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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그래, 가자! 까짓 거, 산티아고!
Part 1 - 까미노에 발을 들이다 D-1 노란 화살표를 따라 가기만 하면 돼 Day1 사실 난 걷는 게 싫어 | 황홀했던 첫날밤 Day2 걸어야만 보이는 것들 Day3 이상한 해방감 Day4 걷는 것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Day5 마지막인 줄 알았더라면 Day6 천천히 걸어줄 수 없을까 Day7 버거웠던 하루 Day8 내게 찾아온 손님, 베드버그 Day9 약국 앞 벤치에 나란히 앉아 | 그럼에도 불구하고 Day10 까미노 위의 천사들 Day11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Day12 베드버그 박멸의 날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1 호주에서 온 린다 Part 2 - 내 걸음대로 걷다 보면 Day13 길 위에서 그려보는 미래 Day14 내게는 마지막 산티아고 순례길 Day15 리오와 데비 Day16 길 위에서의 생일 Day17 뜨거운 작별 인사 Day18 마음에 탄력이 붙었다 Day19 까미노의 법칙 Day20 따로 또 같이 Day21 산티아고 순례길의 마법 Day22 너는 내 기분을 망칠 수 없어 Day23 욕심 내려놓기 Day24 함께 걷는다는 것 | 수녀원 도난 사건 Day25 나의 초심 Day26 처음으로 물집이 잡혔다 Day27 내 몸을 사랑하기로 했다 Day28 인생의 축소판 Day29 허리의 통증 Day30~31 대도시에서의 휴식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2 아버지와 딸 Part 3 - 어쩌면 이것이 나의 순례 Day32 다시 돌아올 수 있어 기뻐 Day33 매일 어제보다 더 Day34 새로운 순례길 메이트 Day35 나는 작고 약한 애벌레 Day36 철의 십자가 Day37 오늘은 조금 더 걷기로 했다 Day38 남편의 너구리 사랑 Day39 이 맛에 걷는 길 Day40 여행하며 많이 싸우세요 Day41 또 너냐, 베드버그 Day42 각자의 순례길 Day43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Day44 오리손 산장의 인연 Day45 꼭 크리스마스 이브 같아 Day46 완주 | 순례길이 준 마지막 선물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3 한국에서 온 두 어머님 에필로그 - 다시 여행자로 돌아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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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서 걷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체력도 정신력도 약하고, 땀을 흘리거나 몸이 힘든 건 모두 꺼려 해서 평소 하는 운동이라고는 숨쉬기가 전부였다. 그런 내가 고행의 길이라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순전히 내 의지로 가겠다는 생각을 할 리는 결코 없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인생은 순전히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 p.11 내가 언제 또 이렇게 온전히 걷는 것에만 집중하는 단순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그 생각을 하면 더없이 소중해지는 시간이다. 비가 와서 호들갑을 떨었고, 바람이 많이 불어 넘어질 것 같았고, 덕분에 발에 힘주고 걷느라 발바닥이 불날 것 같았지만 모두 괜찮았다. 먹구름이 걷히고 해가 반짝 뜬 순간, 카페테라스에서 말간 하늘을 보며 마신 오후의 커피 한 잔이 하루의 고단함을 모두 날려 주었다. --- p.55 신혼은 무조건 서로 옆에 꼬옥 붙어 있어야 되는 시기인줄로만 알고 살았다. 때로 혼자 있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괜한 죄책감과 미안함에 내색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다. 이제는 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다른 남편과 나는 어떻게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타인일 뿐인데, 24시간 내내 함께 붙어 있으면서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부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앞으로는 순례길을 걷는 지금처럼 살아가고 싶다.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각자의 시간과 속도를 존중해주면서. --- p.67 나는 여태껏 늘 도망치며 살았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서 그저 그 상황을 빨리 빠져나오고 싶어 줄행랑치느라 알아채지 못했는데, 되돌아보면 늘 힘든 상황에서 조금 더 버텨볼 생각은 하지 않고 도망치는 선택지만 안고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런 내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게 나라는 게 절절히 느껴졌다. 늘 도망치는 사람. 힘든 건 안 하는 사람. 견디지 못하는 사람. 약골. 그런데 어쩐지 이번에는 조금 다르고 싶어졌다. 시작은 남편의 제안이었지만 함께 걷기로 한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힘들다고 생각했던 이유들이 사실은 굉장히 볼품없고 초라한 핑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순간, 나는 이상하게 용기가 났다. --- p.75 이 길 위에서는 누구나 오직 자신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을 선물 받는다. 덕분에 이전에는 몰랐던 나의 새로운 모습들을 알아가고 있다. 매일 더는 못 걷겠다고, 너무 힘들어서 그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생각을 이겨내고 딱 하루만 더, 딱 오늘 하루만 더. 그렇게 매일 하루씩 걸음을 연장하며 걸어온 시간들이 내 몸에 새카맣고 촌스럽게 새겨져 있었다. --- p.103 순례길이 단순한 하나의 길처럼 보여도 사실 모두에게 같은 길은 아니다. 함께 길을 걷고 있어도 저마다 경험하는 것과 느끼는 것, 깨닫는 것들이 모두 다르다. 매일 함께 걷는 우리 부부도 순례길에 대해 가지고 있는 느낌은 각자 완전히 다를 것이다. 이 길은 각자의 인생 시기에 맞는, 꼭 필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그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는 아주 명확하고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순례길에 온전히 마음을 열자, 순례길도 내게 드디어 진짜 길을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 p.197 절로 힘들다는 말이 튀어 나왔다. 여기서 한 걸음도 더 걸을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알고 있다. 오늘도 나는 끝까지 걸어 내리라는 것을. 바람이 불 때마다 멈추어 서서 쉬고, 바람이 멈추면 나는 다시 천천히 산을 올랐다. 끝없이 펼쳐진 오르막길 대신에 내 발끝만 보며 걸었다. 딱 세 걸음만 더 걷자. 딱 다섯 걸음만 더 걷자. 딱 열 걸음만 걷고 쉬자. 그렇게 내가 걸을 수 있는 걸음만 세면서, 쿵쿵 뛰는 나의 심장 소리를 느끼며 내가 오를 수 있는 속도로 산을 탔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의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힘겹게 오른 산 위에서는 아주 강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배낭을 벗어 던지고 두 팔 벌려 눈을 감고 내게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았다. --- p.2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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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걷는 일만이 유일한 할 일인 까미노에서
매일매일 오늘만큼의 걸음을 걷는다 오래 걷는 일, 힘든 여행 등은 절대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저자가 남편과 함께 세계여행의 첫 여행지로 간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 이야기. 이번 책은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일상을 담았던 첫 에세이 〈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졌다〉 이후 출간하는 저자의 두 번째 에세이로, 배낭 하나에 들어갈 만큼의 짐을 메고 세계여행을 떠나 매일 길을 걸으며 사유하고 성장한 스토리를 담은 로드 여행 에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저자가 처음 순례길을 겪으며 전 세계에서 온 순례길 동지들을 만나고,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며 순례길의 매력에 점점 스며든다. 그곳에서 매일 해야 할 일은 오로지 걷는 일. 출근도, 가사 업무도 아닌 오직 자기 몫의 배낭을 메고 하루치의 걸음을 걸어 어딘가에 도착하는 일이다. 걸음을 한발 한발 떼며 나아갈 때마다 저자는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모습과 잊고 있던 기억들을 만나고, 함께 걷는 남편과의 적당한 거리두기에 대한 성찰도 갖는다. 뜨거운 뙤약볕과 쏟아지는 비바람 등 자연의 변화를 온몸으로 겪고, 날것의 감정을 마주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발걸음을 내디뎌 스스로 걸어 내는 즐거움을 체득한다. 온몸으로 길 위의 세상과 마주하며 매일 빼놓지 않고 기록한 46일간의 일기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46일 동안 노트 한 권을 빼곡히 일기로 채우며 다 쓴 볼펜은 3개. 저자는 순례길 위에서 흔들릴 때마다, 대체 내가 이곳에 왜 온 것인지 묻게 될 때마다 노트를 펼쳤다.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과 그 일이 준 생각과 깨달음에 대해 기록해나가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나간다. 단순해 보이는 순례길 위의 일상에서도 여러 문제로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꾸밈없는 문장을 통해 읽으며 투명하게 자신을 마주하고 성찰한다는 것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책에는 저자 부부가 직접 촬영한 까미노의 생생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다수 실려있다. 순례길을 걷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는 4월에서 6월 사이의 순례길의 풍경은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찬란하다. 길을 걸으며 웃고 울던 시간만큼 빼곡히 적힌 글과 그 글의 순간이 담긴 사진들을 함께 보며 까미노를 걸어보자. 작은 걸음으로도, 보통의 나로도 어딘가에 닿을 수 있다는 용기 몸의 통증을 겪고, 베드버그에 물리는 등 쉽지만은 않은 순례길 위의 생활. 저자는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며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딱 그 순간을 견딜 만큼의 힘을 길 위에서 받는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까미노 천사’다. 배낭에 매달고 걷다 잃어버린 덜 마른 바지를 주워와 주기도 하고, 함께 정을 나누며 식사를 하고 꼭 필요한 물품뿐만 아니라 그 순간에 꼭 필요한 조언도 아낌없이 나누어 준다. 그렇게 길 위의 사람들에게, 남편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힘을 얻으며 저자는 계속 걷는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한발 한발 내디뎌 결국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에 도착한다. 시작할 땐 막막하게만 느껴졌을 총 800km의 길을 저자가 결국 완주하게 되는 날까지의 생생한 기록을 따라 읽다 보면, 무언가 대단할 것 없는 지금 그대로의 나도 걷는 것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분명 어딘가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