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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된 총 앞에 서서
김승욱
들녘 200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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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1. 애머스트
2. 가족
3. 두앤 B.
4. 정착
5. 우드스턱
6. 레어드
7. 살인자들
8. 가르치기
9. 달링
10. 허크 핀
11. 더 깊숙이
12. 표류
13. 시간 여행
14. 붕괴
15. 혼자서
16. 여행자들
17. 로버트와 지미
18. 책
19. 나의 탈출
감사의 글

저자 소개 1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에이모 토울스의 『우아한 연인』, 조지 오웰의 『1984』 『동물농장』 『카탈로니아 찬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 『사랑하는 습관』 『고양이에 대하여』, 루크 라인하트의 『침략자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프랭크 허버트의 『듄』, 콜슨 화이트헤드의 『니클의 소년들』, 존 르 카레의 『완벽한 스파이』, 리처드 플래너건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학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근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에이모 토울스의 『우아한 연인』, 조지 오웰의 『1984』 『동물농장』 『카탈로니아 찬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 『사랑하는 습관』 『고양이에 대하여』, 루크 라인하트의 『침략자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프랭크 허버트의 『듄』, 콜슨 화이트헤드의 『니클의 소년들』, 존 르 카레의 『완벽한 스파이』, 리처드 플래너건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 주제 사라마구의 『히카르두 헤이스가 죽은 해』, 『도플갱어』, 패트릭 맥케이브의 『푸줏간 소년』, 에단 호크의 『완전한 구원』 등 다수의 문학 작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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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테오 파드노스
대학원 공부와 문학에 절망한 테오 파드노스는 소란스러운 일상, 자신이 진정으로 동참할 수 있는 세계를 찾아 나선다. 그가 선택한 곳은 우드스턱 지방 구치소. 그에게 구치소행은 갑갑한 현실의 탈출구이자 문을 꼭 걸어 닫은 어린 범죄자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무서운 통로였다. 이곳에서 미국 문학을 가르치며 어린 범죄자들의 환상, 두려움, 잃어버린 정체성과 교감한 그는 강렬하고 가슴 아픈 회고록 『장전된 총 앞에 서서』를 완성한다.
그는 현재 파키스탄과 유럽을 오가며 광신狂信을 연구하고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08g | 145*220*30mm
ISBN13
9788975274961

책 속으로

감옥에서는 방향감각을 잃어버린다. 언론이 만들어낸 존재들이 헤드라인에서 내려와 문학 수업을 듣기 위해 내 강의실로 오는 모습이 낯설다. 실제로 일어난 끔찍한 범죄와 우드스턱의 무미건조한 분위기가 묘하게 섞여 있는 것도 낯설다. 그 아이는 오래전부터 살인을 계획했던 것 같다. 그는 총을 훔쳐서 장전한 다음 그것을 들고 제 아버지의 뒤를 밟았다. 정신이 조금 이상해진 사춘기 아이가 아니고서는 그런 짓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공책에 낙서를 하고, 질문에 대답하려고 손을 들고, 양심적으로 숙제를 하는 정상적인 고등학생이기도 했다. 그 아이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와 인접한 감방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들은 얘기다.
이제 내 학생들을 보면서 나는 의심이라는 프리즘을 들이댄다. 그들은 자신들의 죄를 어떻게 감춰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나는 속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이곳에 공부를 하러온 것이 아니다. 모두들 본심을 속인다. 거짓 표정을 짓고, 거짓 심장을 숨긴다.

--- p.

“왜 그래요, 슬래시……?”
내가 물었다. 다른 아이들은 시선을 피했다.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슬래시가 눈물을 흘리다니.
그는 고개를 돌리고 소매로 콧물을 닦더니 다시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의자 속으로 더욱 깊숙이 가라앉아 옷 속에 얼굴을 묻었다.
“그냥 계속 얘기해. 그냥 계속하라고. 난 괜찮으니까.”
그가 중얼거렸다. 나는 망설였다.
“우리가 뭐 도와줄 건 없어요?”
“없어, 아무것도.”
그는 계속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였다. 모든 것이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수업이 그럴듯하게 잘 진행되고 있었는데, 슬래시의 한없는 슬픔과 분노가 순식간에 우리를 집어삼켜 버렸다.
“너희들 일이나 해. 잘하고 있어. 그냥 계속 하라고.”
그는 복사물을 내 쪽으로 밀어버리고는 팔짱을 꼈다.
마침내 레어드가 복사물을 집어 들었다. 나는 그에게 소설을 큰 소리로 마저 읽으라고 했다.
……슬래시는 당연히 내 얘기를 전혀 듣지 않았다. 우리도 그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레어드가 책을 읽는 모습을 지켜보았을 뿐. 레어드의 목소리 사이로 다른 아이들의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윌과 토빈을 바라보자 그들은 멋쩍은 듯이 히죽 웃으며 시선을 떨어뜨렸다. 소설이 끝나갈 무렵에는 다들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소설 속 헤로인 중독자들이 누리는 자유 때문일까? 슬래시의 눈물? 따스한 날씨 때문에? 나는 그들의 눈물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눈물을 흘리는 그들의 모습이 기뻤다. 비록 슬래시나 소설처럼 터무니없는 이유 때문이라 해도. 지금 구치소 안에서 분명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나는 얼어붙은 그들의 마음에 생기는 균열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 p.

감옥 안의 전화기 버튼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레어드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자신이 무너뜨린 인생의 폐허 속에 혼자 서서 자신에게 공감해주는 사람을 찾으려고 애쓰는 모습. 하지만 겉으로는 ‘동맹’이나 ‘거래’를 말할 뿐이었다. 이제 그에게 전화를 걸어줄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나와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가 지루해하면서 빨리 전화를 끊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나는 빌에게 앞으로 조금씩 아들과 화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정말로 화해할 것 같지는 않다. 레어드는 버지니아에서 감옥 생활이 몸에 밴 새로운 인물로 변해가고 있다. 그 새로운 레어드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그가 원하는 것은 교도소 구내매점에서 군것질 거리나 샴푸를 사고, 때로는 정어리 통조림도 살 수 있는 돈이다.
내가 면회를 갈 때마다 재소자들은 전보다 더 나이 든 모습으로 나를 만나러 나온다. 그들의 목소리도 점점 굵어진다. 어떤 일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목소리이다. 그들은 북부 사투리로 교정국의 비합리적인 처사를 주로 입에 올린다. 또한 그들의 팔뚝에는 예전 것보다 더 보기 흉한 문신이 새로이 꿈틀거리고 있다. 여기 팔꿈치에 있는 건 전갈 문신이야. 그런데 그놈이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없다면서 관절 위에다 문신을 새겨 놨어. 이건 피를 철철 흘리는 심장이야. 이건 철조망이야. 철조망은 감옥의 국제적인 상징이지.

--- p.

출판사 리뷰

좌절한 여행자들
어머니를 살해한 17세의 레어드는 언론매체를 통해 스타가 되는 꿈을 꾼다. 자신이 법정에서 모든 걸 까발리면 방송 인터뷰는 물론 영화사들도 자신과 판권을 협상하기 위해 자신을 찾아올 거라고 큰소리친다. 21세의 윌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마약 거래, 강도짓을 일삼는다. 그는 사건을 저지르고 잡히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것을 익스트림 스포츠처럼 즐겼다. 중산층 출신의 슬래시는 명성 있는 목수이자 프로 스노보드 강사였지만 강력범죄에 휘말려 감옥에 왔다. 그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지만 살인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좋아한다. 십 대 여자 아이를 유괴, 강간한 프렌치는 자신의 혐의를 부정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그동안 마약 거래나 강도짓을 어떻게 했는지 신나게 떠들어댄다.
테오 파드노스의 교실을 찾아오는 이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그들이 사건을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할리우드 영화처럼 무사히 아주 극적으로 경찰의 추적을 피해 플로리다 같은 멋진 곳에서 자신의 여자 친구와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감옥에 갇히고 한동안 그들은 이 삶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황당하고 당황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텔레비전 뉴스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대단한 범죄자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그들은 좌절하고 깊은 우울증에 빠진다.
이런 모습들이 낯설지 않다. 각종 강력 범죄, 특히 청소년 폭력 문제와 그들의 반성하지 않는 태도는 이미 뉴스를 통해 무수히 보아왔다. 그들의 폭력 조직과 범죄에 대한 동경은 이미 우려의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텔레비전, 영화에 등장하는 범죄자들의 모습, 범죄를 저지르고도 잡히지 않고 유유히 떠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느꼈을 쾌감이 그런 동경과 환상을 만들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범죄자이다. 죄를 짓고도 반성하지 않는 실종된 우리 양심의 본보기이다. 그러나 이런 비난은 너무 쉽다.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가, 이 사회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
어머니를 살해한 레어드는 끊임없이 가족 속으로 돌아오려 했다.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던 그에게 유일한 도피처는 가족이었지만 그의 부모는 명문 고등학교 명문 대학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그를 밀어냈다. 윌이 강도짓을 하고 늘 돌아간 곳도 가족이고, 교수 부부를 살해한 로버트 털로치와 지미 파커가 도피 중에 돌아갔던 곳도 결국 가족이었다. 가족이 모든 문제를 떠안고 나갈 수는 없지만 가족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족 안에서의 사랑과 소속감이 그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범죄에 확고한 자의식을 가지지 못한 청소년은 물론 그들의 부모, 선생님들이 읽어야 한다. 그들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끌어들이고, 자신의 삶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할 가장 가까운 ‘어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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