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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 · 7
신경과 전문의가 하는 일 아침 식사 전에 일어난 여섯 가지 믿기 힘든 일들25 입원, 퇴원, 지연 머리에 뚫은 구 멍51 야구와 신경학이 만나는 지점. 경기를 승리로 이끈 어깨 뒤로 잡은 공 착란 상태71 신경과 의사를 찾아온 두 사람 마이 맨 갓프리 (My Man Godfrey) 103 뒤로만 작용하는 기억력은 형편없는 기억력이야 무엇이 문제인 것 같아요? 123 엉터리 병과 히스테리에 대한 솔직한 안내 해를 입히지 말라 157 걸어 다니는 시한 폭탄이 판단의 한계를 시험하다 교훈을 준 일화들 177 순수와 경험의 아홉 가지 노래 종반전 207 루게릭병과의 대결 조지의 삶 살펴보기 235 운동 뉴런 사형 선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늑대 인간의 저주 267 파킨슨병과 싸우는 일선에서 실수의 도미노 297 영안실로 가는 길에서 힘들게 얻은 교훈 눈이 말한다 321 누군가 아직 죽지 않은 때는?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배들 349 실화를 바탕으로 함 감사의 말 3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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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는 신체적으로 고통이 없고, 호흡이 불편 하지도 않았으며, 욕창도 없었다. 하지만 남편이 아무리 그녀가 짐이 되지 않는다고 안심시킨들 그 말을 진실이라고 생각할 리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죽기로 결정하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불합리하고 괴로운 가설이며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다. 가족과 돌보는 사람들을 지극히 힘들게 하는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이러한 결정을 내릴 통찰이 없다. 만약 끝내기를 원한다면 루이스는 이기적인 것일까? 아니면 도량이 넓은 것일까? 내가 에둘러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ALS라는 진단을 그녀가 무척 빨리 예측했기 때문에 나는 이번에도 그녀가 앞장서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방 안을 둘러보니 모든 눈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각성 상태였다. 졸리지만 각성 상태였다. 인공호흡기는 튜브를 떼고 튜브 고정장치를 끊을 때 그녀가 숨을 들이쉬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나는 그녀의 성대 위로 공기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그녀가 자신의 분비물에 익사하지 않도록 카테터로 튜브 주위를 흡인하고, 천천히 튜브를 빼냈다. 죽을 찰나의 사람은 보면 안다. 혈압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혈관이 수축되고 무릎은 푸르스름하게 된다. 루이스는 몇 번 조용하게 기침을 했다. 그 다음 나는 소리, 쉬익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속삭였다. “사랑해요, 여보. 안녕.”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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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올리버 삭스
하버드 의과대학 명예 학장은 조셉 마틴은 『두뇌와의 대화』를 쓴 앨런 로퍼를 ‘현장의 올리버 삭스’라 칭했다. 올리버 삭스는 그가 겪었던 환자들의 이야기를 엮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을 출판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기억상실증, 투렛증후군, 시각인식불능증 등의 신경증 환자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 보여준다. 이 책은 연극으로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앨런 로퍼는 하버드 의대생들의 훈련소인 보스턴 병원 단지 한복판에서 ‘의사들의 의사’로서 활약하고 있다. 현장의 올리버 삭스라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그는 신경계에 이상이 생긴 모든 환자들을 직접 대하는 임상의로서, 또한 하버드 의과대학의 교수로서 뇌 안에 갇힌 사람들을 구해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생생하고,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하며, 싶은 성찰을 남긴다. 아침 식사 전에 만나는 믿기 힘든 여섯 가지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충고한다. “이곳은 아침식사 전에 여섯 가지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다고 각오하면 도움이 되는 곳이야.” 하지만 앨런 로퍼 박사는 그런 각오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런 불가능한 일은 반드시 일어나니까 말이다. 소프트볼을 하다가 갑자기 웃음이 많아진 남자가 병원에 찾아온다. 이전에는 불평불만만 하던 사람이었다는 것이 부인의 증언이다. 분명 성격은 ‘좋아’ 보이지만 이 남자에게는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남자를 치료해야 한다. 대학생인 한 여성은 갑자기 환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약을 하는 것도 아니다.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앨런 로퍼 박사는 이 환자의 난소에 생긴 문제가 뇌 기능에 이상을 끼친다는 것을 그녀의 어머에게 말해야 한다. “이상 증상을 없애려면 난소를 제거해야 합니다”가 앨런 로퍼 박사가 해야 할 말이다. 과연 믿을 수 있을까? 한 여성은 갑자기 심장이 정지한다. 뇌에 물이 차오르고 있다. 이 여성을 살리려면 드릴로 머리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 머리를 뚫어야만 살 수 있는 것이다. 한 영업사원은 수백 킬로미터를 운전해서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다가, 갑자리 로터리에서 모든 기억을 잃고 하루종일 돌고 있다. 경찰이 이 영업사원을 병원으로 데리고 왔다. 이 영업사원 역시 치료해야 한다. 과연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 아침 식사 전에 여섯 번은 일어나는 곳이 신경병동이다. 진정한 의사란 환자의 말을 들어주는 것 앨런 로퍼 박사는 신기한 일을 늘어놓는 것으로 자신의 임무를 끝내지 않는다. 진정 의사로서,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들은 근육의 기능이 서서히 사라져간다. 처음에는 몸의 근육이 사라지고, 음식을 소화시키는 기능이 사라지고, 숨을 쉬는 기능이 사라진다. 그러나 잔인하게도 뇌는 그대로 살아서 자신의 기능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루게릭병 환자는 결국 선택을 해야 한다. 보조장치를 달아서 어떻게든 삶은 지속해야 할지, 아니면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며 치료를 중단해야 할지. 어느 쪽이 최선인지, 의사로서 어느 쪽을 추천해야 할지 박사는 결정할 수 없다. 다만 환자가 가장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하려고 환자를 꾸준히 지켜본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실려온 환자에게 뇌사 판정을 내리는 것도 신경학 병동 의사가 해야 할 임무다. 몸은 살아서 심장이 뛰고 있는 사람에게 ‘뇌사’라는 판단을 내림으로써 환자는 ‘죽는’ 것이다. 이들이 죽음으로써 살아 있는 장기는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이식된다. 합리적인 관점에서 뇌사는 옳은 일이다. 하지만 환자의 생명이 끝났다는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의사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합리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판단 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앨런 로퍼의 인간에 대한 고뇌와 통찰이 있기 때문에 이 책은 더욱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각 장이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는 것은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미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