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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도를 사랑한다
2004-2022 개정증보판
강석경
난다 202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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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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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신라, 이 아름다운 발음 · 6
개정판 작가의 말│시작에서 떠남까지 · 8
서문│헤매다 경주를 찾았지 · 10

김시습의 고독 -용장사지에서 · 32
뿌리로의 귀환 -계림로에서 · 39
문화는 섞이면서 진보한다 -괘릉에서 · 44
헌헌장부는 어디로 갔나-동궁과 월지에서 · 48
가득히 비어 있는 폐사지의 아름다움 -황룡사지에서 · 53
달이 뜨면 밤에는 늑대가 운다 -대릉원에서 · 58
고대의 궁궐터는 산책자를 몽상에 잠기게 한다 -월성에서 · 63
공유지엔 텃세가 없다 -산림환경연구소에서 · 69
삶의 진흙에서 피는 연꽃, 그건 바로 예술이지-남산동에서 · 79
여기서 죽고 싶다 -무열왕릉에서 · 83
최 부잣집의 진귀한 음식문화 -교동에서 · 88
그릇을 보면서 비우라 -박물관에서 · 97
경주의 땅속은 비어 있는 거대한 오케스트라 -인왕동에서 · 102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황오동 골목에서 · 107
그래서 인간이 복잡하구나 -노서동 고분공원에서 · 113
작은 것의 아름다움 -진평왕릉에서 · 118
저 바다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 -식혜골에서 · 123
변하는 건 산천이 아니라 사람이다 -오릉의 겨울 숲에서 · 136
밤의 대기 속을 헤매니 우리는 친구가 아니냐 -밤의 고도에서 · 140
영혼의 DNA가 동일한 -겨울의 거리에서 · 146
경주의 역사가 묻어 있는 수원水源-북천에서 · 151
영악함 없는 이 느림-고분공원 벤치에 앉아서 · 156
역사와 함께 자연을 내 근처에 두는 방식-이 무위의 풍경 앞에서 · 163
저 벼들처럼 삶의 뙤약볕을 견뎌야 한다 -황금빛 배반들에 서서 · 172
신라의 자손들아, 무엇을 하였느냐, 하느냐 -성덕대왕신종 앞에서 · 178
무도회의 수첩-시간의 상자 속에서 · 188
고도를 찾아온 콧수염 청년-삼층쌍탑 앞에서 · 199
아라키씨의 이주-동남산 아래에서 · 205
경주에서 몽골 초원으로-비 온 뒤 연밭에서 · 209

저자 소개 1

姜石景

1951년 대구 출생. 1974년 이화여자대학교 미대 조소과를 졸업하였다. 1973년 대학 재학중 이대학보사 주최 추계문예에 단편소설 「빨간 넥타이」가 당선되었으며, 당시 심사위원 이어령의 추천으로 단편 「근(根)」, 「오픈게임」으로 『문학사상』 제1회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숲속의 방』으로 오늘의 작가상과 녹원문학상을 수상했고, 단편 「나는 너무 멀리 왔을까」로 21세기 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밤과 요람』, 『숲속의 방』, 장편소설 『가까운 골짜기』, 『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 『미불』, 장편동화 『인도로 간 또또』, 산문집 『일하는 예술가들』,
1951년 대구 출생. 1974년 이화여자대학교 미대 조소과를 졸업하였다. 1973년 대학 재학중 이대학보사 주최 추계문예에 단편소설 「빨간 넥타이」가 당선되었으며, 당시 심사위원 이어령의 추천으로 단편 「근(根)」, 「오픈게임」으로 『문학사상』 제1회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숲속의 방』으로 오늘의 작가상과 녹원문학상을 수상했고, 단편 「나는 너무 멀리 왔을까」로 21세기 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밤과 요람』, 『숲속의 방』, 장편소설 『가까운 골짜기』, 『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 『미불』, 장편동화 『인도로 간 또또』, 산문집 『일하는 예술가들』, 『인도 기행』, 『능으로 가는 길』, 『저 절로 가는 사람』, 『이 고도를 사랑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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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58g | 138*210*20mm
ISBN13
9791191859287

책 속으로

능에 핀 하얀 들꽃들이 예뻐서 나도 모르게 하나 꺾어 손에 든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이 된 고분이 예술과는 또다른 감동을 준다. 예술은 사물의 본질을 모방하지만 자연은 모든 본성을 포괄하기에 완벽하다고 하지 않는가. 예술을 모르고 살기는 해도 자연 없이는 살 수 없다. 인간이 무의식중 자연을 갈구하는 것은 그것이 생명의 본성이기 때문이리라. 생명의 모태인 자연.
---「여기서 죽고 싶다」중에서

경상도엔 집장이라는 토속 음식이 있는데 밀과 콩으로 띄운 메주를 갈아 물에 풀고, 박, 가지, 무청 등을 넣어 만든다. 최 부잣집에선 집장만도 일곱 가지나 만든다. 또 ‘채’라고 불리는 독특한 별미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문어, 전복, 게살, 해삼, 까만 석이 등과 갈분가루에 묻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국화, 시금치, 쑥갓 등의 채소를 잣 국물에 띄우는 음식이다. 문어 같은 해산물을 잣과 낙화생을 갈아 새콤달콤하게 만든 소스와 함께 먹는 ‘채’의 맛은 잊히지 않는다. 전에 교동법주를 사러 갔다가 제사상에 올리는 떡을 본 적이 있는데 접시에 담긴 갖가지 떡도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진귀한 것이었다. 이런 것이 양반 문화구나, 전통문화구나 생각했다.

---「최 부잣집의 진귀한 음식문화」중에서

출판사 리뷰

강석경만이 쓸 수 있고 강석경밖에 쓸 수 없는 그곳, 경주에 관한 이야기

비어 있기에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다시 말해 모두가 아무것도 없다고 발길을 돌려버리는 월성과 같은 신라의 왕궁터를 작가는 어떤 연유로 매일같이 산책하게 되었을까요. 속절없이 크고 속절없이 둥글며 속절없이 수가 많은 능으로 보건대 경주는 거대 무덤의 도시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왕권이 무슨 소용이랴, 저 녹색 빈껍데기가 죽은 뒤에 다 무슨 대수냐며 삶과 죽음의 허망함을 논한다 할 적에 경주라는 흑백의 유적지는 매순간 삶의 본질을 돌아보게 만드는 데 일조를 하게 됩니다. 지구의 독생자처럼 헤맸으나 경주에 와서 비로소 신라라는 정신의 고향을 찾았다는 작가의 고해성사 같은 고백. 그만큼 절실했다는 얘기겠지요.

신라 김씨 왕조가 유목민이라는 학설을 접하고 느낀 신비로움이라니. 그것은 나의 정체성에 대한 확인이었다. 자연과 자유를 사랑하는 나의 본성에 유목민의 피가 흐르는 것일까. 그래, 대릉원의 담 밑을 지나갈 때마다 습습한 건초 냄새를 맡으며 자기 문명에 소외되지 않았던 유목민인 나의 전생을 상상하곤 했다. _「대릉원에서」 중에서

작가의 두 눈과 두 다리가 투과하고 겪어내는 경주 전역은 단순한 듯 복잡하고 복잡한 듯 단순합니다. 인구밀도가 높은 것도 넉넉한 땅 넓이를 자랑하는 것도 아니어서 겉보기에 숨죽여 고여 있는 듯해도 여전히 경주 땅 곳곳에서 건강하고 우렁찬 울림이 전해지는 것은 천년 고도 시절부터 뜨겁게 피를 뿜어내는 자연이라는 혈관이 그 몫을 단단히 했을 겁니다. 자연이야 어디든 있지만 경주에선 도심 한가운데서도 자연을 점유할 수 있으니, 경주라는 도시에서의 삶이란 곧 자연을 제 근처에 두는 방식일 겁니다. 건축이 제한된 고도라 녹지 면적이 전국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경주는 그 덕분에 사계절의 변화를 훨씬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작가는 용장사지에서, 계림로에서, 괘릉에서, 동궁과 월지에서, 황룡사지에서, 대릉원에서, 월성에서, 산림환경연구소에서, 남산동에서, 무열왕릉에서, 교동에서, 박물관에서, 인왕동에서, 황오동 골목에서, 노서동 고분공원에서, 진평왕릉에서, 식혜골에서, 오릉의 겨울 숲에서, 북천에서, 성덕대왕신종 앞에서, 동남산 아래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차례로 살아냅니다. 삶으로 살아본 이가 아니라면 결코 쉽게 붙일 수 없는 산책자의 팁 같은 것을 발 내딛는 곳곳마다 얼마나 야무지게 붙여놨는지 그 절묘함이 뒤따라 걸어보려는 자에게는 얼마나 절박하게 다가왔는지 모릅니다. 발로 또 절로…… 자연과의 일체감은 이렇듯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모양입니다.

천년 고도의 속도 저 느림, 경주에 관한 이야기

전국에서 신호등이 가장 늦게 들어온 지방이 경주라고 한다. 신호등이 설치된 후에도 경주 사람들은 차가 오거나 말거나 여유만만하게 길을 건넜다고 한다. 외지인에게 경주의 인상을 물으면 느림에 대해 말한다. 시대의 흐름에서 비켜난 듯한 고도의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고, 보수적인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그런 느낌을 주기도 한다. (……) 내가 경주에 사는 것은 느림을 존재의 방식으로 택했다는 것이다. _「영악함 없는 이 느림」 중에서

이 책은 빠르게 읽히지 않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무섭게 넘어가는 속도를 자랑하는 여타의 책과 달리 한 문장 한 챕터의 여운을 느리고 길게 끌고 갑니다. 교과서는 아니지만 알아야 할 역사적 사실들이 즐비한데다 곳곳에 산재해 있는 철학적 몽상들의 무게 또한 그 근이 꽤나 나갑니다. 신라인들의 염원을 담은 유물들 또한 눈으로 확인하고 머리로 이해한 뒤 가슴에 새겨야 하는 순리적인 과정이 담보되어야 하기에 단번에 읽어내기에는 실로 역부족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번 읽고 밀쳐둘 수가 없는 책입니다. 답사기일까 역사책일까 소설책일까 시집일까 면면마다 조금씩 다른 이름으로 이 책을 소화해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그리하여 역시 ‘느림’밖에 없다는 길로 이어집니다. 필연적인 과정이지요. 산책을 즐기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한 느림.

『이 고도古都를 사랑한다』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정리하자면 아마도 자연, 예술, 사회, 이 셋이 될 것입니다. 작가는 “예술은 늘 나를 감동시키고 자연은 나의 근원이며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도 자기정체성을 갖게 하는 결정적인 조건이다”라며 발전이라는 허명을 뒤집어쓴 온갖 문명의 이기를 탐하는 우리 사회의 허망한 욕심에 대한 쓴소리를 자주 내뱉기도 하였지요. 풍요는 또다른 빈곤을 가져오고 진보는 파괴를 동반하나니…… 변하는 건 산천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자명한 사실을 우리는 왜 자꾸 잊는 걸까요.

경주 출신의 화가 김성호의 경주를 테마로 한 그림들이 글과 한몸처럼 이어지는 가운데 알다가도 모를 그 삶이라는 게 뭔가 싶은지 자꾸만 페이지를 넘기는 손에 주춤거림이 일었습니다. ‘경주’와 천년 고도 ‘신라’와 ‘나’라는 사람. 어떤 ‘근원’에 대한 우리들의 갈증은 어디에서 비롯된 헛헛함일까요. 경주는 어디에서 왔으며 천년 고도 신라는 어디로 갔으며 우리들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들 가려는 걸까요. 마침표가 아닌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로 끝나는 책의 귀함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 고도古都를 사랑한다』. 경주로의 여행을 꿈꾸는 모든 이들의 오랜 지표이자 지도가 되길 감히 꿈꿔봅니다.

ps. 책 뒤표지의 날개를 펼치면 경주 산책 코스가 그려진 지도를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작가의 입을 빌려 소개된 경주의 모든 곳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각자 편의껏 산책 코스를 짜보시라는 의미에서 시도해본 작업입니다. 경주를 걸으실 때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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