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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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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2020.10.20.
원서
The Si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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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드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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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 DeLillo

1936년 이딸리아 이민 2세로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나고 성장기를 보냈다. 토머스 핀천, 필립 로스, 코맥 매카시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현대사회의 문화적 상황을 깊숙이 통찰하는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품의 주제는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탐구로 요약될 수 있으며 폭력과 음모, 대중매체와 광고, 죽음과 테러에 대한 집착 등을 다루고 있다. 지적이면서 인간적인 인물을 통해 동시대 주요 이슈를 블랙유머와 아이러니 섞인 언어로 파고든 그의 작품은 특히 9·11 사태 이후 그 예언적인 면모가 부각되고 있다. 현재 미국예술원 회원이다. 주요 작품으로 전미도서상을 수
1936년 이딸리아 이민 2세로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나고 성장기를 보냈다. 토머스 핀천, 필립 로스, 코맥 매카시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현대사회의 문화적 상황을 깊숙이 통찰하는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작품의 주제는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탐구로 요약될 수 있으며 폭력과 음모, 대중매체와 광고, 죽음과 테러에 대한 집착 등을 다루고 있다. 지적이면서 인간적인 인물을 통해 동시대 주요 이슈를 블랙유머와 아이러니 섞인 언어로 파고든 그의 작품은 특히 9·11 사태 이후 그 예언적인 면모가 부각되고 있다. 현재 미국예술원 회원이다. 주요 작품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화이트 노이즈』(1985), 펜/포크너상을 수상한 『마오 II』(1991)를 비롯하여 『그레이트존스 거리』(1973), 『리브라』(1988), 『언더월드』(1997), 『코스모폴리스』(2003), 『추락하는 남자』(2007) 등 십여권의 장편소설과 중편 『침묵』(2020), 희곡 『데이룸』 『발파라이소』 『사랑, 거짓말, 유혈』 등이 있다. 미국 작가로서는 최초로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1999년에 수상했으며, 그밖에 펜/쏠벨로우상, 쎄인트루이스 문학상, 칼쌘드버그 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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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대 인문과학원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위키드』 『모든 것이 밝혀졌다』 『광대 샬리마르』 『클라우드 아틀라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종이로 만든 사람들』 『선셋 파크』 『블랙스완그린』 『겨울 일기』 『술라』 『시대의 소음』 『내가 여기 있나이다』 등이 있다. 『선셋 파크』로 제8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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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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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66.05MB ?
ISBN13
9788936409838

출판사 리뷰

갑자기 세계가 멈춰버린 날
암흑으로 변한 맨해튼의 아파트에 모인 다섯 남녀


2022년, 슈퍼볼이 열리는 2월의 첫 일요일. 짐과 테사 부부는 빠리 여행을 마치고 뉴욕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친구인 다이앤과 맥스 부부의 집에 초대받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리로 가 함께 슈퍼볼을 시청할 계획이다. 지루한 장거리 비행 동안 짐은 모니터에 뜨는 각종 숫자들을 강박적으로 읽어대고 테사는 노트에 여행 기록을 남기느라 여념이 없다. 사이사이 말장난 같은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착륙할 시간. 그런데 기체가 갑자기 크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한편 맨해튼의 아파트에서는 호스트인 다이앤, 맥스 부부와 다이앤의 옛 제자이자 고등학교 물리학 교사인 마틴이 초대형 텔레비전 앞에 앉아 슈퍼볼이 시작하기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광고들이 이어지고 경기가 시작되려는 찰나, 텔레비전 화면이 갑자기 먹통이 된다. 휴대폰도, 집전화도, 노트북도,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공격? 외계인 침공? 반쯤 농담 삼아 원인을 추측하다가 맥스가 다른 집들의 상황은 어떤지 알아보러 잠시 나갔다 온다. 돌아온 그의 말로는 (처음으로 인사를 나눈) 이웃들 역시 마찬가지 상황. 창밖으로 내다본 거리에는 슈퍼볼이 열리는 일요일답게 행인도 차도 없다. 소설 속 다이앤의 말대로 “자기 휴대폰 안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뜻밖의 재난 앞에 마비된 인간상
디지털 네트워크가 야기한 역설적 고립과 단절


드릴로는 현대 작가들 가운데서도 그 누구보다 우리의 삶이 과학기술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면서 인간 존재에 일어난 근본적인 변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문학적 탐색을 계속해온 작가이다. 대표작 『화이트 노이즈』뿐만 아니라 『제로 K』(2016), 『코스모폴리스』(2003) 등 그의 여러 작품이 냉동인간, 신약, 정보통신기술 등 과학기술의 힘으로 생물학적 한계를 벗어나 불멸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그 비극적 결과를 다루고 있다. 드릴로에게 기술은 『화이트 노이즈』의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말했듯이 “자연에서 유리된 욕망”이다. 그 욕망이 우리를 과연 어디로 데려갈 것인가가 드릴로가 소설 속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침묵』에서는 공기처럼 우리를 에워싸고 우리 삶과 존재를 떠받치고 있던 디지털 네트워크가 갑자기 작동을 멈춘 상황이 그려진다. 하지만 이 갑작스러운 재앙으로 인한 죽음과 파괴의 양상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는다. 소설은 거리의 혼란보다는 맨해튼의 아파트에 모인 다섯 남녀, “잘못된 종류의 정상”에 처한 사람들의 즉각적 반응에 집중하고 있다. 그들은 함께 있지만 각자 고립되어 있다. 비행기 사고를 겪고 우여곡절 끝에 친구인 다이앤과 맥스의 집에 도착한 짐과 테사는 사고의 충격과 피로로 기진맥진해 있지만 한밤중에 전기도 끊긴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 맥스는 상황을 알아보려고 이웃들과 처음으로 안면을 트고 거리를 돌아다녀보기도 하지만 속 시원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 마틴은 아인슈타인의 원고에서 인용한 문장들을 비롯하여 온갖 말들을 쉬지 않고 쏟아놓지만 앞뒤 맥락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다. 사실 아파트에 모인 사람들은 마틴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다른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는다. ‘침묵’이라는 소설 제목이 무색하게 누군가가 끊임없이 떠들고 있지만 무의미한 독백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전세계 사람들을 유례없이 가깝게 연결해놓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도 누구의 말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역설적 단절을 초래했다. 수많은 개인이 소리 높여 혼잣말을 하는 듯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침묵』은 그런 디지털 네트워크가 일시에 사라졌을 때 찾아온 ‘침묵’의 시간을 힘겹게 선문답 같은 대화로, 독백에 가까운 읊조리는 말로, 때로는 그저 텅 빈 텔레비전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는 응시로 채워나가는 인물들을 통해 파괴된 관계를 복원하는 것의 힘겨움을 보여준다.

노작가가 코로나 시대에 내놓은 문학적 응답
대재난의 한가운데에서 문득 찾아온 기묘한 위로


그러나 고립과 단절만이 전부는 아니다. 도무지 희망도 출구도 보이지 않는 듯한 이 냉정한 소설에서 독자들은 어느 순간 문득 기묘한 위안과 마주할 수 있다. 이를테면, 짐과 테사 부부가 병원으로 향하는 밴의 창밖으로 유유히 홀로 조깅을 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며 안도감을 느낄 때, 병원 접수 담당 직원이 가벼운 공황 상태로 끊임없이 말을 늘어놓으면서 스스로 당황스러워하자 테사가 넌지시 “저희는 들으려고 여기 있는 거예요”라고 말할 때, 테사가 감았던 눈을 뜨고 작지만 여전히 확실하게 거기 있는 물건들?문진, 사진 액자, 장난감 택시?을 볼 때, 모두가 독백에 가까울지언정 각자의 마음속에 담아둔 이야기들을 비로소 꺼내놓기 시작할 때 찾아오는 작은 뭉클함은 지금의 우리 상황과 맞물려 더 큰 울림을 자아낸다. 이는 혹독한 시기를 견디고 있는 우리에게 80년을 넘게 살아온 노작가가 건네는 최선의, 거짓 없는 위로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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