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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연관 스님 행장/ 연관 화상과 거지 제사·강제윤/ 차라리 죽을지언정/문설주 아래 금창초·김영옥/ 그 여름의 시멸!·김하돈/생명평화 탁발순례에서 만난 연관 스님·남난희/ 날개를 띄운 큰 별 하나/스님 국수 드시고 싶으신가요·박남준/ 순례자의 아침·박두규/ 대나무 그림자 뜰을 쓸어도 먼지 하나 일지 않고·법인/ 독백·신희지/ 죽으면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원철/ 연관 스님과 만날 가을을 기다린다·윤주옥/ 작별 인사는 하지 않겠습니다·이성아/ 연관 큰스님이시여, 문창성 별빛이여!·이원규 / 스님과의 일면식·이현우/ 수경 스님에게·이현주/ 스님의 따뜻한 마음이 더욱·최경애/ 다시 만나야 합니다·최종수/ 우담바라 꽃송이 활짝 피었네·함현/ 연관, 체로금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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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 연관.’ 관음사에서 통도사까지 장례가 거행되는 내내 위패에는 그렇게 단출한 한마디로 어떤 수행자의 생애와 품격이 적혀 있었다. 울긋불긋 슬픔이 일렁이는 와중에도 나는 그 위패에 적힌 한 마디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었다. 그 위패 하나만으로도 나라 산천에 혹여 분분히 휘날리는 그 어느 선가의 깃발인들 부러울 게 없었다. 실로 검박하고 당당한 가풍이었다.
---「김하돈, 그 여름의 시멸!」중에서 이미 관음사에서 15일 동안 연관 스님의 마무리는 알려졌다. 연명 치료를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입적 며칠 전에 음식을 넣지 말라고 했다. 그러고 사흘 후에는 물을 마시지 않았다. 물을 끊은 후 사나흘 만에 입적했다. 그렇게 간명하게, 담담하게, 고요한 세계로 들어갔다. … 연관 스님의 도반들은 그 흔한 출가수행자의 유골을 안치하는 부도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연관 스님의 삶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법인, 대나무 그림자 뜰을 쓸어도…」중에서 선 채로 묵묵히 고개 숙이고, 순서 없이 떠나신 인연들을 떠올린다. 스님을 비롯한 내 이승의 도반님들이여, 잘들 계시다가 어느 날 한자리에서 함께 뵈어요. 아참, 스님, 그날에는 스님 좋아하시던 국수 삶아 올려 드릴게요. 간은 짜디짠 맛, 제 죄스러운 마음과, 안타까움과, 그리고 그리움의 눈물로 맞춰 주셔요. ---「김영옥, 문설주 아래 금창초」중에서 스님티를 내지 않는 스님, 그게 스님 모습이었습니다. 큰 공부를 한 티를 내기는커녕 소탈하기만 했습니다. 그저 지금 발 딛고 있는 이곳에 충실하셨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스님다운 스님, 그 역설이 바로 스님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 겁니다. 저도 모르게, 스님을 무람없이 가깝게 느꼈던 이유 말입니다. 저는 스님을 마음 한켠에 부처님처럼 모셔두었습니다. ---「이성아, 작별 인사는 하지 않겠습니다」중에서 |
설봉 의존에게 신초 학인이 물었다.
“죽은 스님은 어디로 갑니까?” 이에 선사는 대답했다. “얼음이 녹아서 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그러자 곁에 있던 현사 사비가 한마디 더 보탰다. “물이 물로 돌아간 것과 같다.” 연관 스님, 그 여름의 시멸에 대하여 지난 2022년 6월 15일, 전북 남원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을 지냈으며 ‘지리산생명살리기’에 앞장서기도 했던 연관然觀 스님이 송광사 부산분원인 관음사에서 입적했다. 세수 74세, 법랍 53세. 그로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스님의 ‘빈자리가 오래 아팠던’ 박남준 시인이 ‘떠오르는 이들에게 연락하고 함께 뜻’을 모으기로 했다. 『놓아 버려라』는 스님에 대한 기억을 한데 불러 모아 놓은 추모 헌정 문집이다. 생전에 연관 스님과 인연 지었던 이들(그 사람들을 어찌 다 헤아리겠는가) 중 17인의 글 19편을 글쓴이의 이름순으로 묶었다. 이 책을 엮은 박남준 시인은 서문에 이렇게 썼다. “한없이 부족하리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승이었으며 도반이었고 큰형님이었으며 기꺼이 친구가 되어 그 자리마다 맞는 모습으로 다가와 주셨던 참 품이 너른 스님을 위해 남기고 싶었다.” 『놓아 버려라』의 글쓴이들은 시인, 작가, 스님, 목사님, 신부님, 귀촌인, 산악인들로, 살아온 내력과 살아가는 방식들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다. 거기에 각자 다른 배경과 다른 시기에 스님과 인연을 맺은 이들이니, 연관 스님에 대한 기억과 그리는 마음의 장면 역시 같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떠올리는 연관 스님은 같은 듯 다르면서도 다른 듯 같은 모습이다. - 젊은 시절 힘깨나 썼을 법한 풍모에 저마다 살아온 연륜의 높낮이마저 무장해제 시키는 정감 어린 목소리, - 함께 산길을 걷는 이에게 온갖 나무와 꽃의 이름, 숨겨진 사연까지 줄줄이 설명하며 웃는 천진한 얼굴에, - 귀찮다며 공양주나 상좌도 없이, 신도들 또한 일절 두지 않았던 ‘독거 수행승’으로, - 화두를 들고, 선정에 들고, 경전을 탐구·번역하는 세 가지 일에 성실한 삶을 살면서, - 수행에 정진하면서도 지리산 자락에 등 기대어 사는 사람들과 더불어 어울리기를 좋아했고, - 이틀에 한 번, 쌀 익혀 놓았다가 출출하면 끼니를 때우면서 역경譯經에 몰두했으며, - 승속을 막론하는 벗들과 불법이니 문학이니 인문학 따위의 구분 없이 이야기를 이끌기도 했으며, - 노사연의 「님 그림자」, 산울림의 「독백」 등의 노래를 목청껏 부르는 것을 좋아했으며, - ‘지리산살리기 국민행동’의 일원으로 백두대간 1,500리를 70일 동안 종주했던…. 이 책에는 글쓴이들만큼이나 다양한 형식의 글들이 각자의 모습으로 줄지어 있다. 아주 짧은 글과 긴 글, 촘촘한 글과 성긴 글, 거기에 노래 같은 글, 시 같은 글, 편지 같은 글, 우화 같은 글들이 마음대로 섞여 있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그렇게 다채로운 글들이 연관 스님에 대한 그리움 하나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그리고 그 그리움들은 스님을 닮아 한결같이 담담하다. ‘염불念佛’은 글자 그대로 ‘부처의 모습을 떠올려 그를 닮고자 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놓아 버려라』는 ‘평생 수행자’였던 연관 스님을 서로 다르게, 서로 다른 글쓰기로 그리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염연관念然觀’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