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부 모든 슬픔을 한꺼번에 울 수는 없나세례멍소라 일기여자가 되는 방귀와 뿔덫여백오르골유리 주사위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눈 깜빡거릴 섬(?)이팝나무 아래서 재채기를 하면 처음이 될까요꿈갈피컬러풀겨울의 젠가꿈과 난로제2부 시간과 그늘 사이 턱을 괴고달팽이 사육장 1점(占)해감진화침례 1도화(桃花)달팽이 사육장 2파랑의 질서주말의 명화도깨비바늘신이 우리를 죽이러 올 때각도의 비밀묘묘The Sounds of Silence로즈 빌오르톨랑배꼽의 기능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제3부 소년과 물보라인면어밥알을 넘기다 수저를 삼키면강신무용서항문이 없는 것들을 위하여사람은 물고기처럼 물속에서 숨 쉴 수 없나요기원서랍의 배치소금 달침례 2유리의 서손금인어가 우는 숲스노우볼문조(文鳥)사랑의 뒷면수묵오,라는 말은제4부 여름의 캐럴적화(摘花)겨울 귀툰드라의 유령 1툰드라의 유령 2묻다거인소멸하는 밤늦잠뱀주인자리옷의 나라종언빙점목화가 피어 살고 싶다고소년의 태도여름의 캐럴후쿠시마해설|김언시인의 말
|
鄭現友
정현우의 다른 상품
|
잘못을 들키면 잘못이 되고,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 정현우의 시는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 “지울 수 없는 슬픔”(「오,라는 말은」)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뚜렷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잘못을 들키면 잘못이 되고 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드러나는 순간 사라지거나 부정되고 마는 슬픔의 존재만 느껴질 뿐이다. “내가 태어났을 때/세상의 절반은/전염병에 눈이 없어진 불구로 가득했다”(「세례」)고 말하는 시인은 심지어 “본 적 없는 장면을 슬퍼”(「세례」)하기도 한다. 그렇듯 “슬픔을 가진다는 것”이 “인간이 되기 위한/경우의 수”(「유리 주사위」)라면 “모든 슬픔을 한꺼번에 울 수는 없나”(「꿈과 난로」)라고 되묻는 시인은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말할 수밖에 없는 슬픔”(김언, 해설)으로 가슴에 새기며 삶의 고통과 슬픔을 참고 견디어낸다. 그리하여 “각자의 슬픔으로 고여 있는 웅덩이와 그림자일 뿐”(「슬픔을 들키면 슬픔이 아니듯이」)인 삶의 그늘진 풍경 속에도 “불탄 혀로 슬픔을 핥”는 “사랑과 기쁨”(「겨울의 젠가」)의 온기가 스며들기도 한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슬픔을 깨뜨려야/사람이 인간이 될까”(「유리 주사위」). 시인은 기존의 언어로는 설명할 길 없는 내면의 슬픔 속에서 “잘못 태어난 것들을 떠올”(「빙점」)리며 자신의 기원을 찾아 어두컴컴한 미로의 세계를 탐색해 들어간다. “잠은 둘이 자는데/왜 두가지 성을 가질 수 없을까”(「침례 1」), “사람이 죽으면 여자일까 남자일까”(「여자가 되는 방」)라는 의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시인의 번민은 종내 그치지 않는다. 시인은 기존의 체계와 언어의 굴레에서 벗어나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색” 중에서 ‘나’로서 “살아 있으려는 색”(「컬러풀」)을 품고자 한다. 그것은 시인의 당면한 현실이자 가장 절실한 실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시인은 “빛을 오리는 검은 가위질”로 “여자와 남자를 구분하는 시간”(「인면어」)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문득문득 “사려 깊은 여성이 되어”(「항문이 없는 것들을 위하여」)보기도 한다. 정현우의 첫 시집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는 “멍든 것들로 가득 차 있”(「멍」)는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영혼들의 상처를 위로하는 비가(悲歌)이자 인간 존재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한 고해록이다. 시인은 이 시집으로 “믿지도 않는 신”에게 드리는 “죄 없는 기도”(「용서」)로써 고해의식을 마친 셈이다. 그러나 이대로 돌아서거나 여기서 멈춰서지는 않을 것이다. 현실은 “잘한 것보다 잘못한 것이 많아지는 밤”(「여자가 되는 방」)처럼 암울하고, 고통의 연속인 삶은 “빛이 들지 않는 미래”(「세례」)라 할지라도 “위태로운 것은 아름답”(「항문이 없는 것들을 위하여」)기에 시인은 “덫에 걸린 나의 안쪽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덫」)면서 세상의 가장 낮은 곳을 향하여 거룩한 천사의 음성으로 슬픔을 노래할 것이다. “이름을 받지 못해 엉킨 채로 서글프게 떠도는 허공의 회로들과 한 몸이 되어 쓰고, 서로를 태우고 살아갈 것이다.”(이병률, 추천사)정현우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 (질의: 편집자) ―첫번째 시집을 출간한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만지지 못하는 사람과 존재 들을 시 속으로 모두 불러낼 수 있어서 기뻤고, 정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뭉클합니다.―문학과 음악 두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소 시를 쓰는 일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시인의 악기 상점’이라는 팀에서 보컬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시가 안 써지면 음악으로 음악이 안 써지면 시로 이동하며 살고 있습니다. 요즘엔 시인의 정체성이 강하다보니 작곡 능력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이참에 작곡은 저의 다른 팀원에게 맡길까 고민하고 있습니다.(웃음)―첫 시집을 엮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나 특징은 무엇인가요?호명받지 못하고 소외받는 존재들을 대신해 말해주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가난에 편을 들어주고 싶었던 마음이 강했고, 가난했던 유년 시절을 지나오면서 느꼈던 감정과 환상들이 시로 태어난 것 같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특별히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와 이유를 부탁드립니다.처음에 시작하는 「세례」라는 시와 마지막 「후쿠시마」라는 시 입니다. 지금 사회는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헐벗은 상태잖아요. 인간의 가장 강한 무기는 눈물이라고 생각해요. 돌이나 나무가 아닌, 인간이니까 수많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잖아요. 힘들 때는 죽을힘을 다해 슬퍼했으면 좋겠어요. 종교적인 의미를 초월해 지금 상황이 빨리 씻겨 내려가길 바라는 마음,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많이 뭉클해지는 세상이 오면 좋겠어요.―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시를 오래도록 쓰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 잠시 멈춰있는 음반 작업도 열심히 하게 될 것 같고요. 시인의 말 죽지 마 떨어지지도 마 아무것도 없는데한여름에 먹는 수박 맛도 느낄 수 없잖아우리는 죽기 직전까지 어떤 마음을 선택해야 하고밤이 되면 슬픈 눈을 갖게 되는 것도천국이 있다는 아름다운 말을 믿는 것도너는 아니, 인간에게 울음은 왜 있는 걸까, 네 슬픔에 기대도 될까버스를 타고 오는 창문에 입김을 불었어네 눈동자를 그려봤어 자꾸 지워지는데 그런 슬픔은 잔인하지(…)시간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공간은 어디에서 끝날까어둠과 빛 사이에 무릎을 꿇게 만드는 것들찬란한 애수, 검은 기쁨들……내가 듣고 말하는 것이 모두 썩어 없어진다면그냥, 서글픈 이파리, 눈이 부시다가바람결에 날아가도 좋아그냥, 이런 하찮은 마음 같은 거, 그러니까이건 나의 마지막 편지더이상 네게 묻지 않을게네 슬픔을 기도하는 것도 안도하는 것도나는 아직 사람이 되지 않았는데너는 그래서 사람이 되었어?네가 있는 곳에도 눈이 올까?나는 미친 듯이 궁금해너는 아니, 어떤 질문이든 뭐가 필요해됐어, 견뎌내느라 애썼어, 너의 눈동자 같은 기쁨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