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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리놀로지
우리의 세계는 스크린으로 연결되었다
이현진
을유문화사 202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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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1부 스크린 감각들

1장 투명한 창문과 반영하는 거울
회화 캔버스와 영상 스크린
세상을 향한 창문
나를 비추는 거울
화가들의 자화상
그림 속 거울
투명성과 불투명성 사이에서

2장 불투명한 창문과 왜곡된 거울
재현일까, 환영일까?
마그리트의 금지된 거울
현대 예술 속 거울 바라보기
미세한 사이의 경험들

3장 차이를 만드는 차이
나르키소스와 에코
차연과 앵프라맹스
시뮬레이션 갭과 비판적 거리
떨림과 울림
이중적 틈과 경계로서의 스크린

4장 스크린과 인터페이스
스크린이란
스크린의 2차원성과 프레임
인터페이스
인터페이스 메커니즘
목수와 고장 난 망치
스크린을 인터페이스로 사유하기

5장 경계적 대상물로서의 스크린
스크린의 시간성
스크린의 공간성
스크린의 몰입감
스크린으로부터의 소외감
스크린의 이중성

6장 스크린과 아우라
벤야민의 아우라
상상의 영역 속 스크린
마주하는 눈동자, 마주하는 스크린
눈동자 속의 눈동자 속의 눈동자…

2부 스크린 장면들

7장 완전 평면 TV에서
3차원 입체 스크린까지
곡면에서 평면으로, 디지털 시대가 왔다!
모닥불 영상이 따뜻하다고?
가상과 현실 사이에서 맴돌다

8장 움직이는 스크린
스크린에 움직임을 더하다
스크린을 기울이고 돌리면
스크린과 사용자
스크린 인터페이스와 인터랙션
접고 말고… 스크린의 진화

9장 터치 스크린
멀티터치 기술
서피스 테이블탑 컴퓨터의 탄생
리액터블의 테이블탑
아이폰이 바꾼 세계, 새로운 인류
빈틈없이 매끄럽다는 것
터치 스크린의 얼룩
터치 스크린과 배제당한 사람들
무뎌지는 터치 감각

10장 VR, AR, MR 스크린
VR, AR, MR이란
현실과 가상의 복잡한 관계들
VR 기기의 발달 과정
VR이 가져온 새로운 경험과 사유들
VR 매체를 활용한 예술 작품들
AR 글라스와 구글
AR과 VR의 혼합, 애플 비전 프로
앞으로 넘어야 할 문제들

11장 투명 스크린
해리 포터의 투명 망토
세계 최초의 가상 시위
투명 스크린이 가져올 미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 망막 스크린
블랙 미러로 둘러싸인 세상

12장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샤막 스크린과 홀로그램
기술 도구의 예술적 가능성
올라퍼 엘리아슨의 AR 프로젝트

13장 실감 미디어
빛의 벙커와 빛의 채석장
몰입형 전시의 유행
몰입형 전시의 기원, 파노라마
인류를 몰입하게 만드는 것들
실제적 경험에 대한 열망

14장 미디어 파사드
도심 속 미디어 파사드
대도시는 게임 공간이 되고
영동대로에서 파도가 넘실거리는 이유
도시에서 펼쳐지는 예술적 찰나들

15장 스마트폰과 SNS
경험 경제와 인증 사회
끊임없이 사진을 찍는 이유
예술을 스마트폰으로 관람하는 사람들
스마트폰 속 지연되는 여행 경험

16장 N-스크린 시대
창에서 창으로 넘나들다
플랫폼 전성시대
작은 창에 매몰된 사회
도둑맞은 집중력
스크린 밖 매끄럽지 않은 삶을 위하여


도판 저작권 및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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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예술학 분야, 미디어아트 전공 교수이다. 미술대학 서양화과에서 페인팅과 비디오 설치 등을 공부한 후, 인문학과 공학이 연결된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디어아트 작가 및 현대미술과 미디어 예술/디자인 연구자로 활동 중이며, 2017년부터 동양철학과 미디어아트, 컴퓨터공학 분야가 함께하는 학제간 융합연구, ‘성학십도VR’ (http://www.visionguider.com) 프로젝트를 연구책임자로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X-Media Center의 센터장이자 Play Makers Lab 디렉터이다. 미디어아티스트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예술학 분야, 미디어아트 전공 교수이다. 미술대학 서양화과에서 페인팅과 비디오 설치 등을 공부한 후, 인문학과 공학이 연결된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디어아트 작가 및 현대미술과 미디어 예술/디자인 연구자로 활동 중이며, 2017년부터 동양철학과 미디어아트, 컴퓨터공학 분야가 함께하는 학제간 융합연구, ‘성학십도VR’ (http://www.visionguider.com) 프로젝트를 연구책임자로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 미래융합연구원 X-Media Center의 센터장이자 Play Makers Lab 디렉터이다. 미디어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깊은 호흡'(2014, 자하미술관), '조우─다리'(2009, 성곡미술관) 등이 있으며, 단체전으로는 'Global: Infosphere'(2015, ZKM)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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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416g | 130*200*22mm
ISBN13
9788932475950

책 속으로

회화 캔버스는 물론 고딕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나 천장화가 그려진 돔, 파노라마 극장 등은 모두 과거의 스크린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스크린 경험’이라고 하면 영화 스크린, TV 스크린, 컴퓨터 스크린을 떠올리지만, 오늘날의 스크린 경험은 이보다 훨씬 다양한 미디어 경험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제 거의 모든 미디어는 디지털 미디어로 통합되어 가고 있으며, 이러한 디지털 미디어는 대부분 컴퓨터를 통해 편집되고 재생된다. 그 결과, 예전처럼 영화관이나 거실에서 여럿이 함께 하나의 스크린을 바라보던 경험은 점차 줄어들고, 이제는 각자의 방에서 손안의 작은 스크린을 통해 혼자 감상하는 형태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렇듯 ‘함께 보는 스크린’에서 ‘혼자 보는 스크린’으로의 전환은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을까?
--- 「들어가는 글」 중에서

회화에서 창문은 오랫동안 세상을 재현하는 장치로서 은유되어 왔지만, 이는 거꾸로 창문을 재현에 대한 은유로 인식시켜 온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재현된 대상이 비록 환영일지라도 그것이 실제 현실에 대한 반영이라고 믿어 왔다. 그런데 마그리트의 그림은 재현과 환영 사이를 불안정하게 오간다. 재현이 환영으로, 환영이 다시 재현으로 바뀌며 경계를 흐린다. 이러한 감각은 접근 망원경을 통해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즉 줌인과 줌 아웃을 반복하는 거리감의 변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때문에 우리의 시선과 사고는 어느 한군데에 안온히 정착하지 못한 채 두 개체 사이에서 진동과 떨림을 반복한다. 마그리트는 보는 이가 이러한 환영과 재현 사이에서 실재에 대한 하나의 인식에 결코 머무르지 못하게 만든다. 그의 그림은 실재에 대한 인식에 안주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 「2장 불투명한 창문과 왜곡된 거울」 중에서

벤야민은 아우라가 ‘상상의 영역 안에’ 있다고 했다.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중첩되는 영역을 상상의 영역이라 한다면, 스크린 역시 이러한 모순을 담고 있는 상상의 영역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는 앞서 이야기한 몰입하고 함께하는 경험과, 분리되고 소외되는 경험으로서의 스크린 경험과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스크린이라는 표면은 서로 다른 시선들, 비매개와 하이퍼매개적 경험, 투명하고 에워싸는 느낌과 불투명하게 반사되어 튀어 나가고 분리되는 느낌을 끊임없이 교차시킨다. 하나의 장이자 인터페이스적 경계 영역으로서 스크린은 서로 다른 이질적이고 이중적인 경험 사이에 놓인다. 그것은 세상과 나, 가상과 현실, 몰입과 소외, 충만함과 냉정함 사이에서 끊임없이 유동하고 진동한다. 스크린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고, 또 나 자신을 성찰하며 그 안에서 끊임없이 떨리고 울리는 경험과 마주한다.
--- 「6장 스크린과 아우라」 중에서

‘고증考證’이란 어떤 대상이나 내용을 옛 물건이나 문헌에 기초해 증거를 세우고, 이를 통해 이론적으로 밝힌다는 뜻이다. 따라서 SF에서 다루는, 미래에 있을 법한 기술적 대상물에 기초해 이론을 세운다는 표현은 다소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한 위 장면은 당시 연구 중이던 다양한 멀티터치 기술을 상당히 정확하게 반영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2007년경에 나는 TEI(Tangible, Embedded and Embodied Interaction) 학회 키노트 연설에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기술 자문을 맡았던 연구자로부터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톰 크루즈가 허공에서 손을 움직이며 조작하던 동작이 오늘날 우리가 스마트폰 스크린 위에서 손가락을 움직이는 방식과 유사하게 느껴졌다면, 그것은 바로 그 장면이 당시 개발 중이던 멀티터치 스크린 인터랙션 기술을 잘 고증한 덕분이라는 이야기였다.

미술비평가 클레어 비숍은 디지털 디바이스가 밝고 선명한 디스플레이와 인터넷 네트워크, 그리고 높은 해상도의 카메라를 통해 이미지를 생생하고 직접적으로 전달하지만, 터치 스크린 위 우리의 손끝은 그 이미지가 보여 주는 현실에 한없이 무덤덤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미지를 습관적으로 확대하고 축소하며, 일부를 자르고 변형시키는 데 익숙해졌다. 이는 신체 이미지를 다룰 때도 마찬가지다. 〈터칭 리얼리티〉에서처럼 시신 이미지조차, 사용자에 의해 무심하게 조작되거나 ‘참수’되기까지 한다. 비숍은 이러한 태도가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가족사진이나 친구 사진 같은 사적인 이미지를 공유하고 주고받는 방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한다. 무의식적으로 이미지를 대하고 처리하는 태도가, 우리가 끔찍하게 느끼고 경각심을 가져야 할 대상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또한 이러한 태도가 스크린 터치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이미지 다루기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가까워지는 동시에,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이미지에도 감정적으로 충분한 거리를 둘 수 있는 모순된 심리적 경험을 익히게 된 것이라 말한다.
--- 「9장 터치 스크린」 중에서

홀로그램 시위가 있기 1년 전인 2014년 초에 나는 한국과학기술원(KIST) 실감교류로보틱스센터 연구팀과 함께 투명 스크린 연구 프로젝트에 외부 연구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KIST 연구팀은 LG 디스플레이와 함께 투명 터치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자 했다. 이는 대형 유리 스크린의 앞뒤에 프로젝터로 이미지를 구현하는 동시에 스크린을 직접 터치하여 상호작용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였다. 나는 석사과정 연구원 두 명과 함께 투명 디스플레이 하드웨어와 이에 적용할 새로운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구현하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투명 디스플레이는 이미 MIT 미디어 랩이나 카이스트 등 여러 대학 연구실에서 제작되었고, 여기에 적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몇몇 발표되던 상황이었다. 당시 다른 연구팀들은 투명 디스플레이를 매장에서 상품과 함께 관련 정보를 동시에 보여 주는 진열 디스플레이로 사용하거나, 여러 사용자가 마주보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형태로 활용하고자 했다. 반면 우리 팀은 기존 응용 사례들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자 했다.
--- 「11장 투명 스크린」 중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일상생활을 목격하게 된다. 과연 N-스크린 세대답게 그들은 책상 위에 여러 스크린을 진열해 놓고, 그 안에 수많은 창을 띄운 채 공부를 한다. 과제나 논문 작성을 위해 e-book이나 PDF 자료를 읽으면서 구글 번역기나 챗GPT를 돌리는 한편, 유튜브 창으로는 드라마나 스포츠 중계를 본다. 여러 개의 카카오톡 대화방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친구들과의 대화도 이어 간다. 과연 디지털 네이티브답다. 그들의 멀티태스킹 능력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한번은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갖게 되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다. 자신들도 딱히 그런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대답이었다. 물론 ‘디지털 낀 세대(디지털 이주민)’인 나와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들도 멀티태스킹의 DNA를 갖고 태어난 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 걸까? 효율이 높아 보이지도 않는데 말이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뒤처질까 봐 두려워서요. 뒤처지기 싫거든요.” 젊은이나 나이 든 어른이나 빠르게 변화해 가는 현대사회에서 쏟아지는 정보와 지식들, 쌓여 가는 일들로 인해 무기력해지고 하루하루 고군분투해야 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 「16장 N-스크린 시대」 중에서

출판사 리뷰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이론가가 풀어낸 스크린의 모든 것

‘스크린’ 하면 한때는 영화를 먼저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과거에는 스크린을 보기 위해 특정 공간으로 찾아가야 했지만, 이제는 손안의 스크린 시대다. 더 나아가 요즘 세대는 스크린이 아닌 것조차 스크린처럼 인식한다. 화면만 보면 줌인을 시도하며 손가락을 가져다 대는 아이들의 행동을 떠올려 보라. 이제 스크린은 마치 공기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현대인의 인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스크린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우리가 논할 수 있는 스크린의 범위일까? 실제로 ‘스크린’을 검색해 보면 대부분 영화 중심의 개념에 한정되거나 과거의 역사로 소급되는 경우가 많다. 스크린에 대해 통합적이고 개괄적으로 접근한 책이나 담론은 매우 드물다. 이 지점에 문제의식을 느낀 저자는 스크린이라는 방대한 영역을 조망해 보려 직접 펜을 들었다.

학부 시절 회화를 전공하고 영상작가로도 활동했던 저자에게 2차원의 도화지와 캔버스, 그리고 카메라의 뷰파인더는 모두 하나의 스크린이었다. 이후 공대 박사과정에 진학하면서 그는 스크린을 보다 기술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탐구하게 되었다. 3D 스크린, 터치 스크린, AR/VR 스크린, 투명 스크린, 접는 스크린에 이르기까지 오늘날의 스크린은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그 형태와 범위를 전례 없이 확장해 가고 있다. 현재 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로서, 저자는 도심 곳곳에 우후죽순 등장하는 미디어 파사드와 미디어월이 예술가들과 대중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스크리놀로지: 우리의 세계는 스크린으로 연결되었다』는 이처럼 예술과 철학, 기술과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스크린을 바라보는 큰 그림을 그려 보려는 시도이자 제안이다.

스크린, 감각을 흔들고 세계를 재구성하다

먼저 1부에서는 스크린을 바라보는 데 있어 중요한 미학적 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곧 우리의 감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저자는 다양한 회화적 화면과 공간을 ‘창문’과 ‘거울’이라는 은유를 통해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창문과 거울을 주제로 작업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등장하는데, 저자는 대표적으로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예로 든다. 마그리트는 〈망원경〉이라는 작품을 통해 우리의 인지적 사고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창틀 너머로 보이는 구름이 떠다니는 파란 하늘이 진짜인지 혹은 살짝 열린 창문 틈 사이의 어두운 공간이 진짜인지 우리는 단정할 수 없다. 이는 마치 스크린의 속성과도 닮아 있다. 콘텐츠가 투영되는 순간 스크린은 투명한 매개물로 인식되지만, 동시에 투명하지 않은 성질도 지닌다. 마그리트의 창문처럼 이중적인 스크린은 묘하고도 파괴적인 감각을 일으키며 보는 이로 하여금 계속해서 생각하고 의심하게 만든다. 우리는 여기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지만은 않는 스크린의 본질을 떠올릴 수 있다. 저자는 세상에 대한 관습적 믿음과 기대가 스크린 앞에서 순간순간의 긴장과 각성으로 유예되며 새로운 경험이 생성되는 지점에 주목하자고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이렇게 다양하고 확장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스크린이 사회 곳곳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2002년 개봉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 존(톰 크루즈 분)은 허공에 떠 있는 스크린 위로 시각 자료들을 펼쳐 놓고 이를 조합하기 위해 손을 빠르게 움직인다. 이 장면은 당시에는 매우 미래적이고 공상과학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 세대에게는 오히려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풍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는 지난 20여 년간 스크린 기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음을 보여 준다. 저자에 따르면 이 장면은 단순한 상상력이 아닌 당시 개발 중이던 멀티터치 인터랙션 기술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고증된 결과였다.

한편 누군가는 이처럼 발전한 기술의 그늘과 폐해를 예술의 소재로 삼는다. 저자는 현대미술가 토마스 허쉬혼의 비디오 작업 〈터칭 리얼리티〉를 예로 든다. 이 작업에서는 전쟁이나 테러로 인해 절단된 팔과 다리 등의 참혹한 이미지들을 줌인과 줌아웃하며 조작하는 손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허쉬혼은 이 작품을 통해 기술 발달에 따라 변화된 인간 감각과 인식을 시각화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터치 스크린이 인간의 감정을 점점 평평하게 만들고, 무뎌지게 하며, 결국에는 무감각하고 비생산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게 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지구 반대편의 전쟁을 단지 이미지로만 접할 때 우리가 연민이나 책임감을 느끼는 대신, 무의식적으로 도덕적 거리두기를 하게 된다”고 경고했던 수전 손택의 문제 제기를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스크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이 밖에도 저자는 책 전반에서 VR, AR, MR 기술이 현재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투명 스크린이나 망막 스크린은 실제로 구현 가능한지, 도심 속 미디어 파사드는 단순히 광고판 이상의 역할을 해 낼 수 있을지, 그리고 우리는 과연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창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등을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스크린’이란 소재를 통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깨닫게 되고, 그에 대한 우리의 시선 역시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짐을 느낀다. 스크린은 세상과 나를 연결하고 가상과 현실 사이를 매개해 주지만, 우리를 몰입시키다가도 때로는 밀어내고, 충만감을 안겨주다가도 어느 순간 냉정함을 느끼게도 한다. 저자는 우리가 그러한 감정의 파도 속에서 끊임없이 유동하고 진동하는 존재임을 강조하며, 그 안에서 스스로를 성찰하고 사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상기시킨다. 저자의 바람처럼 이 책이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히 마주하던 스크린 경험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더 나아가 독자들이 각자의 경험을 고유한 에피소드와 해석으로 확장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기술의 흐름에 끌려가기보다 오히려 더 주체적이고 생산적으로 스크린 시대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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