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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아낙이 되었다 9
봄이 오는 집안 풍경 16 집 소개 20 봄은 집수리의 계절 39 이웃 사촌 49 외뜰토방 55 음악 60 감자를 캤다 65 비 오는 날 73 별이 빛나는 밤 86 산수유가 익는 계절 95 소리산 소풍 103 마당에 가을이 내려 앉았다 113 은행 주으러 가는 길 120 정자네 아줌마 127 뚱순이가 사라졌다 133 빛이 들다 138 김장하는 날 145 내 인생의 봄 157 살림살이 1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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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멋지게 나이 드는 것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여 행복한 노후를 꾸리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도시의 삶을 버리고 귀농을 해도 낭만적이고 한가로운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까.
여기 도시에서 평생을 자식과 남편에게 헌신하다 노년이 되어 강원도에 혼자만의 보금자리를 꾸린 엄마가 있다. 시골의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초가집, 조용히 책 읽으며 차를 마실 수 있는 다실, 화로 위에 냄비도 얹을 수 있는 마루, 손님 접대를 위한 커다란 야외 테이블. 바로 우리가 꿈꾸는 노년의 삶일지도 모른다. 시골살이는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하루만 손보지 않아도 잡초가 무성히 자라고,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다니는 길조차 없어진다. 흐르는 땀 때문에 화장도 하지 않게 되고, 주름도 두 배로 늘었지만 엄마의 몸도 마음도 이전보다 더 건강해졌다. 규칙적인 노동이 삶의 리듬이 된다는 것을 그녀는 매일 몸으로 배우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온 몸이 욱신욱신 하고 고단함이 밀려드는데 그러면서 마음 한 구석이 울컥해요.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그럴 거예요. 올 한 해도 풍성하게 자라준 텃밭이 고맙고, 아낌없이 내어주는 산과 들이 고맙고, 힘들 때 기댈 어깨가 되어준 동생과 이웃들도 고맙고요. 그렇게 고마운 것이 많은 삶이라 또 감사하죠.” 항아리에 꽃을 가득 꽂고, 낡은 LP플레이어에 좋아하는 음악을 튼다. 아궁이에 불을 떼고 밥을 안치고 손수 키운 감자로 전을 만든다. 언제나 그릇 한 켠에는 소박한 꽃 한송이가 놓여있다. 손님이 오는 날에는 들뜬 마음으로 식사를 준비하고 아껴둔 도자기그릇을 꺼낸다. 집 한 켠에 손자를 위한 방도 마련해 놓았다. 딸과 손자가 오는 날에는 들뜬 마음으로 도시락을 싸고 함께 소풍을 간다. 그녀가 직접 차린 집밥, 오랫동안 간직한 물건 하나하나에는 역사와 정이 깊이 담겨있다. 나이가 들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에 도전하는 모습은 젊은 사람의 노력보다 더 치열하고 아름답다. 한결 같은 마음으로 한국적인 삶을 살아온 엄마. 엄마의 살림에서는 우리가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을 바라볼 수 있다. “하고 싶은 게 점점 더 많아져요. 손으로 하는 것, 집 안팎을 가꾸고 살뜰히 보살피는 것이 나에게는 삶의 가장 큰 기쁨이자 나다움을 만끽하는 일이에요. 젊어서도 몰랐던 건 아닌데 온전히 즐길 수는 없었거든요. 나이가드니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걸 실컷 할 수 있네요. 그래서 좋아요. 나를 들여다 볼 시간이 많고, 삶을 실컷 음미하고 맛보고 그렇게 사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