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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닌 깜빡임”깊고 어두운 현실에서 길어 올린 작고 여린 빛 한조각 채길우의 시는 고독과 슬픔, 병과 죽음 같은 삶의 어둔 자리를 짚어나간다. 시인이 “기약 없는 천국보다 낮은 자리”에 만연한 “적막과 어둠과 공포”(「구두」)에 주목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런 그늘과 같은 시간을 시야의 사각지대에 접어두기 때문일 것이다. 불편하고 두려워서 많은 이들이 멀리하는 이야기에 시인은 바짝 다가서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미세한 기척까지도 놓치지 않고 묘사한다. 그래서 언뜻 쓸쓸하고 음울한 흑백사진 같기도 한 그의 시에서는 “스스로 내쉬는 호흡에도 온몸이 흔들리”는 육체의 “구겨진 피부”(「비닐봉투」)에 깊게 박힌 잔주름까지 자세히 보이고 “스무살이 지나도록 말을 배우지 못”한 아이의 입에 “새로 고이는 침 줄기”(「숨」)도 선명하게 빛난다. 피할 수 없는 고통으로 가득한 현실에서도 어떻게든 스스로 “살아 있음을 확인”(「측정」)하며 살아가는 가녀린 존재들의 삶에 진심으로 감응하는 시인의 언어는 별다른 수사나 감정을 내세우지 않음에도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외롭고 허름한 삶 속에서 흔들리는 존재들을 담담히 들여다보는 시들을 하나씩 읽어나가다보면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지금의 세상이 “제정신으로는 좀처럼 믿을 수 없는/뼈아픈 허구”(시인의 말)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무언가를 참고 견디는 것처럼 꽉 오므려져 있던 주먹이 풀어져 “푸르고 자그마한 조약돌/하나”(「잎망울」)를 보여주듯 시인의 집요한 응시가 결국에 가닿는 곳은 희미하게 피어오르는 사랑과 희망의 기미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그의 시 속에서 누군가는 오직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하여”(「구두」) 따스한 손길로 다른 이의 “찢기고 바스러진 몸을 껴안”(「소원」)고 “파이고 금이 간 자국을/닦아주어야”(「도공」)겠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더 깊은 아픔과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산수국」) 기어이 타인을 위하는 장면 앞에서 우리는 “아무도 없는/현관이 저절로 점등되는”(「구두」) 것처럼 잠시 반짝 켜지는 희망을 실감한다. 현실의 무게에 조금은 일그러지고 구겨지더라도 인간답게 살아가려고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채길우의 시는 언제나 그곳에 가장 먼저 도착해 가장 오래 머물며 그들의 고독과 희망을 계속해서 기록해나갈 것이다. 시인의 말타인들을, 심지어 자신조차 완벽히속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다만 진실을 실토하는 것이다.너무나도 강렬하고 사무치도록 충격적이어서제정신으로는 좀처럼 믿을 수 없는뼈아픈 허구와 구별되지 않기 때문이다.사랑한다는말, 역시그러하다.2023년 8월채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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