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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백꽃 피는 시절
2. 나는 또 어디로 불어 가게 될까요 3. 섬의 시간, 육지의 시간 4. 상사화 피는 밤에 |
강제윤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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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서 바람이 더욱 거세집니다.
경박하게 울리는 풍경 소리가 거슬려 나는 문밖으로 나와 추녀 끝에 매달린 풍경들을 내려놓습니다. 바람 속에서도 밤은 적요합니다. 우주의 중심으로부터 억겁의 세월을 건너온 별들 몇 개, 변방의 심장에 날아와 박힙니다. 오늘 밤 소멸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방금 져 버린 별처럼 우리는 모두가 어느 날 문득 자취도 없이 사라져 갈 존재들이 아니었던가요. 소멸이란 존재의 숙명이자 근거이기도 합니다. 소멸이 없다면 어떻게 존재일 수 있겠습니까. 만약 우리가 소멸에 대해 사유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존재의 신비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존재가 신비롭지 않다면 삶이란 도대체 얼마나 하찮은 것이겠습니까. 그러므로 이 신비로운 존재의 소멸이란 또 얼마나 신비로운지요. 우리가 소멸의 신비를 묵상하고 소멸의 아름다움을 관조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이웃들에 대해 보다 관대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pp.109-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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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자에서 내려와 유자나무 앞으로 다가갑니다. 내키보다 한참 큰 나무가 무성한 푸른잎과 당당한 가지를 내뻗어 내 뜨락을 빛내고 있습니다. '미안하네 유자나무들' 나중 정중히 사과합니다. 애당초 과실나무가 아닌 나무들도 정원수라고 뜰에 심고 가꾸면서 어째서 나는 별로 즐기지도 않는 유자 열매 몇개를 그렇게 탐했는지
--- p.1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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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강제윤은 평생을 떠돌며 살고 싶었고, 그것이 불가능할 바에야 여행지에 정착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어 20년을 바람처럼 떠돌다 다시 고향 보길도까지 왔다.
해변의 검은 갯돌들과 고산 윤선도의 "낙원"으로 잘 알려져 해마다 여름이면 인구 3,500의 작음 섬에 매일같이 그보다 더 많은 숫자의 피서객들이 붐비는 남해의 아름다운 섬 보길도. 고산에게는 이상향이었고, 지금의 육지 사람들에게는 노스탤지어와 로맨티시즘을 자극하는 곳이 되었지만 그에 의하면 이 섬은 결코 낭만적인 땅이 아니다. 탈속적 시인으로 세간에 알려진 고산 윤선도. 그러나 강제윤이 떠올리는 고산은 더 이상 낭만적인 시인이 아니라 지배자로 군림하며 섬 주민들을 억압한 권력자였다. 고산은 그가 가진 막대한 부를 민중들을 위해 쓰지 않고 자신의 "낙원"을 건설하는 데 허비하고 말았다. 그것이 보길도의 세연정이고 낙서재며 동천석실이다. 임진, 병자 양대 전쟁으로 도탄에 빠진 민중들의 신음 소리 그치지 않을 때 고산의 정원, 세연정에서는 「어부사시사」가락 소리 끊이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의 「어부사시사」에는 어부의 현실은 없고 어부의 풍경만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보길도는 어떠한가. 저자는 지금 이 섬에는 유형의 것이든 무형의 것이든 전승되고 있는 전통 문화라고 불릴 만한 것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문화 유적은 산재해 있으나 문화의 불모지에 다름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즐비한 횟집들, 볼품없는 네모나 슬래브 건물들, 국적 불명의 양옥들로 인해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포구의 모습과 방파제 공사를 위해 아름다운 돌산 하나가 그대로 파괴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하염없는 서러움을 느낀다. 이처럼 "강제윤의 보길도"에는 역사의 신음 소리가 있고, 도시의 문화적 식민지로 전락한 섬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으며, 사람 손길 닿아 아름다움을 잃어 가는 자연에 대한 서러움이 있다. 역사, 문화, 자연 그리고 삶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는 그의 글은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는다. 마치 한 컷 한 컷 넘어가는 흑백 사진을 보는 듯한 그의 글은 호흡이 무척 짧고 간결하다. 그러나 우리 가슴속에 긴 여운으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