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다 읽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숲속의 방』의 소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강석경의 소설을 죽 따라 읽어온 나는 『툰드라』에 이르러 작가의 세상에 대한 비판이 더욱 매섭고 도저해진 것에 놀랐다. 문장의 밀도와 세계에 대한 인식에서는 옹골찬 근력마저 느껴졌다. 중산층의 속물적인 가치와 가족주의에 대한 혐오와 절망이 소양을 자살로 몰았다면, 『툰드라』의 인물들은 국가와 제도의 기만, ‘도덕 하는 사람들’에 맞서는 길을 선택한다. 스스로가 독립된 반체제가 되어 자신의 그늘 자리를 키운다. 고통을 피하기보다는 잠자는 의식을 깨우쳐준 것에 긍정하며, 누구의 침해도 받지 않고 호젓하게 꿈꿀 수 있는 고독의 소파, 구름 위의 인간을 자처한다. 그리하여 몽골 초원에서 주영과 승민의 샤워는 자유의 세례를 형상화한 모습에 다름 아니다. 돌마, 소담, 수랭, 작드더러즈, 그리고 주영은 우리를 꿈속에 젖게 하는 이름으로 각인될 것이다. 여기에 강석경이란 이름을 더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