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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1장 그림 형제의 어린 시절 야코프와 빌헬름, 비슷한 듯 달랐던 형제/그림 형제가 태어난 도시, 하나우/프랑스 혁명의 파고/행복했던 슈타이나우 시절/병마와 전쟁, 그리고 연이은 이별/카셀에서 온 도움의 손길 2장 학생 시절, 연구의 길을 찾다 리체움 프리데리치아눔 입학/학업에 두각을 나타내다/마르부르크의 첫 하숙집/형제를 사로잡은 자비니 교수/낭만주의 작가들과의 만남/야코프, 자비니 교수와 파리로 떠나다 3장 흔들리는 독일 어머니와의 재회와 이별/프랑스 국왕 치하에서/빌헬름, 할레에서 요양하다/민족주의 속에서 피어난 전승문학/괴테와의 만남/그림 형제의 영원한 태양, 괴테와의 인연 4장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소용돌이/첫 책을 출간하다/새로운 연구의 결실/메르헨이란 무엇인가/이야기 수집의 길/『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편집 방침/『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 세상의 빛을 보다/헤센 선제후의 귀환 5장 빈 회의와 독일의 길 야코프의 외교관 생활/빈 회의, 허울뿐인 잔치/야코프, 퇴직을 꿈꾸다/『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 2권의 이야기꾼들 6장 본격적인 연구의 길 빈 회의 이후/자유와 통일을 향한 열망/『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주석판과『독일 전설』/언어학의 거인이 된 야코프,『독일어 문법』을 쓰다/야코프와 빌헬름의 동생들/소용돌이치는 이념 대립의 시대/빌헬름의 결혼, 아이들의 탄생과 죽음/빌헬름의『독일 영웅 전설』과 야코프의『독일 법리 고사지』 7장 괴팅겐 7교수 사건 선제후의 냉대/괴팅겐으로 떠나다/들불처럼 번지는 시민운동/병마와 싸우는 빌헬름, 그리고 로테의 죽음/대학교수가 된 그림 형제/기술 발전과 좁아지는 세계/우화와 신화, 전설을 연구하다/괴팅겐 7교수 사건/괴팅겐을 뒤로하고/『독일어 사전』편찬을 시작하다 8장 베를린으로 프로이센에서 온 초청/근대화의 물결이 퍼지다/여행, 쉼과 충전의 시간/처음 열린 독어독문학회/3월 혁명과 독일 민주주의의 도래/독일 최초의 국민의회/세기의 기획, 『독일어 사전』출간/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빌헬름의 죽음/야코프의 명강의 ‘노년에 대하여’ /마지막 힘을 다하여 /그림 형제가 남긴 유산 나가는 글 그림 형제 가계도/그림 형제 연보 부록『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초판 서문 옮긴이 글 주요 참고 문헌/찾아보기(인명·지명·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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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삶을 책으로 읽는다면 너무나 유족한 그의 가문과 뛰어난 천재적 면모에 주눅 들기 십상이고, 쇼펜하우어나 니체의 삶을 읽어도 매우 괴팍하거나 굉장히 비극적인 특이한 인간상을 만나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그림 형제는 다르다. ‘보통 사람’임에도 고통과 영광으로 점철된 그들의 꾸준한 삶은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 p. 7 ‘그림 형제’라고 하면 대부분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 그러니까 이른바 ‘그림 동화’만 떠올리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 형제가 남긴 다른 업적은 상대적으로 잊혀 형제의 방대한 연구 성과를 접하기가 어려웠다. 그림 형제는 결코 ‘동화 작가’가 아니다. 형제는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즉 민담을 수집해 책으로 펴냈고, 그 과정에서 정리한 편집 지침은 훗날 민속학 분야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림 형제가 왜 민담을 수집했는지, 왜 민담에서 그치지 않고 민요나 전설, 신화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했는지, 이런 점을 명확히 알아야 형제의 참모습을 알 수 있다. --- p. 13 이렇게 다른 점이 많았지만 야코프와 빌헬름은 평생 삶을 함께하며 부족한 곳을 채워 주고 서로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동반자였다. --- p. 21 야코프는 마치 탐험가처럼 오랫동안 묻혀 있던 과거의 유산들을 발굴해 갔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지친 마음이 순식간에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 p. 64 전 세계가 여러모로 혼란스러웠지만, 우리는 평화롭게 학문에만 매진하고 싶다는 소망을 원동력 삼아 오랫동안 잊힌 문학을 발굴했다. 단순히 과거에서 위안을 찾으려 한 게 아니라 연구를 통해 예전과는 다른 시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었기 때문이다. --- p. 96 그림 형제 또한 셸링을 필두로 하는 낭만파와 자연주의 철학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래서 민중 속에서 저절로 태어나 자라나는 전승문학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 형제가 책의 제목을 ‘독일’ 메르헨이나 ‘그림’ 메르헨이 아니라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이라고 지은 점에도 주목할 만하다. 진짜 전승문학이란 무엇인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고민한 흔적이 드러난다. --- p. 121 민담을 읽다 보면 그 속에 실타래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실 한 가닥을 잡고 이야기를 따라 더듬더듬 나아가다 보면 인간의 진정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메르헨, 곧 민담의 진짜 의의라고 할 수 있다. --- p. 106 빗방울과 이슬은 이 땅 위의 모든 것에 축복처럼 내려오지만, 자기가 키우는 식물은 너무 민감해 다칠 것 같다며 밖에 내놓지 않고 방 안에서만 물을 주려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비와 이슬을 전부 없애 버려야 한다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연에 있는 것이라면 모두 나름의 결실을 맺기 마련이며, 우리도 그런 점을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 --- p. 159 그림 형제는 이야기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 원형을 당대 사람들의 시각에 맞게 다듬었다. 한순간의 인기를 위해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교훈적인 방향으로 내용을 수정하는 일도 없었다. 만약 이야기의 본질까지 수정했다면 그림 형제 민담집은 오늘날처럼 국경과 시대를 넘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은 계속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 p. 176 야코프에게 언어 법칙을 발견하는 것은 마치 추리소설을 읽으며 범행의 실마리를 찾는 것과 같았다. 문법은 어렵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야코프는 달랐다. 그는 언어에 내재된 법칙이야말로 인간 정신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요소라 생각했다. --- pp. 180-181 『독일어 문법』은 예전에 아무도 시도한 적이 없는 역작이었다. 야코프는 단순히 독일어의 역사만 연구한 게 아니라 게르만어 전체를 포괄하는 문법 규칙을 찾아 규명하려 했다. 고트어, 영어, 스칸디나비아어군 등 여러 언어를 살펴보며 현재 모습을 갖추기까지 언어가 변화하는 과정을 역사적 맥락에서 논하는 등 언어학적으로도 한 획을 그었다. --- p. 186 야코프는 상아탑에서 홀로 연구만 하는 학자가 아니라, 현실의 움직임을 포착해 자신이 옛 자료에서 찾은 내용을 적용하고 싶어 하는 활동가였다. 『독일 법리 고사지』 또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실제로 필요한 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비춰 보는 거울 같은 책이었다. --- p. 210 문학은 인간이 고고한 감정과 인식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도 훌륭한 방법이며, 어떤 민족이 거둔 정신적 수확물을 간직하는 보물 창고와 같다. 문학은 오직 하나의 단순한 수단만을 사용한다. 바로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간의 언어이다. --- p. 238 창작물의 완전함으로 따지자면 야코프 그림의 독일어 문법서는 그때까지 감히 상상할 수도, 시도할 수도 없었던 책이다. 그 안에는 독일인의 ‘말의 영혼’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야코프 그림만큼 언어를 본질까지 꿰뚫어 본 사람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깊이 언어의 비밀에 귀를 기울인 사람도 없었다. --- p. 246 학문은 진실을 가르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진실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 --- p. 252 내가 이 모든 것을 밝힐 수 있었던 것은 이 행동이 내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이 글이 다음 세대에 전해져, 후손들이 읽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 그러나 나는 살아 있는 한 스스로의 행동을 기쁘게 생각할 것이다. --- p. 263 전승문학은 학문이라고 부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학문 중의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전승문학은 찬란한 태양 빛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거침없이 달리는 철도 대신 부드러운 물결에 실려 여러 나라를 천천히 흐르기도 하고 때로는 노래가 되어 너른 초원과 계곡을 찰랑찰랑 흐르는 작은 시냇물처럼 울려 퍼지곤 합니다. --- p. 315 “최근 3세기 동안 쓰인 언어를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중에서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만 담으려 합니다. 이 작업에는 각 단어의 역사도 포함할 예정입니다.”라고 언급한 대목에서, 형제가 단순히 단어와 표현을 모은 책이 아니라 언어의 변화 과정까지 포함해 살아 숨 쉬며 변해 온 독일어를 담은 사전을 만들려 했음을 알 수 있다. --- p. 316 이미 제안된 제1조를 제2조로 바꾸고 그 대신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1조로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모든 독일인은 자유로우며 독일 땅에 노예는 필요하지 않다. 외국에서 자유민이 아닌 사람도 이 땅에 머무르는 한, 이 땅에서 자유롭다.’라는 내용입니다. 자유가 더 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입니다. --- p. 329 70세가 가까워지자 야코프는 더 이상 사전을 자기 손으로 완성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게 되었다. 빨리 완성하기 위해 더 서두르거나 작업 방침을 바꾸지도 않았다. 오히려 “집필 방침을 제대로 확립해 다음 세대에 유품으로 남길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단지 사라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었다. 그림 형제는 사전을 만들며 독일의 갈라진 운명이 해결되지 않더라도, 언어와 역사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힘을 굳건히 간직해 주기를 바랐다. --- p. 342 작가 토마스 만은 그림 형제의 『독일어 사전』을 두고 “숭고한 기획이자 어문학의 기념비”라고 언급하며, “이 사전은 단순히 찾아보기 위한 참고 자료가 아니라, 몇 시간이라도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라는 평을 남겼다. --- p. 342 젊을 때는 산책이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든 후에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고 오직 얻는 것뿐이지요. 걷는 동안에도 스스로 얻은 깨달음은 없어지거나 망가지지 않고 계속 남기 때문입니다. 외진 곳에 있는 작은 길을 지나 들판과 밭으로 나가면 걸음을 조금만 빨리 해도 좋은 생각이 떠오릅니다. 나는 이런 것을 직접 경험해 보았습니다. 집에 있을 때 뭔가 고민되는 게 있다면 마치 소요학파처럼 걸으면서 깊은 생각에 빠지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고민이 해결되지요. --- p. 363 야코프는 판례야말로 예로부터 법이 간직한 본래 모습이라는 점을 밝히고 싶었다. 언어와 문학에 이어 법제사라는 영역에서 새로운 연구의 금광을 찾은 것이다. 이 법제사 연구는 1863년 야코프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도 후속 연구자들에 의해 같은 방식으로 계속 진행되었고, 야코프가 집필한 『옛 판례집』 4권에 이어 1866년부터 1878년 사이에 총 7권짜리 책이 되었다. --- p. 371 가족들이 슬픔을 누르며 집으로 돌아와 야코프의 옷을 정리하다 보니, 주머니 속에 낡은 쪽지가 한 장 들어 있었다. 펼쳐 보니 먼 옛날, 야코프가 파리에서 카셀로 돌아왔을 때 어머니가 잠시 외출하면서 남긴 쪽지였다. 평생 그 쪽지를 몸에서 떼어 놓지 않고 간직했던 것이다. --- p. 376 『독일어 사전』 편찬 작업은 그 이후에도 그림 형제의 정리법을 충실히 따르며 계속 이어졌다. 각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언어학자가 작업을 이어받았다. 프로이센 국왕이 빌헬름 1세로 바뀌었을 때도, 그 이후 이어진 빌헬름 2세 정권에서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도, 바이마르 공화국이 세워지고 나치 독일이 제3제국을 선포했을 때도 작업은 계속 이어졌다.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갈라졌을 때도 작업은 중단되지 않았다. --- pp. 377-8 그림 형제의 이름은 민담의 세계에서도 불멸의 영역에 올랐다. 『독일 전설』과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은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어 마치 그 나라의 이야기처럼 아이들에게 친숙해졌다. 관련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어 아무리 읽어도 계속해서 새로운 주제가 끝없이 등장한다.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 자체가 마르지 않는 샘이 된 셈이다. --- p. 379 전설과 민담, 신화와 동물 우화 등 그림 형제가 남긴 전승문학은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준다. 『독일 법리 고사지』와 『옛 판례집』은 법제사 분야 연구에 크게 공헌했고, 『독일 신화학』은 이후 민속학 연구의 지침이 되었다. --- p. 379 오늘날 그림 형제는 여러 오독과 곡해로 인해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형제가 언제나 독일 통일을 바라며 민족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다는 점, 이들이 남긴 업적이 우리에게 끝없는 지적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실은 언제나 우리 발밑에 숨어 있다. 이것을 그대로 밟고 있을 것인지, 아니면 파내어 드러낼 것인지는 각자 결정할 몫이다. 그림 형제는 우리에게 그런 점을 가르쳐 주고 있다. --- p. 380 전승문학이 이렇게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이유는 분명 그것이 생명의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형태에 매우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 없이 사는 민족은 없다. 서아프리카의 흑인들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고대 그리스의 스트라본 또한 그리스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명확히 기록한 바 있다. --- p. 3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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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가 공인한 세계적 석학 하시모토 다카시 교수의 역작,
한국 독자를 위해 수정·보완하여 재탄생시킨 국내 최초 그림 형제 평전!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 초판 1, 2권 서문 완역, 수록 글을 쓴 하시모토 다카시 교수는 평생을 그림 형제 연구에 헌신해 온 세계적 석학이다. 현재 일본의 우쓰노미야 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일본 그림형제협회 회장이고 독일 그림형제협회 명예회원으로,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다 언어와 이야기를 탐구한 그림 형제처럼 저자 또한 법학 전공 후 독문학으로 전환하여 그림 형제를 연구했다. 독일 통일 시기에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루트비히 데네케와 하인츠 뢸레케 교수 등 그림 연구의 대가들과 교류하고, ‘그림 민담 200주년 기념 국제 심포지엄’에서 분과장을 맡는 등 오랜 세월 일·독 양국을 오가며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에는 독일 정부로부터 1급 연방공로십자장을 받았다. 그러므로 독일 현지에서 자료를 모으고 연구한 결과물인 이 책은 저자의 평생 연구를 담은 역작이다. 국내에 그림 형제 이름을 걸고 출간된 책이 600종 넘는 데 반해 형제에 관한 정통 평전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니 몹시 귀하고 반가울 수밖에 없는 책이다. 저자는 인류의 보물이라 일컬어지는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그림 민담집)을 포함한 민담·민요·전설 수집 편찬부터 국왕의 헌법 폐기에 맞선 항거(괴팅겐 7교수 사건)로 인한 교수직 해임과 추방, 1846년 첫 독어독문학회와 1848년 3월 혁명으로 개최된 첫 국민의회에서의 역할, 그리고 그림 형제 사후로 이어져 123년 만엔 완성된 세계 최대의 『독일어 사전』 기획 편찬에 이르기까지, 형제의 드라마틱한 생애를 400쪽 넘는 방대한 분량에 촘촘히 되살렸다. 특히 (일본에서 절판된 책을) 저자와 직접 계약하고 소통하여 한국 독자를 위해 수정 보완한 원고로 새롭게 완성한 한국 독점판이라는 점도 이 책의 가치를 높여 준다. 또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계도, 상세한 최신 연보와 찾아보기를 실었으며, 부록으로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 초판 1, 2권 서문을 완역해 수록했다. “그 어떤 내용도 마음대로 지어내거나, 더 아름답게 고치거나, 바꾸지 않았다.”는 형제의 육성을 통해 그들의 작업이 왜 창작이 아닌지를 확인하고, 민담을 수집한 목적과 과정, 편집 방침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다. (물론 본문에서 저자는 ‘메르헨’이란 용어 설명부터 ‘잔혹 동화’류의 왜곡된 해석과 몇몇 오해와 의문에 대해서도 상세히 이야기한다.) AI 시대에 왜 200년 전 ‘그림 형제’인가? “혼란스러운 지금 이 시대야말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생각할 때” “독일 역사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계기가 될 것” 형 야코프 그림(1785-1863)과 동생 빌헬름 그림(1876-1859)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중반을 살아간 이들이고, 2026년은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 초판(1812) 발행 214주년을 맞는 해다. 형제가 살아간 시대는 1차 산업혁명, 프랑스 혁명, 나폴레옹 전쟁으로 온 유럽이 극도로 혼란한 동시에 시민운동이 촉발된 시기다. 그로부터 2세기가 지난 지금은 AI 시대로 접어들며 4차 산업혁명 완성을 예고하지만, 지구 한쪽에선 여전히 전쟁이 끊이지 않고 전염병과 자연재해, 혐오와 차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시기에, 그림 형제의 삶을 돌아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자연재해와 전염병, 전쟁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깊은 상처를 입어 자기 자신을 잃어 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스스로의 마음속을 다시금 들여다보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의 모습을 찾고자 민담을 모았던 그림 형제의 삶이 지금 우리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으면 한다.” (하시모토 다카시, 지은이) 안삼환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는 괴테나 쇼펜하우어와 달리 “‘보통 사람’임에도 고통과 영광으로 점철된 그들의 꾸준한 삶은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면서 2012년 야코프·빌헬 그림 상을 수상한 당사자이자 독문학자로서 “한국의 교양인들에게 성심을 다하여 이 책을 추천한다”고 강조하며 이 책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수시로 닥쳐오는 불행과 고난의 파고에 대처하는 그들의 삶의 궤적을 추적해 보는 것은 (...) 19세기 성실한 독일인의 가족생활과 사회생활을 이해하는 것이고, 불행한 독일 역사 속에서 독일 시민들이 어떻게 ‘자유’와 ‘통일’을 갈망했고, 또 어떤 좌절을 겪었는지를 ‘괴팅겐 7교수’ 일원이었던 형제의 갈망과 좌절을 통해 추체험하는 것이다. 나아가 진보와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현재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성찰하면서 독일 역사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안삼환,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 두 석학의 이야기는 그림 형제의 삶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를 묻고 답하는 진지한 성찰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로 통한다. 피지컬 AI를 이야기하는 시점이기에 우리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무엇이 인간이게 하는가’라는 질문은 더욱 절실하다. 누구는 ‘르네상스적 인간’이 될 필요를 이야기하고 누구는 ‘질문’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이 지점에서 2세기 전 ‘정체성’과 ‘진실’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수집하고 필사하고 기록하고 탐구한 그림 형제의 여정은 하나의 거울이 된다. 끊임없이 수집하고, 필사하고, 기록하고, 연구하고, 출판하고… 『그림 민담집』에서 세계 최대의 『독일어 사전』까지, 고통과 영광으로 점철된 ‘보통 사람’의 꾸준한 삶, 위대한 여정!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메르헨』뿐 아니라 그림 형제가 이룩한 업적은 실로 방대하다. 『독일 전설』(2권), 『독일 영웅 전설』, 『독일 신화학』 등 예로부터 전해 오는 이야기, ??독일어 역사』(2권)와 ‘그림 법칙’을 탄생시킨 『독일어 문법??(4권), 독일 법제사 연구의 초석을 쌓은 『독일 법리 고사지』와 『옛 판례집』(4권), 그리고 형제 사후 양차 대전과 동서독 분단 상황에서도 이어져 123년 만에 32권으로 완성된 ??독일어 사전??에 이르기까지, 그림 형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언어와 정체성’, ‘통일과 자유’였다. 독일이 숱한 공국으로 나뉘고 외세의 지배를 받는 상황에서 그들은 민담 속의 지혜, 옛 법리 속의 정의, 문법 속의 질서가 모여 독일의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믿으며 민족의 뿌리를 찾기 위해 쉼 없이 탐구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야코프가 “옛 선조들이 남긴 모든 문화유산은 단순히 현재를 보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미래로 인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듯이, 옛것을 통해 현재를 알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방향성은 독일의 ‘정의’와 ‘자유’를 향한 것으로 형제를 학문의 장에서 현실의 장으로 이끌었다. 왕의 헌법 폐지에 저항하는 ‘괴팅겐 7교수 사건’을 주도한 야코프는 “학문은 진실을 가르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진실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말을 남겼으며, 1848년 독일 첫 국민의회에서는 (비록 거부되었지만) “이미 제안된 제1조를 제2조로 바꾸고 그 대신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1조로 추가하는” 안을 제안한다. “‘모든 독일인은 자유로우며 독일 땅에 노예는 필요하지 않다. 외국에서 자유민이 아닌 사람도 이 땅에 머무르는 한, 이 땅에서 자유롭다.” (p. 329) 이렇게 시대정신과 지식인의 책무에 대해서 고민하고 실천한 그림 형제는 ’보통 사람‘이기도 했다. 가족의 우애를 중시했으며, 평생 검소하고 성실하고 진실한 삶을 살았다. 야코프 사후 그의 주머니에서 수십 년 전 어머니가 남긴 쪽지가 들어 있었다는 기록은 거인의 면모에서 이런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 육아리 번역자의 다음 말처럼. “그림 형제의 삶이 무엇보다 큰 울림을 주는 이유는, 아마 그 어려움 속에서 무엇을 나침반으로 삼아야 할지 끝없이 고민하며 꺾이지 않고 평생 우직하게 스스로의 길을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보통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발걸음이 더 묵직하게 느껴지고, 그렇게 피워 낸 독일어’와 ‘독일 민담’이라는 촛불을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후대에 넘겨 주는 모습에 더 공감하게 된다.” (육아리, 옮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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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의 삶을 책으로 읽는다면 너무나 유족한 그의 가문과 뛰어난 천재적 면모에 주눅 들기 십상이고, 쇼펜하우어나 니체의 삶을 읽어도 매우 괴팍하거나 굉장히 비극적인 특이한 인간상을 만나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그림 형제는 다르다. ‘보통 사람’임에도 고통과 영광으로 점철된 그들의 꾸준한 삶은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이 책이 묘파하고 있는 그림 형제의 일생을 따라가면서 수시로 닥쳐오는 불행과 고난의 파고에 대처하는 그들의 삶의 궤적을 추적해 보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다. 그것은 19세기 성실한 독일인의 가족생활과 사회생활을 이해하는 것이고, 19세기의 불행한 독일 역사 속에서 독일 시민들이 어떻게 ‘자유’와 ‘통일’을 갈망했고, 또 그러다가 마침내 어떤 좌절을 겪었는지를 ‘괴팅겐 7교수’ 일원이었던 그림 형제의 갈망과 좌절을 통해 추체험하는 것이다. 나아가 진보와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현재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성찰하면서 독일 역사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독문학자로서 한국 의 교양인들에게 성심을 다하여 이 책을 추천한다. - 안삼환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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