소리에 옥순이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잠깐 옥순이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던 영숙이는 어린 딸을 위하여 공기침에 바람을 넣어서 잘 준비를 하였다. 그리고 옥순이를 눕혀놓은 뒤에 자기는 교자 한편 끝에 바짝 붙어 앉아서 머리를 창에 의지하고 눈을 감았다. --- 「무능력자의 아내」중에서 |
|
김동인은 한국 근대소설에서 단편이라는 형식을 본격적으로 정착시킨 작가로 인간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냉정한 시선을 끝까지 유지한 인물이다.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선하거나 악하다고 단정되지 않으며 욕망과 허위, 자기기만 속에서 스스로 무너져 간다. 김동인은 사회 비판보다 인간 심리의 해부에 가까운 접근을 택했고 그 과정에서 독자에게 불편함과 긴 여운을 동시에 남겼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읽고 난 뒤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생각으로 계속 이어지는 특징을 가진다.
광염 소나타 -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지닌 인물이 예술적 완성을 위해 점점 극단적인 선택을 정당화해 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그는 살인마저도 자신의 음악 세계를 완성하기 위한 재료로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예술가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한다. 아름다움과 잔혹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서사는 예술과 도덕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김동인의 인간관과 예술관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대표작이다. 명문 - 겉으로는 존경받는 가문이지만 내부에서는 계산과 위선이 지배하는 모습을 통해 사회적 체면의 허구를 드러낸다. 인물들은 가문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도덕보다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며 서로를 이용한다. 품위와 전통이라는 말 뒤에 숨은 인간의 속물성을 차갑게 보여준다. 김동인은 이 작품을 통해 명예라는 것이 얼마나 쉽게 허울로 변하는지를 묵직하게 전달한다. K박사의 연구 - 학문과 이성에 대한 집착이 인간성을 잠식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연구라는 명분 아래 주인공은 점점 윤리적 기준을 잃고 자신을 정당화한다. 냉철해 보이던 지식인의 태도는 결국 비인간적인 선택으로 이어진다. 이 작품은 지식이 인간을 고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어떤 날 밤 -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밤의 사건을 통해 인간 내면의 불안과 공포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사소한 계기에서 시작된 의심은 점점 커지며 인물의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현실과 상상이 뒤섞이며 심리적 긴장이 극대화된다. 김동인의 심리 묘사가 가장 날카롭게 빛나는 작품 중 하나다. 무능력자의 아내 - 무능한 남편과 그를 감싸 안고 살아가는 아내의 삶을 통해 가정 안의 왜곡된 책임 구조를 보여준다. 아내의 헌신은 미덕처럼 보이지만 점차 개인의 삶을 소진시키는 굴레로 변한다. 연민과 불편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관계가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이 작품은 희생이라는 말의 이면을 조용히 드러낸다. 사기사 - 사기꾼이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 욕망과 기만의 구조를 탐색한다. 속이는 자와 속는 자의 관계는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이해와 욕망의 교차로 그려진다. 사기는 범죄이면서 동시에 일상적인 선택처럼 묘사된다. 김동인은 이를 통해 도덕이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를 보여준다. 벗기운 대금업자 - 돈을 중심으로 얽힌 인간관계의 적나라한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대금업자는 탐욕의 화신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로 제시된다. 인물들은 돈 앞에서 존엄과 감정을 서서히 내려놓는다. 김동인의 냉소적 사회 인식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안 돌아오는 사자 - 떠난 인물이 끝내 돌아오지 않으면서 남겨진 이들의 심리가 붕괴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기다림은 희망이 아니라 점점 불안과 공포로 변한다. 부재 자체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인물들을 압박한다. 조용하지만 깊은 허무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