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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문화가 만나 탄생시킨 새로운 역사 추리 소설
작가는 서양인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통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탁월한 필력으로 중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쪽 판관 디런지에 이야기를 현대 추리 소설로 훌륭히 재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디런지에 시리즈는 각 장의 구성이나 작가가 직접 그려 곁들인 삽화까지 중국 전통 소설 형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연이어 일어나는 몇 가지 다른 사건을 동시에 다루어야만 하는 지방 관료의 현실을 살린 독특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각 사건들이 실제로 중국에 내려오던 각종 사건 기록과 판결 등을 참조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중국 역사 속의 각종 문화와 전통을 소설 안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고대 중국의 재판 과정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삽화와 실려 있다. 재판대, 재판봉, 곤장, 용의자와 재판관의 위치 등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작품 속에서 판결 기록에 끝맺음 문장을 넣지 않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실제로 중국에서 용의자가 범죄를 자백하지 않으면 유죄로 간주하지 않고, 판결의 내용 마지막에 결론 문장을 넣지 않음으로써 억울한 누명에서 풀려날 여지를 주고 있음을 묘사한 것이다. 이러한 동양의 인간을 중심으로 한 판결 진행 과정은 서양인의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맞물려 기존에는 맛볼 수 없었던 독특한 성격의 추리 소설로 재탄생되었다. 중국 추리 소설의 아버지가 된 네덜란드의 서예가 네덜란드 외교관으로서 중국에서 근무하던 반 훌릭은 동양의 각종 족자, 악기, 소골동품 등을 수집했다. 명품을 가려내는 훌릭의 학식과 안목에는 내로라 하는 동양 골동품 수집가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특히 그는 탁월한 서예가이기도 했는데, 그것은 서양인으로서 도달하기 힘든 경지였다. 또한 중국의 고대 현악기인 칠현금도 연주했고, 중국 문헌을 바탕으로 하여 그 악기에 관한 두 편의 논문도 썼다. 그런 훌릭이 우연히 18세기 신원미상의 작자가 지은 중국 추리 소설을 접하고 디런지에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의 훌륭한 판단 실력과 뛰어난 직관력 등에 매료되어 각 출판사와 잡지사에 이 뛰어난 중국의 명판관 이야기를 추리 소설로 만들어 출간하면 어떻겠냐고 제의하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의 제의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로베르트 반 훌릭은 직접 디런지에의 각종 자료를 모으고, 오랜 습작과 탐독, 그리고 출간 경험을 바탕으로 디런지에를 주인공으로 한 추리 소설을 집필하였다. 출간 즉시 이 책은 미국만이 아니라 영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전 세계 추리 독자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으며, 순식간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였다. 중국이나 동양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서양인의 추리 소설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명판관 디 공 시리즈’가 독보적이며, 유럽 및 미국에서는 현재까지도 추리 소설로서 스테디 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