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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드라
강석경
202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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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툰드라
기나긴 길
보루빌에서 만난 우리
발 없는 새
오백 마일
나는 너무 멀리 왔을까
가멸사(加滅寺)
석양꽃

해설 | 속세를 초월하지 않는 가멸(加滅)의 힘 | 강지희(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姜石景

1951년 대구 출생. 1974년 이화여자대학교 미대 조소과를 졸업하였다. 1973년 대학 재학중 이대학보사 주최 추계문예에 단편소설 「빨간 넥타이」가 당선되었으며, 당시 심사위원 이어령의 추천으로 단편 「근(根)」, 「오픈게임」으로 『문학사상』 제1회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숲속의 방』으로 오늘의 작가상과 녹원문학상을 수상했고, 단편 「나는 너무 멀리 왔을까」로 21세기 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밤과 요람』, 『숲속의 방』, 장편소설 『가까운 골짜기』, 『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 『미불』, 장편동화 『인도로 간 또또』, 산문집 『일하는 예술가들』,
1951년 대구 출생. 1974년 이화여자대학교 미대 조소과를 졸업하였다. 1973년 대학 재학중 이대학보사 주최 추계문예에 단편소설 「빨간 넥타이」가 당선되었으며, 당시 심사위원 이어령의 추천으로 단편 「근(根)」, 「오픈게임」으로 『문학사상』 제1회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숲속의 방』으로 오늘의 작가상과 녹원문학상을 수상했고, 단편 「나는 너무 멀리 왔을까」로 21세기 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밤과 요람』, 『숲속의 방』, 장편소설 『가까운 골짜기』, 『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 『미불』, 장편동화 『인도로 간 또또』, 산문집 『일하는 예술가들』, 『인도 기행』, 『능으로 가는 길』, 『저 절로 가는 사람』, 『이 고도를 사랑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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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80g | 135*200*30mm
ISBN13
9788982183126

출판사 리뷰

강석경 소설에서 세속에 진저리치며 저 멀리 바깥으로의 떠남을 꿈꾸는 자들은 이번 소설집에서도 여전하다. 「발 없는 새」와 「보루빌에서 만난 우리」, 「오백 마일」에서 소유하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은 우연한 사고나 치밀한 배신과 함께 박탈당하거나 소멸된다. 지적인 소유욕과 예술에 대한 갈망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발 없는 새」의 영서는 원예학자의 집을 방문한 날 불교적 사유를 가미시켜 완성한 김 계장의 시 앞에서 자신은 남루한 현실을 직시할 것을 다짐한다. “자신의 이상국인 정원을 세워도 자식에게 부담 주지 않기 위해 근력운동을 해야 하고 회충약도 먹어야 하는 현실”의 유물론적 현실은 그에게 엄연한 진리로 다가온다. 추상적인 대상으로서의 예술과 학문을 탐닉할 때 망각하게 되는 육체와 죽음의 문제를 그는 직시하고 붙들려 한다. 「보루빌에서 만난 우리」에서 불행한 결혼의 원인이었던 ‘유령 남편’ 곁을 떠나 “구름이 아니라 나무처럼 뿌리 내려” 인도의 보루빌 공동체에서 자신을 새롭게 꾸려나가려 했던 시도는 이념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끝이 난다.

「석양꽃」은 불교의 교리와 세속의 시선이 정면충돌하면서도 비스듬히 겹쳐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 전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핵심적인 장면은 한 달 예정으로 왔던 의선이 날을 다 채우지 않고 내려가겠다고 선언한 후, 담대한 눈빛으로 속인의 편에서 자조의 말을 길게 꺼내는 순간이다. 그의 입장은 “되풀이되는 업의 윤회를 끊으려면 먼저 자신을 관(觀)해야지. 자기를 통하지 않고는 진정한 구원이란 없어요. (……) 전 어리석게 피 흘리더라도 세속에서 부대끼며 살고 죄일지라도 사랑하고 그 대가로 고통도 삼킬 겁니다”로 요약된다. 의선이 말하는 ‘관’은 불교의 ‘견성’과 반대에 가깝다. 아무리 두터운 층위를 대어도 불교에서 추구하는 공은 삶보다 관념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인간의 복잡한 욕망과 탐욕, 분노, 어리석음을 흡수하지 않고 튕겨내는 데서 얻어지는 투명함이라면 그것은 기만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의선이 말하는 세속은 다르게는 충만과 불안으로 가득한 삶의 활기라고도 할 수 있겠고, 여기에서 작가의 의중이 깊이 짚이기도 한다.

「기나긴 길」에서 단테문학관에 머무르던 문인들은 귀신에 대한 생생한 목격담을 전해 들을 뿐 아니라, 밤마다 정체불명의 소리에 시달린다. 잠시 문학관을 빠져나와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화자는 철문 치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을 쫓아 여기까지 온 듯한 미망의 혼령이 생시의 환영을 쫓아 업을 되풀이하고 있음을 통탄한다. 이 소리에 쫓기는 어두운 새벽 네시에 그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것은 희미하게 들려오는 맑은 목탁 소리다. 그런데 불안을 다독여주는 그 소리를 따라 산 능선 어딘가의 절을 짐작한 것과 달리, 그가 문득 발견한 것은 욕실 안 고장 난 샤워기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물방울들이다. 소설은 떠도는 혼령들을 통해 인간이 불행과 원한에 집착하지 않고 어떻게 해탈의 영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질문하지만, 고장 난 샤워기를 발견한 순간 ‘어리석음을 짓는 업의 굴레’와 ‘생명 본연의 발견과 해탈’의 이분법은 깨져나간다. 우리는 표면적인 현상 속에서 일시적인 착각과 함께 안도와 구원에 머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종교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잠시 환영으로 채우는 것에 불과하다.

이 해탈 불가능한 인간의 맨얼굴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자리에 「가멸사」가 놓인다. 상징적인 이미지를 촘촘히 활용하고 있는 유기적인 구성과 종교에 대한 더욱 깊고 치열한 성찰로, 앞으로 말하게 될 단편들과 함께 강석경 소설 세계 안에서 계속 거론될 만한 명편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하정길’이라는 시인이 동창 현우의 사촌 제수 ‘박정숙’과 무장사지를 향해 가는 등산길에서 나누는 대화로 이루어진 여로형 소설이다. 가지가 나 있던 자리 밑동 한쪽에 구멍이 나 있는 나무처럼 그들의 생도 상처와 고통으로 가득하다. 소설은 가시투성이로 태어난 존재들이 구멍이 나고 뜯기고 밟히는 가운데 세상에 부질없이 맞서기보다 자신을 내어주는 것의 힘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자신의 내면에 유폐되어 상처를 곱씹는 대신 나무와의 유비 속에서 고통을 삶을 위해 마땅히 치르는 대가로 받아들일 때, 이는 간결하고도 단단한 지혜가 된다. 서사 구조적으로도 가지, 가시, 유리 파편 등의 날카로운 이미지들은 무장사지로 향하며 여러 번의 개울을 건너는 동안 나무에 난 구멍, 이끼 등의 이미지를 경유하며 어느덧 둥글고 부드러워진다.

「나는 너무 멀리 왔을까」는 「석양꽃」 이후 네 편의 장편과 산문집을 거친 후 무려 14년 만에 발표한 단편이다. 이 소설은 마지막에 이르러 인물의 절망을 높은 밀도로 그려내며 신화적 도약을 이루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후기 대표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이로부터 20년이 지나 발표한 작가의 최신작 「툰드라」와 겹쳐 읽을 때 비로소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하다. 「나는 너무 멀리 왔을까」의 ‘관(觀)’은 자신이 쓴 시나리오 「하안으로 가는 길」이 거듭 엎어지면서 무력감과 절망에 빠져 있는 상태다. 그런 그에게 문득 5년 전 교통사고로 죽은 조카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미국에 갔다가 일시적인 관계를 맺었던 게이 ‘닥터 박’의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을 방기했던 시절의 불편함을 대면한 관은 눈밭에 누워 있다가 ‘재연’이 보낸 말다래 엽서를 떠올리고, 그리움에 사로잡혀 경주로 간다. 재연에게 경주는 잉여의 부르주아지 냄새를 벗어나 살아 있는 듯 느끼게 하고, 실종자처럼 조용히 고립되어 있을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그런 재연 앞에서 관은 대학 후배 오와의 우발적인 두 번의 관계에서 아이가 생겨 보름 뒤 결혼해야 하는 상황으로부터 도피하길 원하지만, 재연은 쓴웃음으로 현실을 직시하라는 냉정한 충고를 건넨다. 관은 결정적인 순간에 고개를 돌린 오르페우스다. 자신이 무엇을 잃은 줄도 모르고 지금껏 살아왔으니, 그 무지가 유지되었더라면 천오백 년 전의 고분이 켜켜이 쌓여 있는 신성한 지하세계(경주)에서 지상(서울)으로 무사히 되돌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혼돈 속에 있던 그가 비로소 중요한 진실을 깨닫고 고개를 돌린 순간, 모든 것은 불길 속으로 영원히 사라져버리고 만다.

남자가 멈추고 수장된 그 자리에서 「툰드라」는 여자의 시선으로 다시 시작된다. 마흔아홉이 된 ‘주영’이 몽골로 떠나는 날, 작년부터 계속 불규칙했던 생리가 “한숨을 토하듯 찌꺼기를 쏟아내듯 마지막 출혈”을 시작한다. ‘울란바토르’라는 지명이 주영에게 처음 빛을 마주한 “아기 엉덩이의 몽고반점”으로 다가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녀의 몽골행은 처음부터 탄생과 죽음이 만나는 기묘한 여행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회한 없이 단순한 기쁨으로 다가온다. 몽골의 초원행은 ‘승민’과 함께하는 여행이지만, 애초에 소유가 전제되는 제도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적 없던 주영에게 승민의 존재는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작별 여행이기에 승민은 “너 조금이라도 나 좋아했니? 그렇다고 말해주길 바라. 거짓말이라도 괜찮아”라 재차 묻지만, 주영은 승민이 보여준 그간의 인색함과 다른 여자와의 만남을 지적하면서도 산뜻하고 단호하게 헤어짐을 말한다.

승민의 인정처럼 주영은 “미약한 계란이 아니라 반체제”이자, “사랑도 무엇에도 기대지 않고 너만의 형식으로 살아온 독립된 영혼”으로 바로 선다. 그렇게 또다시 승민과 작별을 고한 주영이 마지막에 마주하는 것은 탑만 있는 무인의 절 ‘스투파’다. 넓이를 잴 수 없는 하늘 아래 노을이 깔리고, 온통 말과 새들이 대지를 누빈다. 더없이 완전한 풍경이자 낙원인 그곳에서 그녀는 문득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는다. “해탈이 거기 있었다.” 주영은 오르페우스가 뒤돌아본 순간 멀리 떠나가는 에우리디케다. 오르페우스는 자신이 돌아보고 붙들려 했기에 이 모든 사건이 벌어졌다고 생각하겠지만, 소유가 중요하지 않은 에우리디케에게 정착하지 않고 떠나가는 일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대상에 매이지 않는 그녀에게 사랑했느냐는 질문은 무용하며, 계속해서 이동할 수 있는 자유만이 중요하다.

세속의 삶에 결코 길들여지지 않으려는 강석경의 날짐승 같은 감각은, 욕망을 거듭 꺼뜨리는 가멸(加滅)의 구도(求道)를 거치며 이제 여기까지 왔다. 경주와 인도 너머 중국과 몽골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곳곳을 두루 어우르다 마침내 그가 발견한 툰드라. 한국 문학사에서 새로 개척해낸 이 영토는 속세를 함부로 초월하지 않고 자신 안에서 고요히 거듭 멸하는 자의 품격이 도달한 자리다.

추천평

소설을 다 읽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숲속의 방』의 소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강석경의 소설을 죽 따라 읽어온 나는 『툰드라』에 이르러 작가의 세상에 대한 비판이 더욱 매섭고 도저해진 것에 놀랐다. 문장의 밀도와 세계에 대한 인식에서는 옹골찬 근력마저 느껴졌다. 중산층의 속물적인 가치와 가족주의에 대한 혐오와 절망이 소양을 자살로 몰았다면, 『툰드라』의 인물들은 국가와 제도의 기만, ‘도덕 하는 사람들’에 맞서는 길을 선택한다. 스스로가 독립된 반체제가 되어 자신의 그늘 자리를 키운다. 고통을 피하기보다는 잠자는 의식을 깨우쳐준 것에 긍정하며, 누구의 침해도 받지 않고 호젓하게 꿈꿀 수 있는 고독의 소파, 구름 위의 인간을 자처한다. 그리하여 몽골 초원에서 주영과 승민의 샤워는 자유의 세례를 형상화한 모습에 다름 아니다. 돌마, 소담, 수랭, 작드더러즈, 그리고 주영은 우리를 꿈속에 젖게 하는 이름으로 각인될 것이다. 여기에 강석경이란 이름을 더하고 싶다. - 이성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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