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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제1장 별에서 만든 마지막 원소, 철 제2장 땅의 눈물 위에서, 리튬 제3장 가벼운 금속의 무게감, 알루미늄 제4장 문명을 흐르게 한 전류의 금속, 구리 제5장 평범한 것의 비범한 힘, 소듐 제6장 우주의 첫 번째 이야기, 수소 제7장 가장 무거운 원소, 가장 무거운 책임, 우라늄 제8장 푸른 금속의 검은 그림자, 코발트 제9장 보이지 않는 힘의 제왕, 네오디뮴 제10장 하늘에서 온 가장 가벼운 경고, 헬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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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원소를 다루는 학술서와 교양 과학 도서는 적잖게 있다.
거기에서 빠지지 않는 원소가 ‘탄소’이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 변화를 다루는 대부분 수사의 도구로 탄소는 열외가 없다. 탄소가 기후 변화의 주범, 심지어 악당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원소라는 사실은 이제 초등학생도 알고 있다. 탄소를 줄이거나 탈출하기 위한 행위로 내러티브가 전개된다. 하지만, 탄소가 주범이나 악당이라는 표현은 늘 내게 거슬린다. 굳이 누구도 기소하지 않은 피의자를 내세워야 한다면, 그 대상은 자연의 일부인 탄소가 아니라 인간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출판사로부터 집필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탄소를 이야기의 중심에 두고 싶지 않았다. ‘탄소’라는 상징은 너무나 거대하고, ‘지속가능성’이라는 이름 아래 오히려 더 본질적인 문제들이 가려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인류는 탄소를 회수하고, 더 이상 그 물질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어쩌면 운이 좋아 다시 찬란한 시절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늘 의심한다. 동일과정설이 말하듯, 현재가 과거의 연장선 위에 있다면, 역사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할지도 모른다. 그 중심에는 여전히 ‘에너지Energy’라는 키워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 없이 생명은 존재할 수 없고 유지할 수도 없다. 생명은 탄소를 매개로 대순환하며 문명을 지속하기 위해 여전히 어디에선가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 지금까지 탄소였지만, 이제는 탄소가 아니어야 한다. 결국 ‘대안’ 혹은 ‘대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다른 물질로 관심을 옮겨가야 하는 것은 필연이다. 똑똑한 인류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주기율표의 다른 장소를 찾아냈고, 앞으로도 더 찾아낼 것이다. 이 책에서 꺼낸, 익숙한 혹은 다소 생경한 10개의 원소-철, 리튬, 알루미늄, 구리, 소듐, 수소, 우라늄, 코발트, 네오디뮴, 헬륨-과 같은 물질은 그 희망의 시작이고 분명 인류 미래의 지속 가능함을 위해 필요한 물질임이 맞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인류는 과거의 역사에서 좀처럼 교훈을 얻지 못했다. 탄소를 얻기 위해 지각을 파헤쳐 만든 거대한 구덩이를 다시 메우기 위해, 감당할 수 없는 더 많은 구덩이를 파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에너지, 기후변화, 탄소중립 등 인류가 직면한 수많은 숙제 속에서, 자연을 향한 ‘절제’와 ‘배려’, ‘관용’의 흔적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물질을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그 싸움은 멈추지 않는다. 마치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열차를 탄 것처럼 말이다. 이전처럼 여전히 자연은 파괴되고, 가난한 자는 늘 그랬던 것처럼 혜택받지 못한다. ‘지속 가능’이라는 선언하에 인류가 이토록 절박하게 대안을 찾기 위한 이유는 그동안 누려온 안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과연 누구를 위한 지속이고 안위일까. 이전보다 더 불편해지고 덜 편안해지는 게 오히려 더 빠른 해결책일 수 있음을 가르치지도 않고 배우려 하지도 않는다. 여기서 소개하는 10개의 원소는 지금의 희망이자 묵직한 임무이다. 이들의 발견 과정부터 현재의 개발 문제점, 특성, 장단점 그리고 앞으로의 개발 방향과 지속 가능성 등을 다루면서 이를 통해 원소의 화려한 능력과 희망의 얼굴 뒤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혹은 알고 있으나 미처 알려지지 않았던 일들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 마치 52헤르츠의 울음을 내는 고래처럼, 지구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인류와 자연의 외로운 울음을 듣고, 그들을 찾아내어 기억하고 지키는 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쩌다 운 좋게 탄소의 구덩이에서 벗어나 해방되더라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올지도 모른다. 나는 독자들에게 열 가지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 이야기는 태양과 같은 별과 그리고 행성의 바다를 채운 물방울과 한 줌의 푸르고 검은 돌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마도 이야기의 끝은 우리가 모두 함께 써야 할 것이다. 나와 당신이, 그리고 우리의 이웃이.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