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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겨울
살구색 드레스 결혼식 말고 결혼만 할게요 사랑의 충격과 연애의 충동 크리스마스의 악몽 장르 전환 구십 분짜리 웨딩 촬영 친정 명절 증후군 또다시, 동파 2부 봄 초대받지 못한 상견례 꽃샘추위 고개 숙이기 신혼 전 여행 추천사 작가의 말 |
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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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을 생각하면 웨딩드레스를 입고 작은 화장실 칸에 갇혀 있는 신부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긴 드레스를 양팔로 돌돌 올려 잡고 겨우 변기에 앉아 소변을 보는데, 부케의 칼라 꽃처럼 새하얀 드레스에 노란 소변이 튀고 마는 멜랑콜리한 상상을.
--- p.22 어린 시절부터 엄마는 줄곧 내가 면허를 따는 게 소원이라고 말해왔다. 아마도 젊었을 적 네 번이나 도로 주행에 낙방하고 운전이라는 기술을 영영 포기한 것이 한이 됐으리라. (……) “이럴 때 차가 있어야 하는데. 도망치게. 아주 멀리 사라져버리게. 여자한테는 차가 필요한 법이야. 지금을 똑똑히 기억해라.” --- pp.31~32 노 웨딩이라고 모든 것을 생략하는 건 아니었다. 나름 무엇을 취하고 버릴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했다. --- p.39 어쩌면 나는 엄마에게 복수하고 싶어서 결혼하는 걸지도 몰랐다. 서른두 살에 결혼해 십팔 년 만에 파경을 맞은 엄마와 달리, 일찍 결혼해서 해로하는 모습을 기세등등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 p.61 어쩌다 나와 양 끝단에 있는 사람을 만난 걸까. 변수를 피하려고 고심해서 미래를 설계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그 모든 노력이 변수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 p.68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우리는 결혼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입에 올리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우리의 열망에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과거를 보상받기 위해 꿈을 꿨고 그는 미래를 마중 가기 위해 꿈을 꿨다는 것. --- pp.99~100 이제는 결혼 준비가 산뜻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달콤한 케이크를 만드는 일 같을 줄 알았지만, 막상 해보니 밀가루 반죽을 쏟고 치우길 반복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노동에 가까웠다. --- p.166 나는 이제 엄마뿐만 아니라 해인 앞에서도 결혼에 관해 말하지 않게 되었다. ‘결혼 준비가 즐겁지 않다’라는 깨달음 이후에 ‘우리가 정말 결혼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찾아왔다. --- p.190 .유년에 겪는 육체의 성장은 연속적이지만, 어른이 된 후의 정신적 성장은 단속적이라 그 변화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러나 결혼 준비를 시작하고 가족에게 속엣말을 꺼내놓을 때나 담아둔 화를 흩뿌릴 때마다 나는 무릎의 튼살처럼 성장의 순간을 뚜렷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 p.2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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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코르셋 매듭, 억지로 지은 미소.
결혼이라는 제도 앞에서의 몸부림 『공방의 계절』로 독자에게 위로와 치유를 건넨 작가 연소민이 『노 웨딩』으로 돌아왔다. 연소민은 ‘결혼 준비’라는 가장 사적인 시간을 통해 개인의 과거와 가족사, 연인의 관계, 그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정상성의 기준을 섬세하게 끌어올린다. 윤아는 연인 해인과 결혼식이 없는 결혼을 선택한다. 그 선택은 단순한 거부가 아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작은 화장실 칸에 갇힌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만큼, 오랫동안 몸에 각인된 불안의 그림자와 맞서는 하나의 몸부림에 가깝다. 결혼식에서 벗어나고자 ‘노 웨딩’을 택했지만, 프로포즈를 받고 웨딩 촬영을 하고 상견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윤아는 현실이 자신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차츰 깨닫는다. 노 웨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웨딩드레스의 색감, 프러포즈의 타이밍, 상견례와 결혼 날짜를 둘러싼 대화들은 모두 사소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결혼을 둘러싼 감정의 미세한 진동이 촘촘히 스며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졌던 불균형 관계가 확장될 때 드러나는 과거의 얼굴들 연인이 가족이 되는 순간, 사랑은 개인의 감정에서 사회적 관계로 확장된다. 윤아는 가장 먼저 엄마와의 오래된 갈등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유년의 기억을 되짚는다. 아빠의 외도와 부모의 이혼, 그 이후 이어진 엄마의 연애와 삶. 그 모든 시간 속에서 자신이 맡아왔던 역할을 반추하며, 스스로를 짓눌러온 죄책감과 끊임없이 경제적 지원을 요구해온 엄마의 원망을 마주한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졌던 상처와 불균형을 차분히 드러내며, 결혼이 미래의 약속인 동시에 과거를 호출하는 사건임을 보여준다. 폭력과 침묵,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윤아는 자신의 선택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어디까지 양보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노 웨딩』은 결혼에서 ‘식’의 유무를 넘어, 결혼 그 자체가 불러오는 관계의 재편을 끝까지 응시한다. “우리 결혼은 로맨스가 아니라 스릴러야.” 싱글과 유부 사이의 과도기, 그 사이에서 마주한 날것의 현실 『노 웨딩』은 “결혼식 말고 결혼만 하겠다”는 선택을 하나의 유행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그 결정이 요구하는 설명과 용기, 그리고 감당의 시간을 끝까지 따라간다. 이는 결혼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계를 책임지겠다는 조용한 태도에 가깝다. 연소민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으나 감정의 깊이는 선명하다. 일상의 장면들을 따라 사랑과 불안, 확신과 망설임이 교차하고, 결혼이라는 제도가 개인의 삶에 남기는 흔적이 천천히 드러난다. 소설은 끝내 하나의 질문 앞에 독자를 멈춰 세운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고, 어떤 관계를 가족이라 부를 것인가. 『노 웨딩』은 그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 소설이다. 작가의 말 내 소설에 대해 비정한 삶 속 성실함의 미덕을 잃지 않는 여성들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이건 그날 나에게 날아온 의문에 대한 결론이 아니라 첫 번째 답에 불과하다. 나는 앞으로 더 다양한 이야기를 쓰게 되리라고 스스로 기대를 걸고 싶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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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는 깨닫는다. 너무 가까이 있는 것들은 때때로 사랑의 본질을 가릴 수 있다는 것을, 삶은 “달콤한 케이크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밀가루 반죽을 쏟고 치우”는 일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현실 앞에서 무엇도 예측하기 어렵다지만 그 과정 속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는 것을……. - 이주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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