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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을수 있는 용기
2. 거꾸로 돌려 본 생각 3. 미지근한 날, 행복한 날 4.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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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자리는 스스로 지켜야 하는, 결코 다른 이가 마련해 주지 못하는 나만의 몫이다.
고정관념을 바꾸는 일이 두려웠던 것은 내 쪽에서 먼저 변하는 게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아니, 그건 자존심에 해당한다고 삐딱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많은 고정관념 가운데 하나가, 식탁은 깨끗이 치워야 하고 집 안은 하루도 빠짐없이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는 게 내가 갖고 있던 상식 틀이었고 생각에 옹이가 솟아난 부분이었다. 아이들에게도 식탁에서는 떠들지 말고 얼른 밥 먹고 너희 방에 가서 얘길 나눠라 하며 다그치는 게 나였으니까. 흘리면 흘린다고 잔소리를 했다. 남은 음식도 급히 치우고 또 식탁을 깔끔하게 치워야 직성이 풀렸다. 저녁 때 해야 할 일이 뚜렷이 없는데도 이걸 할까 저걸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손 가는 곳은 전화기. 한번 전화 걸면 언제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차라리 애들이 떠들며 밥을 먹도록 내버려 둘 걸 그랬나 싶다. 이러면 안 되지 싶어 틀에 박힌 습관을 해체하기로 한다. ---p.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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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귀한 손톱을 존중해주고 사랑해줄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밤고구마를 찔때 순한 불로 조정해놓고 그 사이 날짜가 훌쩍지난 신문을 깐다. 양지바른 곳에 자리잡고 앉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손톱 발톱 다듬는 날로 정한다. 엄지손톱은 그에 맞게 대화를 나눈다.
--- p.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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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성들이 쫓기며 살고 있다. 여성들 중에서도 특히 주부들에겐,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고 아무리 해도 크게 표시나지 않는, 집안의 틈바구니에 낀 자질구레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성을 쏟아야 하는 가족들의 주문과 크고 작은 기념 행사 그리고 소소한 안팎의 심부름이 주부가 쉴 수 없도록 서로 얽혀 있다. 그런데도 하루 해는 금방 넘어간다. 일에 옥죄어 매시간 쫓겨 산다.
빠르게, 정해진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거뜬히 해치울 수는 없을까 이리저리 궁리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사는 여자를 수퍼 우먼이라고들 말한다. 그 말은 얼핏 들으면 칭찬 같지만 사실은 짐 하나를 덤으로 올려 받는 무거운 부담이다. 빈둥빈둥 놀지 않고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보기에도 능력 있고, 허투루 시간 낭비하지 않고 알뜰히 사용한다고 자만심에 차 있다. 멍하니 정신을 놓고 시간을 보내면 무슨 질병을 앓기라도 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넌 왜 이래, 남들은 잘만 하는데, 도대체 넌 무슨 일이야, 하며 야유를 보내는 듯 싶다. 저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습관적으로 들르는 수퍼나 마트에 가서 야금야금 무언가를 사와야만 알 수 없는 불안이 풀리는데 사서 보면 아, 참 이건 어제 샀지 하는 거였다. 어느 날 수퍼의 거울 속에 비친 지치고 찌들어 보이는 듯한 저자 스스로의 모습을 보는 순간, 불쑥 한 생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번쯤 고정된 틀에서 거꾸로 돌려볼 생각을 가져야 해!' 바쁨과 편리함이라는 이중의 철조망 안에 갇힌 자신을 탈출시키라는 다그침이 거울에 비쳐지고 있었다. 그것은 게으른 일꾼으로 가는 혁명이요 반란이었다. 한번쯤 전화를 기다리지도 말고, 텔레비전을 꼭 봐야 한다는 생각도 버리고, 이불을 햇볕에 널어야 한다는 생각도 벗어 버리자. 비가 오면 비를 바라보고 눈이 오면 더더욱 좋고...... 그러니까 고질화된 고정관념으로부터 슬슬 긴장을 풀어내자는 것이다. 멍청하게 하늘 보고 청승 떨고 있다 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과의 반가운 만남도 있을 테고, 의외의 상황이 일상을 화목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 낮은 시선으로 단순한 행복감에 젖어 본다는 건 또 하나의 새로움이며, 충분히 할 수 있는 평범한 도전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게으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