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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1장 시선의 프리즘으로 본 문학과 회화 01 사랑의 시선 남성과 여성의 자세 앨리스는 하지 않았다 02 19세기 시각 양식, 청혼의 구도 여성의 파토스 도덕의 이중적 기준 문화와 시선 눈과 표정 그리고 소설 2장 서사와 시선의 낭만적 조우 03 문학으로 표현된 19세기의 ‘눈’ 빅토르 위고의 묘사 보들레르, 벤야민 플라뇌르의 특권 쌍안경과 망원경 04 인상주의 예술 속의 시선 르누아르와 모델 푸른 눈 단테와 베아트리체 3장 연인들의 풍경 05 놀이 속의 에로티시즘 시각의 현대성 정서적 중심으로서의 여성 흥미로운 이야기, 지루한 이야기 06 자연과 문화, 여성과 남성 조지 엘리엇의 열정 찰나의 시각적 자율 마네의 수수께끼 르누아르의 불규칙성 4장 예술과 모험의 세계 07 감각적 현실 속에 파묻힌 시선 쉬종과 마네의 결별 그녀의 시선에는 광채가 있다 남자들의 짓궂은 시선 08 사랑의 시력 제인 에어, 눈으로 모든 것을 말하다 감각적 욕망과 주체적 관찰 악마적인 남성의 시선 5장 여성의 신체와 남성의 시선 09 시선의 양면적 유혹 누드의 주체성 헤겔, 사르트르, 보부아르의 사유 누드에서 벌거벗은 여성으로 전이 10 피그말리온 신화 인상주의, 현실 속의 누드를 보여주다 고갱은 원시로, 드가는 현대를 향한다 11 지식의 나무와 이브 고갱의 이브, 침묵과 부동 드가의 이브, 몰두와 기동성 누드의 외부에 있는 시선 6장 공적인 감시 체계의 탄생 12 미술과 문학 속의 매춘 부도덕의 상징 에밀 조라와 찰스 디킨스의 '눈' 쿠튀르의 파노라마 13 시선의 권력 파놉틱 메커니즘 스페큘럼 올리버 트위스트적 시선 위대한 도덕 7장 시선의 쾌락 14 욕망하는 유혹 상투적 유혹 강렬하고 힘있는 눈 사랑의 도덕 이중 기준 15 경계를 노니는 여성의 눈 구원의 빛 살로메, 스핑크스, 사이렌 깨어나는 양심 8장 예술과 문학에 나타난 구원 공상 16 빅토리아 시대의 환상 구원의 공상 그림 속의 고백 시각적 교환 17 그림과 소네트 성적 역할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창조적 에너지 9장 사랑과 도덕의 몽상 18 19세기 가족 풍경 우울한 남편과 아내 가족 초상화 겨울과 신문 19 시각과 사랑의 해석 도덕적 결투 시선의 무한한 가능성 10장 시선의 문화사 1840~1900 20 19세기의 문학과 미술의 구도 21 화가들은 왜 여성의 ‘눈’에 주목했을까? 찾아보기 - 주제어 및 인명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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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유럽 세계의 양대 축이었던 영국과 프랑스 두 나라의 문화와 예술, 그 중에서도 특히 문학과 미술의 프리즘을 통해 살펴보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남녀가 주고받는 애정의 시선을 테마로 삼고 있으나, 여기서 다뤄진 문학과 미술 작품들은 19세기의 서유럽 문화 전반을 포괄한다고 볼 수 있을 만큼 방대하다. 그 이유는 문학과 미술이야말로 당대의 ‘첨단’ 매체였기 때문이다.
비록 속도와 범위에서 현대의 매체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당시 소설과 시, 회화는 오늘날의 방송이나 인터넷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방송이나 인터넷이 다양한 문화 현상을 반영하듯이 19세기에는 문학과 미술이 역동적인 사회의 구석구석을 담아냈다(신문은 예나 지금이나 피상적인 시사만 좇을 따름이니까). 그 점에서는 위고와 디킨스, 티소와 밀레이처럼 사회성이 짙은 작품을 선보인 작가들만이 아니라 말라르메와 하디, 르누아르와 번 존스처럼 주로 미학을 추구한 작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볼 때 지은이가 19세기를 들여다보는 창으로서 문학과 미술을 택한 것은 가장 폭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전거도 보장할 수 있는―‘자료’가 원형 그대로 전해진다는 의미에서―현명한 판단이라고 하겠다. --- p.7~8 〈옮긴이의 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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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와 여자가 함께 등장하는 그림을 바탕으로 논의를 전개할 것이다. 하지만 화가들은 연정을 품은 남자와 여자를 묘사할 때 초지일관 여성의 눈길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두었다.
작품에서 드러난 눈과 표정의 배후에 생각과 말을 덧붙이기 위해 나는 소설에 의존했다. 소설의 이야기 구조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일부 해석은 불가피하게 각 장에서 다루는 주제의 초점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논의의 기본적인 틀은 회화 작품들을 따르며, 이 작품들은 뚜렷한 주제에 따라 분류하고 하나씩 차례로 다룰 것이다. 내 해석에 의하면 소설과 회화는 해당 작가가 속한 세계의 일부 측면을 드러낸다. 물론 소설가들과 화가들은 자기 세계의 경험을 단순화하고, 검열하고, 위장하고, 윤색하고, 이상화할 뿐 아니라 짜증나는 반복과 실망스런 진부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 덕분에 궁극적으로 그들의 삶을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 밀레이는 위험에 처한 남자를 구하는 여자의 그림을 통해 빅토리아 여성의 용감한 행위를 우리에게 보여주었고, 마네는 술집 여급의 눈을 통해 당시 점점 잊혀져가던 그가 사랑하는 세계를 보여주었다. 또한 고갱은 타히티 여인들이 자신으로 하여금 그리스도교적 성 도덕의 가치관을 재평가하게 해주었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통해 초창기 인류의 꿈을 표현했으며,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e)는 자신이 품은 사랑의 직관을 자신의 아버지나 남동생 같은 남자들이 함께 사는 세상에서 실현하고자 했다. 비록 작가 개인적으로는 편견이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남긴 예술 작품은 우리가 빅토리아 시대의 이념, 파리의 화류계, 원시 사회, 고딕풍의 사랑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고 귀중한 원천이다. 그 작품들은 화가들과 작가들이 살았던 실제 세계를 상상력으로 재현해주며, 그 시대의 가장 완벽한 기교와 불후의 예술적 힘을 보여준다. --- p.70~71 〈1장 시선의 프리즘으로 본 문학과 회화〉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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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써 그림을 그리는 소설이 있는가 하면 문학의 한 순간을 묘사하는 그림도 있다. 에드워드 번 존스의 〈코페투아 왕과 거지 소녀(King Cophetua and the Beggar Maid)〉(그림 20)는 중세의 왕이 아내로 맞을 처녀를 찾는다는 테니슨의 시에서 한 장면을 표현한 작품이다. 번 존스의 의도는 물론 사랑의 힘이 왕권마저 능가한다는 데 있지만, 그와 동시에 이 작품은 여성의 눈이 엄청난 사회적 지위의 차이조차 극복할 만큼 대단한 시각의 힘을 지닌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화가의 권력이 모델보다 크다는 사실은 왕의 권력이 거지 소녀보다 크다는 사실로 비유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화가와 왕, 즉 남성이 더 큰 권력을 지니지만 이 모델의 날카로운 시선에서 보듯이 이 작품은 여성도 남성에 못지않은 권력을 지닐 수 있음을 암시한다.
헨리 홀리데이(Henry Holiday)의 〈단테와 베아트리체(Dante and Beatrice)〉(그림 21)는 ‘첫눈에 반한 사랑’을 대표하는 문학 작품에서 소재를 취한 또 다른 만남을 보여준다. 『신생(La vita nuova)』(1293경)에서 단테는 자신과 베아트리체가 둘 다 여덟 살이었을 때 그녀를 처음 사랑하기 시작했노라고 썼다. 그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가슴 가장 깊은 속에 있는 생명의 기운이 격렬하게 용틀임을 치기 시작하면서 나는 나의 모든 맥박을 통해 그 충격적인 진동을 느꼈다.” 그 열정은 나중에 『신곡(The Divine Comedy)』의 영감이 되었고, 그 책에서 단테는 지옥과 연옥을 여행하면서 베아트리체를 다시 만나 그녀의 인도로 천국에 이르게 된다. 홀리데이의 그림에 묘사된 장면은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처음 만난 지 9년 뒤의 시점이다. 당시 그가 거리에서 본 베아트리체는 “순백색의 옷을 입은 채 그녀와는 행동거지가 전혀 다르고 나이가 더 많은 두 여자의 사이에서 걷고 있었다. 거리를 걸어가면서 그녀는 눈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녀는 대단히 정중한 태도로 …… 내게 인사를 했다. …… 그녀가 내게 말을 건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므로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현기증이 나서 뒤로 물러나야 했다.” 홀리데이의 구성에서 드러난 두 가지 특징, 즉 이야기의 시점(時點)과 관점은 당시 화가들이 여성의 표정과 시선을 어떻게 강조했는지 잘 보여준다. --- p.114~115 〈2장 시선과 서사의 낭만적 조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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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그림이 빚어낸 흥미로운 문화사
지금까지의 문화사나 사회사의 서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하는 방법과 학문 분야나 예술 장르에 의거해 서술하는 방법을 따랐다. 문화사는 여러 자료를 동원하여 한 시대의 문화적 특징을 일반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반화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어떤 방법을 쓰든 자료란 주장의 근거를 대기 위해 동원되는 대상에 머문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 자료들은 개별적으로 문화사에 동원되는 것이다.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1840~1900』는 이러한 문화사와는 매우 다르다. 그 발상에서부터 매우 독특하고 설득력 있는 구성으로 새로운 문화사를 서술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욱 흥미롭다. 먼저 스티븐 컨은 당시에 등장한 여러 가지 문화 현상(소설 속 남녀의 말과 대사들과 화화 속 남녀의 눈의 시선)들을 죽 늘어놓은 다음, 그것들의 구조와 기능이 대단히 유사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렇게 되면 이렇게 제시된 내용을 그 시대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 책의 기본적인 발상은 프랑스 인상파에 관한 강의를 준비하는 도중에 떠올렸으며, 이 책의 토대라 할 수 있는 ‘청혼하는 구도’ 역시 한눈에 발견한다. 하지만 정말 ‘순간’에 떠올랐을까? 오랜 기간 19세기라는 한 시기에 집중하여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해오면서 얻은 안목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지은이는 인상주의 예술에 나오는 남녀의 ‘눈’에 숨겨진 의미를 고찰하고, 그 의미와 19세기 문학에 나오는 ‘눈의 해석’을 비교한 결과, 소설과 그림이 빚어낸 매우 흥미로운 문화사가 구성된 것이다. 역사를 서술할 때, 가장 흥미로운 서술 방식 중 하나는 윈도를 하나 정해서 그 창문으로 역사의 정원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러 때 윈도는 작을수록 좋고 그 윈도를 통해 바라보는 정원은 넓을수록 좋다. 윈도가 작아야 읽는 재미가 있고 정원이 넓어야 배울 게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최상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의 시선, 이것은 매우 좁은 윈도이고, 그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역사의 정원은 19세기 서유럽 세계 전체이니 아주 넓은 것이다. 지은이가 19세기를 들여다보는 창으로서 문학과 미술을 택한 것은 가장 폭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전거도 보장할 수 있는 독창적인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시선’과 ‘서사’, 그 60년간의 만남 ― 이 책의 특징 2 스티븐 컨은 소설에서 입증되고 미술 작품에서 확인되는 시각적 관습의 양식에 바탕을 두었다. 그 양식에 부응하는 그림들을 ‘청혼의 구도’라고 규정한다. 이것은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고, 여자는 남자를 외면하며 감상자를 향하는 구도였다. 여자의 얼굴은 정면을 취하고, 밝고 상세하게 묘사되며, 훨씬 다양한 표정으로 강조된다. 그런 여성은 남성적 시선에 의해 대상화되지 않고 당당한 주체성을 견지하며, 주로 성적인 의도와 표현을 담은 남성의 시선보다 한결 다양한 생각과 정서를 전달한다. 남녀가 주고받는 애정의 시선! 이것이 이 책의 테마이다. 여기서 ‘시선’은 성애적인 의도로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지은이는 그 시기의 문화, 특히 남녀관계를 규정하는 도덕에 관해 참신하고 독자적인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의 결론은 19세기의 여성들이 예상 외로 능동적이었고 남녀관계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페미니즘을 연상하기 쉬우나 지은이는 결코 페미니스트가 아닐뿐더러, 그의 연구 방식도 특정한 관점을 전제로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왜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는 이 책에 수록된 130여 점의 그림만 훑어보아도 이해할 수 있다. 없던 그림들이 새로 발견된 것도 아닌데 왜 그 전까지는 누구도 그 점에 주목하지 못했는지가 의아스러울 정도다. 비록 지은이 자신은 이 책의 기본 전제라 할 ‘청혼하는 구도’를 한눈에 발견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그가 오랜 기간 그 시대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해오면서 얻은 안목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의 흐름은 만남, 놀이, 누드, 매춘, 유혹, 구원, 결혼 등 극히 일상적인 일들을 소재로 하여 진행되는데, 그 이유는 그것들이 남녀 관계를 말해주는 주요한 축이기 때문이지만, 그 배후에는 남녀 관계를 통해 19세기를 살아간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과 일상적인 문화를 넘겨다보려는 지은이의 기획이 보인다. 바로 그런 점이 역사의 하드웨어를 말해주는 사회경제사와 달리 섬세한 소프트웨어를 보여주는 문화사의 특징이다. 화려하고 눈부시고, 박학다식한 문화사 ― 이 책의 특징 3 이 책에는 130여 점의 그림과 그 작품을 그린 화가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수많은 작가, 사상가들도 등장한다. 『테스』의 토머스 하디, 『제인 에어』의 샬럿 브론테, 『주홍글씨』의 너대니얼 호손, 『레미제라블』의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찰스 디킨스, 푸코, 벤야민, 이리가레이, 사르트르, 보부아르 등등. 대부분 우리에게도 상당히 낯익은 인물들이다. 이들이 활약하던 때가 바로 1840~1900년의 시기이다. 이들은 어떤 모티프 속에서 자신들의 플롯을 구상했을까? 19세기의 작가들과 화가들은 가슴을 열고 자신의 실패와 좌절을 사랑으로 고백했고 여성을 찬양했다. 그들은 여성에게서 대담한 구애, 영속적 우정, 정신적 풍요, 물질적 안락, 자극적 섹스, 도덕적 인도, 그리고 이따금 예술적이고 지적인 교환을 추구했다. 그런 욕구들은 물론 한 여성에게서 모두 충족시키기란 대단히 어려웠지만, 19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들의 플롯과 대단히 인상적인 회화들의 모티프를 구성했던 것이다. 도발적이고 참신한 주장을 담아내다 ― 이 책의 특징 4 마침내 스티븐 컨은 60년 간의 ‘시선의 문화사’를 그려내는 데 성공한다. 그는 빅토리아 시대의 남녀 관계에 관한 그림들과 문학 작품들만을 모아서 이야기하는 이 책에서 대단히 도발적이고도 참신한 주장을 제기한다. 흔히 이 시기는 여성에 대한 억압, 가부장적인 문화 등이 지적되는 데 반해 스티븐 컨은 그 시기에 남성들이 남성 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또 그렇게 운영해나갔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당시의 세계가 남성 중심적으로 운영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나아가서 여성들은 나름의 시공간들을 창출하고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어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들을 회화 작품, 그 중에서도 여성의 눈에서 찾아내려 한 것이다. 역자 남경태 선생님 인터뷰 2005년 9월 22일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1840~1900』의 번역자 남경태 선생님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책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위함이었다. 이 인터뷰는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휴머니스트 (인문)편집주간|선완규 ▶ 남경태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 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주었네요. 남경태 선생님께, 그리고 독자들에게 흥미롭고 지적인 새로운 문화사를 담은 소중한 책을 한 권 선물하고 싶네요. 그간 많은 책을 번역하고 펴내셨는데요, 이 책에 대한 소감을 간단히 여쭙고 싶네요. 이렇게 참신한 관점에서 종횡무진으로 박학을 과시하는 책을 번역할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은 두 가집니다. 하나는 저자가 지닌 지식의 폭과 깊이에 비해 번역자인 제 역량이 너무 미진하다는 점인데, 이건 저 개인적인 콤플렉스니까 중요하지 않겠죠. 더 중요한 다른 하나는 왜 우리나라에선 학문의 대가가 쓰는 대중서가 보기 드문 걸까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스티븐 컨 같은 사람이 18~19세기 판소리와 진경산수화를 넘나들며 당시의 사회상과 문화의 특징을 흥미롭고 올바르게 전달해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책의 분량이 예상했던 것보다 두텁습니다. 어떠세요.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어디였고, 저자의 사유의 흔적이 가장 많이 드러난 장은 어디였습니까? 여덟 개 주제가 병립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부분이 다른 부분들보다 특별히 두드러진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19세기 영국과 프랑스의 문학과 회화 미술을 통해 당시의 문화사를 조망한다는 게 이 책의 취지인 이상 문학과 미술의 두 부분으로 나눠 볼 순 있겠죠. 두 부분 중에 조금 어렵고 딱딱해지기 쉬운 문학보다는 아무래도 미술 쪽이 우리로선 더 쉽고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우선 문학은 해당 작품을 알고 있어야 하지만 미술 작품은 설사 몰랐다 해도 이 책에서 보면 되거든요. 그 때문인지 지은이도 미술 쪽에 비중을 더 두었고 이 분야에서는 마치 미술 평론가를 방불케 하는 역량을 보여줍니다. ▶ 책 이야기로 들어가 보죠.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1840~1900』!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떤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역사를 교과서나 통사의 방식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면 가장 흥미로운 서술 방식은 하나의 윈도를 정해서 그 창문으로 역사의 정원을 들여다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 윈도는 작을수록 좋고 그 윈도를 통해 바라보는 정원은 넓을수록 좋죠. 윈도가 작아야 읽는 재미가 있고 정원이 넓어야 배울 게 많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최상의 품질(?)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의 시선, 이게 윈도니까 아주 좁지 않습니까? 그걸 통해서 바라보는 역사의 정원은 19세기 서유럽 세계 전체니까 아주 넓죠. ▶ 이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 책을 이용하는 게 좋겠습니까? 앞서 말했듯이 이 책에는 총 여덟 개 주제가 있는데, 어느 것에 특별히 비중을 두지 않고 병립시킨 식입니다. 그러니까 독자들은 우선 맨 앞의 1장 시선으로 본 19세기 문학과 회화라는 이 책이 서론에 해당하는 글을 읽은 다음에는 굳이 이 책의 순서에 따를 필요 없이 마음에 드는 주제로 직접 넘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말하자면 여덟 편의 역사 다큐멘터리를 소장했다가 시간이 날 때마다 하나씩 감상하는 거죠. ▶ 이 책의 저자 스티븐 컨의 책 중 다른 책은 읽어보셨나요. 저자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 것 같습니까? 무엇보다도 박물학적인 지식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너무도 아는 게 많아서 처음엔 “이 사람, 이 모든 걸 다 읽었을 리는 없고, 아마도 다이제스트 지식이 아닐까?” 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 책을 비롯하여 국내에 소개된 지은이의 책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지은이가 각 분야에 정통할뿐더러 독자적인 관점을 갖추고 있는 게 느껴지죠. 게다가 지은이는 자신의 견해를 독자들에게 전달할 때 저자의 입장이 아니라 독자의 입장에서 설득하는 대중작가의 감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건 학자가 가지기 힘든, 특히 걸출한 학자일수록 더 가지기 힘든 자질입니다. ▶ 이 책의 특징 중 하나가 “화려하고 눈부시고 박학다식한 문화사‘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문화사라는 걸 간단히 말하면 여러 가지 자료를 동원하여 한 시대의 문화적 특징을 일반화하는 것이죠. 그렇게 일반화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구요. 그런데 어떤 방법을 쓰든 자료란 통상적으로 저자의 주장의 근거를 대기 위해 동원되는 대상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서 자료들은 개별적으로 문화사에 동원됩니다. 이 책은 그런 문화사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먼저 저자는 당시에 등장한 여러 가지 문화 현상들을 죽 늘어놓은 다음, 그것들의 구조와 기능이 대단히 유사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그렇게 되면 그렇게 제시된 내용을 그 시대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이때 동원된 내용들이 아주 동떨어진 분야의 것이면 그만큼 일반화가 잘 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 이 책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도 역자로서 독자들과 꼭 나누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흔히 19세기 서유럽 세계라고 하면 제국주의적 팽창 정책과 외교관계, 국제전쟁이 어지러이 얽힌 모습을 떠올리는데요. 그래서 당시 서유럽이 상당히 삭막한 분위기였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듯이 당시를 살아간 보통 서유럽 사람들은 대단히 섬세했고 낭만적이었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문학과 미술로 담아낸 게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이죠. 이렇게 서양 문명에 관해 우리가 잘 아는 듯하면서도 실상 잘 모르는 이유는 바로 사회경제사의 측면은 친숙하면서도 문화사를 소홀히 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문화사야말로 한 문명권의 참모습을 가장 사실에 가깝게 보여주는 분야일 텐데요. 이 책에는 저의 그런 바람이 매우 잘 표현되고 구성된 책이어서 뿌듯합니다. ▶ 남경태 선생님! 그 동안의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꾸준한 번역 작품을 기대하겠구요. 마음 속에 담아 두고 있는 지식 소설의 구상에도 많은 이야깃거리가 생성되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