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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bel All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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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벨 아옌데의 여성 3부작 『영혼의 집』, 『운명의 딸』, 『세피아빛 초상』
『세피아빛 초상』의 출간으로 비로소 아옌데의 3부작이 모두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세 소설은 아옌데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걸작들로 평가되고 있는데,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 3부작이 지닌 역사 소설적 측면, 다시 말해 칠레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인물들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라틴 아메리카 여성의 억압된 삶에 대해 꾸준히 고심해 온 작가가 형상화환 작품들 중 가장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점도 이 3부작이 높이 평가되는 이유이다. 미국 출판 시장에서 일찍부터 많은 판매 부수를 자랑했던 『영혼의 집』은 아옌데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으로 페미니즘적인 테마를 중심으로 삼고 있다. 소설의 주된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인물은 클라라와 그녀의 남편 에스테반 트루에바이지만, 작가는 그들의 딸, 손녀에 이르기까지 칠레 과두 계층의 여성들과 여러 하층민 여성들을 통해 칠레의 역사를 읽어가고 있다. 클라라라는 인물은 3부작의 다른 두 작품에 등장하는 니베아 델 바예와 세베로 델 바예의 딸이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클라라의 손녀딸 알바인데, 그녀는 외증조할머니 니베아와 외할머니 클라라, 엄마 블랑카 그리고 자신에 이르는 4대의 이야기를 할머니의 일기에 나오는 이야기들과 접합시켜 들려준다. 『운명의 딸』은 칠레인과 영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근대적인 여성 엘리사 소머스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19세기 중반 근대화가 진행되던 칠레와 캘리포니아의 황금 열풍을 배경으로 하여 엘리사 소머스의 유년과 성장, 타오 치엔과의 만남과 결혼, 엘리사의 양어머니 로즈 소머스 일가, 과두 계층 출신의 파울리나 델 바예와 그 가문의 사람들 등의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이다. 제목에서 말하는 ‘운명의 딸’은 직접적으로는 피의 혼합을 상징하는 엘리사를 가리키지만, 더 넓게는 칠레 근대사의 모든 여성을 의미한다. 인물과 시기가 바로 이어지는 『세피아빛 초상』에서도 엘리사와 파울리나 델 바예는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아우로라 델 바예는 엘리사 소머스 가족과 파울리나 델 바예 가족의 얽힌 인연 사이에서 태어난다. 중국인 의사 타오 치엔, 아름다운 엄마 린 소머스, 마약 중독인 보헤미안 마티아스, 세베로와 니베아, 아우로라의 남편 디에고와 그의 가문 등 얽히고설킨 여러 인물들의 관계에서 감춰진 진실을 밝히고 자신의 기억을 찾고자 하는 노력으로 아우로라는 글쓰기를 시작한다. ■ 기억의 글쓰기; 새로운 언어, 복원의 힘, 온전한 역사의 재구성 “내 소설에는 두 가지 주제가 있다. 하나는 ‘자유’고 하나는 ‘기억’이다. 기억이란 지난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살아 있게 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잃어버린 그 자유에 대해 항상 깨어 있었고, 그것은 내 책 속에서 언제나 되살아나는 것이다.” ― 이사벨 아옌데 (≪조선일보≫ 2001. 7. 11) 『세피아빛 초상』은 3부작의 연장선에서 읽을 수도 있지만, 아우로라라는 한 여성의 자전적인 기록으로 읽어도 흥미롭다. 소설의 주 모티프는 아우로라의 악몽과 사진 찍기이다. 그녀는 유년의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인해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린 자신의 과거를 더듬어 재구성하고자 애쓰는데, 이 이야기는 궁극적으로 그 목적을 당성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편이다. 즉, 아우로라의 ‘이야기하기’는 동시에 ‘글쓰기’이고, 이는 글쓰기를 통해 자아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문학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이 주인공을 통해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우로라는 파울리나 할머니의 손에 자라면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몽에 시달려왔다. 소설의 결말부에 이르면 그 악몽은 외할아버지 타오 치엔의 죽음과 관련된 것이었고, 할아버지의 상실이 그녀에게 지독한 트라우마로 남았음이 드러난다. 외할아버지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이 유년의 아우로라에게는 타자와 맺는 관계의 전부였기 때문에, 그 존재의 상실은 할아버지가 죽는 날까지 모든 유년의 기억을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리게 만든 것이다. 소설에서 아우로라의 이야기하기와 사진 찍기는 오랜 악몽을 떨쳐내는 것, 그리고 사랑과 믿음의 상실을 치유하는 것, 그리하여 온전한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나는 내 유년 시절의 오랜 비밀들을 밝혀 내 정체성을 찾고 나만의 전설을 만들기 위해 글을 쓴다. 우리가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결국 우리가 엮어놓은 기억뿐이다. 각자 자기 역사를 이야기하기 위한 빛깔을 고란다. 나는 백금 사진의 영구적인 선명함을 고르고 싶다. 그러나 내 운명에는 그런 빛나는 구석이 조금도 없다. 나는 모호한 색깔들과 불분명한 미스터리, 불확실성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 인생의 이야기는 세피아빛 초상의 색조를 띤다. - 본문 중에서 * 세피아빛: 오징어 먹물로 만든 암갈색의 안료. 캘리포니아 황금 열풍, 차이나타운에서 성행한 아동 매춘 사업, 증기선의 출현, 피비린내 나는 칠레 내전 속에서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역경과 고난과 환희. 아우로라의 손으로 빚어진 그들의 초상은 마침내 피와 고통으로 얼룩진 파란만장한 칠레의 근현대사로 되살아난다. 그리고 그것은 틀림없이 존재했지만 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곤 했던 수많은 여성들, 소시민의 눈물과 한숨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이 된다. 아름다운 칠레의 자연에 대한 풍부한 묘사와 거미줄 같은 이야기 구성을 가진 『세피아빛 초상』은 한국의 독자들을 19세기 격변의 칠레 역사 속으로 던져 넣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