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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장대 들고 따라와가린여울 사시는 유병욱 선생님께모교 방문소나기 지나간 여름날첫걸음마봄비가 오려 할 때춘분(春分)칸나꽃 핀 길을너무 많은 어머니들원근법 배우는 시간검은목벌앞잡이새의 노래풍뎅이놀이누가 울어제2부다시 그 저녁에 대하여못골 살 때가죽나무에서 가죽나무로무른 살들나의 월인천강지곡두부음덕후딩이네 밭 일구기장인어른의 필체푹한 날은폐올뱅이 잡으러 가듯가릅재노루오박골 골짝 물의 말씀제3부산수유 다섯그루심천장날 1장날 2미복이용원지프니에서초강에 지프니가 있다당재 넘으며살구나무 당나귀물방아 도는 내력황간역지프니 봄밤에새마을떡방앗간인연제4부누구여내가 처음 본 아름다움소와 나우려내야밑이 위로 갔던 때잊어버리고덕석이나 입히면서송홧가루 날리는야묘도추(野猫盜雛)우렁이 지나간 더운 논물에소나기 지나가시고우리 집 담벼락 아래 돋은 가죽나무는공우탑둥둥 걷어붙이고여름 해는 얼마나 긴가해설|이정현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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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그렇게 어두워지지 않았습니다”단절과 소멸을 감싸 안는 부드럽고 푹한 시정겹고 소박한 사람살이의 면면을 두루 살피는 송진권의 시선은 이번 시집에 이르러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품삯두 제대루 못 받구 남의 일만 하구 돌아다닌다고” 동네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그냥 웃기만 하던” 아버지(「음덕」)와 먼지 쌓인 이발소에서 팔십이 넘도록 겸손하고 성실하게 일해온 할아버지 이발사(「미복이용원」), “잘그락잘그락 올뱅이끼리 부딪는 소릴 내며” 저승길도 “동무해서” 함께 가셨을 할머니들(「올뱅이 잡으러 가듯」)의 사연은 삶의 곡진한 내력을 존중하는 시인의 진심을 통과해 더욱 뜻 깊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지난 세월의 곡절을 마디마디 쓰다듬으며 흐르는 송진권의 시에서 미련함은 두터운 정으로, 낡음은 깊이로, 투박함은 아름다움으로 변화한다. 경쟁과 성장이 득세한 지금의 시대에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가치들이 그의 시 안에서는 “송아지 콧구멍에서 나오던 허연 김”(「다시 그 저녁에 대하여」)처럼 따스하게 살아 숨 쉰다.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타인과 함께 묵묵히 삶을 일궈온 이들의 모습을 통해 살아가는 일 앞에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순한 자세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시편들은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을 나긋나긋하게 달랜다. 한편 시인은 인간 아닌 생명들과도 공들여 눈을 맞춘다. “소가 되새김질하다 말고 나를 볼 때” 자신도 기꺼이 소의 눈동자에 맺힌 것을 마주보고(「소와 나」) 분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 속에 들어앉은 이 누구시냐고” 묻는다(「누구여」). 생명의 기척에 익숙히 다가서는 시인의 눈길을 따라가다보면 모든 존재 안에 다를 것 없이 깃든 신성함을 발견할 수 있다. 아울러 인간과 자연이 나누는 우정이 마음 뻐근해지는 장면으로 펼쳐지기도 한다. 당나귀처럼 뛰쳐나가고 싶지만 얼마 전 남편을 여읜 할머니가 외롭지 않도록 곁을 지키는 살구나무의 진득한 목소리(「살구나무 당나귀」)는 이제는 무뎌진 넒은 의미의 ‘함께 살이’의 감각을 깨우친다. 이렇듯 고향과 피붙이와 이웃들과 뭇 존재의 수수한 나날을 특유의 익살과 리듬을 버무려 노래하는 시인은 서로를 향한 연민과 공생에의 의지가 다 마르지 않은 시절로 독자를 데려간다. 시인이 그의 본원인 ‘못골’의 야트막한 언덕 위에 엎드려 “우리들이 살았습니다”(「못골 살 때」)라고 되뇌며 “오는 줄 모르게 왔다가/가는 줄 모르게 가버리는 것들”(「인연」)을 줄기차게 시로 남기는 것은 무엇을 간직하고 기억해야 하는지 분별하지 못하고 발전과 성장만을 좇는 작금을 향한 나름의 저항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원근법 배우는 시간』은 우리의 속도와 방향성을 다시금 검토해보아야 할 지금 이 시기에 진정 귀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시인의 말소 몰고 집에 돌아오던 해 질 녘봇물엔 피라미떼가 뛰곤 했습니다원추리며 패랭이꽃 어룽어룽 배긴 물속에선 자라가 떠오르고소낙비 오듯 후드득후드득 피라미떼도 뛰어오르면자잘한 동그라미가 번지고 뭉개지며 포개져커다란 둥그러미가 되어 출렁하니 봇둑을 스치곤 했습니다앞서가는 소와 송아지와 하나로 뭉뚱그려져하나의 큰 금빛 일렁임이 되어 집에까지 왔던 것인데요그 물결의 출렁임 같은 것을 꼭 한번써보리라 써보리라 맹세한 적이 있습니다.더듬이 긴 별이 나를 만지는 가을 초입솔미에서 송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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