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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78년 봄 - 추억하는 손
2. 네안데르탈인 사내 3. 하얀 대문 하숙집 4. <하우 디프 이즈 유어 러브> 5. 짐승 되기 6. 돌담장 틈 편지 7. 수정과를 만드는 여자 8. 괴테의 애인 9. 늙은 히피의 아내 10. 추억하는 것은 아름답다 11. 숨결 |
李明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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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은 수연과 함께 강촌의 출렁다리를 건너 폭포를 보러 갔다. 비가 오지 않아선지 폭포엔 물이 많이 흘러내리지 않았다. 폭포 아래쪽에 내려와 조그만 휴게소에서 수연과 나란히 앉아 해태 사이다 포스터 속의 정윤희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다. 수연은 정윤희를 바라보던 중에 자신과 정윤희 중 누가 더 예쁘냐고 물어서 지단은 수연이 더 예쁘다고 말해 주었다. 그랬더니, 그럼 맘껏 봐요, 하며 턱으로 포스터를 가리켰다. 그리고는 강으로 내려와 주먹만한 자갈들이 깔려 있는 강변을 걸어갔다. 수연이 강물에 손을 담그는 동안 지단을 양말을 벗고 발을 담갔다. 그리고는 가지고 간 야시카 카메라로 그녀를 강가의 작은 바위에 기대어 앉게 하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주황색 바둑판 무늬의 원피스, 활짝 웃는 그녀의 표정, 웃을 때 출렁이던 그녀의 단발이 고스란히 뷰파인더 안에 담기는 순간이었다. 지단은 문득 전율을 느꼈다.
---pp.192~1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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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얼마 전 TV를 떠들썩하게 했던 남북 이산가족 소식을 계기로 집필되었는데, 작가는 50년이 지나 북녘 땅에 남겨두고 온 옛 배우자들을 찾는 한 노부부의 인터뷰 장면을 보면서 그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은 정작 사랑하는 그 대상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하는 이미지 속에 숨어 있는 자신의 잃어버린 영혼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바로 이런 영감이 작가의 펜을 숨가쁘게 움직이도록 만든 원동력이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20년 세월의 바다를 훌쩍 건너 옛 연인을 찾아온 이 책의 주인공 지단 역시 스물한 살 젊음의 기억 저편에 남겨둔 자신의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 되돌아온 것이다. 지단은 자신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여인인 수연이 학생운동에 몰두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자책감에 번민하다 결국 도미를 선택했었다. 당시 수연의 역할이 바로 자신의 몫인 것만 같고, 세상으로부터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자신의 처지가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20년 후 그는 한국의 자동차 회사 인수 건으로 서울에 되돌아온다. 물론 사업상의 방문이었지만, 그는 결코 잊을 수 없었던 옛 연인인 수연을 찾아 헤맨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그는 결국 수연을 찾게 되고 그녀의 애틋한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사랑은 집착하거나 전유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신 그것은 향기처럼 은은하게, 아름다운 실루엣처럼 오래도록 남아 행복한 되새김질을 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추억하는 일이 아름다울 수' 있는 그런 사랑만이 현재의 지단과 수연에게 남겨진 몫이었다. 작가는 비정하고 이성적인 현대인들에게 사랑의 진정한 가치를 깨우쳐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은 한 인물의 지나간 사랑을 회고하는 형식에 머물지 않고, 그가 주변에서 접할 수 있었던 수많은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 속에서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독자들로 하여금 되짚어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