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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선현경 007
파도를 탄다 011 스포츠 014 장롱면허 018 위험한 일 024 칼로 물 베기 039 부기보드 vs. 서핑보드 046 눈치 053 물의 언덕 058 코끼리 064 코로나 시대의 서핑 070 패들링 지옥 080 사랑의 파도 086 바다 위의 풍경 092 관객 098 상어와 해파리 105 썩지 않는 것들 111 파도수집노트 116 해녀와 서퍼 122 지친 파도 130 허슬러 138 겨울 동해의 드레스 코드 147 마이너리티 리포트 152 오서독스 157 다른 스포츠엔 없는 163 기도 167 커피와 담배 171 마스터 176 꿈 182 슈트 189 준비물 195 만리포 202 남과 다른 파도를 탄다는 것 212 딸에게 217 위대한 힘에는 항상 큰 책임이 따른다 222 파도를 기다리며 할 수 있는 일 229 인구 238 송정 248 다다를 수 없는 253 epilogue---이은서 259 |
이우일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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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보드에 앉아 있으면 듣는 질문이 있다. 서퍼들이나 한 번도 파도타기를 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다가와 묻는다. “그건 이름이 뭐예요?”
서핑과 보디보드(부기보드) 타기는 다르지 않다. 올라타는 물체가 다르고 타는 방법도 다르지만 파도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그러니 앞에서의 이야기들이 그대로 적용된다. 느긋하게 타든 목숨 걸고 타든 그건 파도 타는 사람 마음이다. 보디보드를 타기 위해선 배꼽까지 오는 스티로폼 재질의 보디보드와 오리발(보통 핀이라고 하는데, 여기선 서핑보드의 핀과 구별하기 위해 오리발로 적는다)이 필요하다. 보디보드용 오리발은 일반 잠수용 오리발과는 달리 조금 더 딱딱하고 길이가 짧다. 패들링과 순간적인 발차기의 힘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보디보드용 오리발은 또 다른 중요한 역할도 하는데 그건 서핑보드 핀의 기능이다. 일반적으로 보디보드에는 핀이 없다. 그래서 파도 면을 탈 때 두 발에 낀 오리발을 서핑보드의 핀처럼 이용한다. 보디보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몸 전체를 이용한다. 몸통을 서핑보드처럼 사용한다고 해서 이름이 보디보드다. 서핑보드보다 더 격렬하고 원시적인 파도타기라고 할 수도 있다. 나는 ‘보디보드’란 이름보다는 ‘부기보드’란 이름이 더 좋다. 1971년 하와이의 ‘톰 모리Tom Morey’라는 사람이 서핑보드를 두 동강 낸 듯한 ‘모리부기’란 걸 만들어서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재즈광이어서 자신이 만든 파도타기 도구에 재즈의 한 장르인 ‘부기우기boogie woogie’를 따 ‘모리부기’라 이름 붙였다. 이후 한 보드 회사가 그에게서 ‘모리부기’를 인수하게 되었고 ‘부기보드’란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했다. 그래서 다른 후발 업체들은 ‘부기보드’란 이름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대안으로 만들어낸 이름이 지금의 ‘보디보드’라고. 그러니 ‘부기보드’랑 ‘보디보드’는 같은 것이다. 이 책에선 앞으로 ‘부기보드’라고 부르겠다. --- pp.43-44 그토록 위험하고 신경 쓸 일이 많음에도 파도타기에 중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파도타기는 어린 시절 해 질 녘까지 “한 번만 더!”를 외치며 타던 미끄럼틀과 비슷하다. 경사면을 주르륵 타고 내려올 때의 그 즐거움을 안다면 누구나 중독될 수밖에 없다. 파도타기는 스키, 스케이트보드, 썰매, 스노보드를 타는 것과도 비슷하다. 파도타기가 그런 탈것들과 다른 점이라면 타고 내리는 경사면이 물로 되어 있다는 것뿐이다. 물로 만들어진 경사면이라 좋은 점은 아무리 넘어지고 자빠져도 크게 다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에 거꾸로 처박혀도 짠물만 좀 먹을 뿐 물리적인 타격은 거의 없다. 물론 물속에 바위가 있다거나 다른 장애물이 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파도타기의 또 다른 경이로운 점은 그 경사면이 계속 움직이고 변화한다는 것이다. 시시각각 움직이는 이 물로 된 언덕은 처음엔 적응하기 무척 어렵지만, 일단 빠져들어 원리를 깨닫고 즐기다 보면 굉장한 놀이 기구로 변신한다. 파도의 원리라는 게 거창한 건 아니다. 파도가 다가오고 그 힘이 나를 밀어준다. 파도의 힘과 부력으로 몸이 두둥실 떠오른다. 파도의 편차가 커지면 그만큼 내려오는 힘이 강해진다. 달 위의 우주비행사처럼 무중력 상태로 붕 떠올랐다가 내려오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파도타기란 올라갔을 때의 가장 높은 점에서 내려왔을 때의 가장 낮은 점으로 이어진 경사면을 중력의 힘으로 타고 내려오는 것이다. 물로 만들어진 움직이는 언덕은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아름답다. 그 경이로운 자연의 움직임은 마치 우아하고 거대한, 살아있는 백악기의 동물 같다. --- pp.58-60 2020/6/7 그토록 바쁘게 살아온 이유가 바다 위에 두둥실 떠서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파도를 하염없이 기다리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나는 늘 바빴다. 걸음도 빨랐다. 밥도 빨리 먹었고 술도 빨리 마셨고 담배도 빨리 피웠다. 심지어 일도 빨리 했다. 그렇게 빨리빨리 산 덕에 자투리 시간들을 많이 모으게 된 것일까. 그 자투리들을 이어 붙여 지금 바다에 두둥실 떠서 알 수 없는 파도를 기다린다. 가진 게 많아 유유자적한다고 말하겠지만, 내가 가진 것은 그렇게 긁어모아둔 자투리 시간들이 전부다. 바다 위에 두둥실 파도를 기다리며 자투리 시간을 조금씩 야금야금 먹고 있다. --- pp.62-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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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중독된 듯 도전에 중독된 듯
온몸으로 부딪혀 쓴 부기보드(=보디보드) 서핑 에세이! 일을 해도 책상 앞에 앉아서, 놀아도 책상 앞에 앉아서, 오십 평생을 방구석 생활자로 살던 만화가 이우일. 그가 돌연 온몸으로 즐기는 바다 스포츠 ‘파도타기’에 빠졌다. 구체적으로는 보디보드(작가는 ‘부기보드’라는 별칭을 더 선호한다) 서핑인데, 보디보드는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서핑보드보다 길이가 짧아서, 대개 엎드린 채 보드에 몸을 밀착한 자세로 파도를 즐기는 스포츠이다. 서핑보드와 달리 뒤쪽에 뾰족하게 솟은 핀이 없어 따로 오리발을 착용해야 하지만 그만큼 비교적 안전하다는 매력이 있다. 원리는 미끄럼틀을 탈 때처럼 중력을 이용하는 것인데 그게 보기보다 녹록지 않은 듯하다. 파도를 기다리는 끈기와 체력은 물론이고, 좋은 파도를 읽는 눈치, 주변 서퍼들과의 소통력, 안전을 위해 물밑까지 살피는 주의력 등 갖추어야 할 요소가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바다를 즐기는 가장 짜릿한 방법으로 파도타기를 추천한다. 파도타기를 위해 30년째 고수하던 소위 장롱면허를 탈피해 운전도 시작했다. 날씨에도 민감해졌다. 바다에 가지 않는 날에도 파도 애플리케이션을 체크하는 습관이 생겼고, 노년엔 바닷가 작은 오두막에서 살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너무나 열정적으로 기뻐하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성공하는 아빠. (…) 그렇게 즐거워하며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 모습을 배우고 싶다. 파도타기가 너무 좋아 책까지 쓰는 아빠. 내가 닮고 싶은 ‘아빠의 열정’이 담긴 책의 출간을 축하하고 싶다.” - 딸/은서 『파도수집노트』를 준비하며 바다에서의 도전에 이어 그림 그리는 데에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 늘 손그림을 선호하던 작가가 아이패드에의 일러스트 프로그램 프로크리에이터를 연 것이다. 매 에피소드에서 면막음을 담당하는 38편의 4단 만화가 그 결과물이다. 표지와 본문 구석구석에 수록된 40컷의 일러스트는 오일 파스텔, 오일 색연필로 완성했다. 본격적인 색연필화 역시 이번이 첫 도전이다. 부기보드 서핑을 시작하니 많은 것이 변화했다. 때로는 시합처럼 이글이글하게, 때로는 산책처럼 느긋하게 조금 마이너하지만 아무래도 권하고 싶은 만화가 이우일의 파도타기 예찬! 이우일과 함께 그의 아내 선현경 작가도 부기보더가 되었다. 다만 파도를 즐기는 모습이 똑같지 않다. 선 작가는 한 척의 배를 얻은 듯 물에 떠 있기 위한 보조기구로써 부기보드를 애용한다. 가끔은 물속 구경을 위한 부표로 쓰기도 한다. 바다를 즐기는 방법은 바다에 떠 있는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법이니까! 그러니 부기보드와 함께 유유자적, 대자연을 그저 오롯이 감상하는 것도 추천한다. 2020 도쿄 올림픽부터 서핑이 올림픽 정식 종목에 채택되기도 했고, 요즈음 우리나라 바다 곳곳에서도 서핑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아직은 조금 마이너하지만, 부기보드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일상을 즐기는 또 하나의 엄청난 재미가 몰려올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