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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성장 · 009
2부 살아나다 · 079 3부 도망 · 223 4부 반격 · 351 |
Ira Le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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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리?” 그녀가 물었다.
“게임에서 졌어? 지는 거나 이기는 거나 똑같아. 너도 알잖아, 그렇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한 건 재미있게 놀면서 운동하는 거야, 그렇지?” 아이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이려고 했다. --- p.13 “대단해! 평생에 한 번 있는 경험이지. 앞으로 너를 분류하고 네게 일을 줄 기계를 보게 되다니. 네가 살 곳을 정하고, 네가 결혼하고 싶은 상대와 결혼할지 말지도 결정해 주는 기계잖아. 만약 결혼한다면 아이를 낳을지 말지, 아이를 낳는다면 이름을 뭐라고 지을지도 결정해 줄 테니 당연히 기대되겠지. 누군들 안 그럴까.” --- p.30 "뭔가를 원해봐라, 칩. 다음 치료를 받으러 가기 하루나 이틀 전에 한번 시도해 봐. 그때가 제일 쉽거든. 뭔가를 원하는 것, 걱정하는 것….“ --- p.42 "리." 메리는 나무라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노력 중이라고 말했잖아. 뭘 노력 중이야?" "할아버지를 그리워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할아버지가 USA로 이동되었을 때,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질 거라고 제가 말했거든요.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그러지 않게 노력하라고 했어요. 멤버들은 누구나 다 똑같고, 언제든 기회가 생기면 할아버지가 전화를 할 거라고요." "아." 메리는 이제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칩을 계속 바라보았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어야지." 칩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보고 싶어?" "조금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 p.50 "이런 생각은 안 해봤니? '결정'이나 '선택'은 이기심의 표현이라는 것.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것.“ --- p.57 하지만 그들은 강력한 패밀리가 아니었다. 그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약한 패밀리, 슬프고 가여운 패밀리였다. 화학약품으로 무뎌지고, 팔찌로 비인간화된 패밀리. 강력한 것은 유니였다. --- p.140 "십중팔구 진실과 비非진실의 혼합일 거야. 어느 부분이 진실인지, 진실과 비진실의 비중이 각각 얼마나 되는지는 각자가 짐작해 보는 수밖에." --- p.155 "그래도 알아둘 가치가 있을 거야. 행복이니 불행이니… 그게 정말로 가장 중요한 거야? 진실을 아는 건 다른 종류의 행복일 거야. 더 만족스러운 행복일 것 같아. 설사 좀 슬픈 행복이 되더라도." --- p.156 "사랑해요, 스즈." 어머니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스도와 웨이시여, 그런 걸 다 기억하니!" "그거야 내가 건강하니까요. 이걸 꼭 기억해요. 난 건강하고 행복해요. 어머니가 이걸 기억해 주면 좋겠어요." "왜?" "그냥요.“ --- p.248 "설사 여기서 우리가 더 나아가지 못한다 해도, 앞으로 5분 뒤에 붙잡혀 치료를 당한다 해도, 지금 이 순간은 가치가 있을 거야. 적어도 몇 시간 동안은 우리가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 있었잖아." "난 내 삶을 모두 알고 싶어. 작은 조각만 아는 게 아니라.“ --- p.292 "우린 싸워야 돼. 적응하지 말고." 그가 말했다. "싸워, 싸워, 싸워. 싸워야 돼." --- p.332 "이건 절대적인 진리야, 칩. 자네도 직접 겪으면 알게 될 거야. 소유하는 데에 기쁨이 있어.“ --- p.4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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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다고 믿지 않는 당신만이, 유일한 결함인 완벽한 세계
AI 시대를 관통하는 아이라 레빈의 ‘컴퓨터 통제 사회’ 세계관 “『이 완벽한 날』은 행동을 화학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에 관한 《뉴욕 타임스》 기사에서 시작됐다. 그 기사가 나에게는 매우 무섭고 끔찍한 함의를 가진 아이디어처럼 들렸고, 그런 치료가 처방되는 미래 사회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 후 수년에 걸쳐 미래 삶의 다른 모든 측면들도 하나씩 채워나갔다“ ― 1978년 《데일리 아거스》 인터뷰 중에서 "나는 개별 등장인물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서스펜스 상황에만 흥미를 느낀다. (…) 『이 완벽한 날』의 ‘컴퓨터 통제 사회’.“ ― 2002년 《로스앤젤레 타임스》 인터뷰 중에서 인간의 행동을, 본능을, 욕망을 화학적으로 지우려는 발상과 과학 기술. 아이라 레빈은 여기에 자신만의 미스터리·스릴러적 상상력과 서스펜스적 서사 기법을 가미해 '유니의 세계'를 탄생시켰다. 유니의 세계는 그야말로 완벽한 화학적 통제의 이상적 모델처럼 보인다. 이곳에선 불만이 생기고, 의심이 고개를 들고, 욕망이 일렁이더라도 '치료'만 받으면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치료'는 남자의 수염이 자라지 않게, 여자의 가슴이 발달하지 않게 만든다. 몸도, 마음도, 유니가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는 형태로 유지된다. 그 효율성 덕분에 이곳엔 혐오도, 차별도, 폭력도 없다. 모두가 가족이 될 수 있다. 이 작품이 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유니의 조상 격에 해당하는 AI가 속속이 탄생하고 있다. 유니가 직업을, 배우자를, 아이를 결정해주듯, 오늘날 AI는 내가 볼 뉴스를, 먹을 음식을, 만날 사람을 결정한다. 마치 유니처럼. 그 판단에 기꺼이 의지하며 살아가는 지금, 치료를 거부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병의 증거가 되는 유니의 세계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난 치료받고 싶지 않아요.” “그게 바로 당신에게 치료가 필요하다는 증거예요.” ― 본문 중에서 유니의 세계에선 모두가 '치료'라는 화학적 장치에 의해 욕망도 불안도 소거된 것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어떤 긴장 속에서 살아간다. 자신이 '의심'이라는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 나아가 친구나 가족이 그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 이 불안이 사회 전체로 하여금 서로를 감시하고 신고하게 만들며, 그 안에서 개인을 서서히 옥죈다. 이 작품엔 고문도, 감금도, 악인도 없다. 그저 치료가 옳다고 믿는 선량한 사람들만 있을 뿐이다. 다른 수많은 디스토피아 소설이 폭력과 공포의 얼굴을 하고 있다면, '유니의 세계'는 선의의 얼굴을 한다. 그 선의가 만들어 내는 촘촘한 감시와 신고의 그물망. 그것이 이 작품이 가진 서스펜스의 본질이다. 미친 건 세상일 텐데, 내가 미친 것이 되어버리는 세계. 그 세계를 견고하게 지탱하는 전지전능한 AI와 선의의 얼굴로 공모하는 가족과 친구들. 이 앞에서 저항조차 불가능해지는 공포와 불안을 아이라 레빈은 거장답게, 소름 끼치도록 위협적으로 그려낸다. 그리고 AI의 손을 기꺼이 잡으려는 지금, 이 소설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우리를 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