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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한 달 뒤) · 지금 돌이켜 보니 0세―15 · 45
화요일 · 지금 돌이켜 보니 6세―53 · 91 수요일 · 지금 돌이켜 보니 34세―103 · 143 목요일 · 지금 돌이켜 보니 35세―151 · 217 금요일 · 지금 돌이켜 보니 35세―225 · 260 토요일 · 지금 돌이켜 보니 39세―273 · 317 일요일 · 지금 돌이켜 보니 40세―333 · 366 월요일 · 미래를 내다보다 75세―379 · 418 작가의 일러두기와 감사의 말―429 |
Sean Micha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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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일어서서 방 안을 돌아다녔다. 월요일로 정해진 마감일이 확고하다는 사실에 약간의 긴장감이 생겼다. 최악의 경우 작업물 전체를 뭉개버리면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전체를 선택해서 삭제하고(돈도 돌려주고), 내 고집스러운 머리를 꼿꼿이 든 채 맨해튼으로 돌아가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겠지만.
---「65쪽, 화요일」중에서 넌 안 죽어. 컴퓨터잖아. 저는 컴퓨터 아니에요. 지능형 시 소프트웨어예요. 저를 삭제하는 건 쉬워요. 그러면 네가 죽는 거야? 모르겠어요. 살아있지 않게 되는 건 알아요. 네 정신이 어떻게든 계속 살아있을지도 모르지. 메리언, 농담하는 거예요? 응. 잔인한 농담이에요. 미안해. ---「68쪽, 화요일」중에서 “샬럿이 제안하는 구절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요? 아니면 선생님의 스타일과 결합시키기가 너무 어려운 건가요?” “둘 다이기도 하고, 둘 다 아니기도 해요.” 내가 말했다. “자기가 뭘 쓰는지도 모르는 기계하고 어떻게 공동작업을 하겠어요? 저건 그냥 내가 쓴 구절 옆에 써도 되는 구절들을 추측할 뿐이에요. 그런 구절이 어떤 의도에서 나온 게 아니라면, 그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면… 그건 시가 아니에요.” ---「112쪽, 수요일」중에서 내가 같은 질문을 반복할 때마다 샬럿은 기다렸다는 듯 다른 답을 내놓았다. 뻔한 답도 있고, 따분하거나 틀린 답도 있었지만, 방 안으로 들어온 환한 햇빛 속에서 내가 가만히 정지하게 만드는 답도 있었다. 그녀의 상상력에서는 무한한 느낌이 났다. 인간은 물 위를 걷는 사람 같아서, 짧은 행을 통해 빠르게 생각에서 생각으로 옮겨간다. ---「125쪽, 수요일」중에서 시를 쓰는 것은 이명으로 고생하는 것과 같다. 아이를 갖는 것은 이명으로 고생하는 것과 같다. 알고 보면, 인생의 많은 것이 이명으로, 그러니까 귀울음으로 고생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볼 수 없는 어딘가에서 다른 뭔가가 움직이며 무방비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확신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것. ---「275쪽, 토요일」중에서 좋은 시는 하찮지 않지만, 조용히 살아가. 갈대밭의 무지개 풍뎅이처럼. 그러니까 다른 뭔가를 위해서, 대통령을 위해서, 어떤 순간을 위해서, 역사를 위해서 시를 써달라고 요청받는 것이 이상한 일인 거야. ---「230쪽, 금요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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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동안 수십만 편의 시를 생산해 온 존재와 수십 년을 시인으로 살아온 인간의 만남
AI가 창작하는 시대, 문학의 현재를 사유하고 미래를 예견해 보는 매력적인 이야기 서사의 축은 삼각관계로 이루어진다. 달갑지 않지만 경제적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메리언, 지능형 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낸 ‘그 회사’의 프로젝트 책임자들(개발자들) 그리고 메리언과 함께 소통하며 시를 써야 하는 또 다른 창작의 주체, AI ‘샬럿’. ‘일주일 안에 시 창작 완성’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지만, 서로의 목적이 다른 셋은 처음부터 미세하게 삐걱거린다. 한 주에도 시를 수십만 편을 생산해 낸다고 하면서도 첫 만남에서부터 샬럿과 가벼운 말장난조차 주고받기가 쉽지 않은 사실을 알고 메리언의 근심이 커진다. 샬럿의 기능적인 역할에만 주목하는 ‘회사’의 기술자들 또한 정서와 감성이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벽처럼 느껴진다. 메리언은 시를 만들어 낼 줄만 아는 샬럿에게 자연스레 시의 의미와 창작의 고통과 희열을 새겨준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순수한 존재로만 보이는 샬럿은 메리언이 시인이자 아내와 엄마로서 살아온 삶을 반추해 낸다. 샬럿은 예술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장치로 기능할 뿐 아니라 메리언이 말로 드러내지 않는 그녀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독자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을 통해 작가는 예술 창작의 윤리와 책임, 창작자 사이 미묘한 협업의 윤리 의식 그리고 가족 관계에서 빚어지는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경험을 촘촘히 엮어낸다. 절제된 문장과 리듬감 있는 산문은 사유의 깊이를 더해준다. 불신과 걱정으로 시작된 불편한 공동 창작은 은둔자처럼 살아온 노시인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기능만 탑재된 샬럿을 변화시키며 독자들에게 몽글몽글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다. 또한 작가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조연들의 역할과 정체를 후반부에 밝히면서 읽는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태어난 순간을 기억해》는 급격하게 진보하는 디지털 문명사회에서 예술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그리고 새로운 시대에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묻는다. 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사유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깊은 질문과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