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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문사의 연애관
연애라는 것 / 양건식 관능적 관계의 윤리적 의의 / 김기진 범의 꼬리와 연애관 / 김동인 어록(語錄) 이십(二十) / 이은상 연애결혼의 가치성 / 김영진 연애관 / 김윤경 운명의 연애 / 이익상 실제록(失題錄) / 김영보 평범(平凡) 이하의 연애관 / 이일 연시연비(戀是戀非) / 김동환 연애는 예술이다 / 김광배 인간의 참다운 세계를 찾아 / 노자영 연애를 연애하는 연애관 / 김태수 바라는 한마디 / 유도순 내 생각은 / 임영빈 참된 연애는 도깨비입니다 / 양주동 내가 믿는 문구 몇 가지 / 나빈 지상연애관 / 김억 연애관 / 전영택 전(全) 생명의 요구는 아니다 / 최학송 연애문답 / 방인근 부록 : 《조선 문사의 연애관》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들 육욕의 시간적 쾌락 / 박영희 그 성의와 열정을 살기 위한 싸움에 / 송봉우 연애의 의의 / 최상현 연애에 대한 나의 기대 / 김지환 연애에 대한 나의 소감 / 변성옥 연애의 삼각관 / 김필수 숫머슴애 / 조운 이상적 연애관 / 김명순 사랑을 읊은 옛 노래 / 일기자 해설 엮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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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라는 말은 근년에 비로소 쓰게 된 말이다. 7, 8년 전, 혹은 10여 년 전에 연애라는 말은 조선 사회에서는 들어 보지 못하던 말이다. 그리하여 이 연애라는 말은 자유연애라는 말의 약어(略語)로 사용되고 있다. 즉, ‘연애’라는 두 글자 위에는 언제든지 반드시 ‘자유’라는 두 글자가 올라 앉아 있다는 말이다.
--- 「김기진, 관능적 관계의 윤리적 의의」 중에서 나의 눈에 비친 연애는 재미있는 장난 같음이외다. 그러나 또한 괴로운 장난 같음이외다. ‘범의 꼬리 쥐지도 못하고 놓지도 못하고.’ 연애라는 것은 내어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끝까지 쥐고 있지는 못할 것이외다. 언제든 한 번 놓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놓은 뒤에는 자기의 몸을 해하지 않을 수 없는?말하자면 범의 꼬리와 같은 괴로운 것이외다. --- 「김동인, 범의 꼬리와 연애관」 중에서 “내 생각 같아서는, 참된 연애란 도깨비입니다.” “예? 도깨비라고요?” “네,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아도 본 사람은 적으니까요.” --- 「양주동, 참된 연애는 도깨비입니다」 중에서 남자 : 그런데 여보, 우리가 자주 만나서 포옹과 키스 끝에는 반드시 성욕의 충동을 받아 애를 쓰는데 큰일이오. 여자 : 아이참, 별소리가 다 나오네. 남자 : 별소리라니, 그것이 큰 문제입니다. 여자 : 그야 결혼하기까지는 참아야지요. 그것이 연애를 퍽 깨끗이 진행하게 하고 좋을 줄 알아요. 남자 : 반드시 그럴까요. 오히려 연애를 더 굳게 할 것 같은데. 여자 : 아니에요. 연애를 부수는 것이에요. 남자 : 그럼, 결혼 후에 육체적 관계를 맺는 날이면 연애가 부서지나요? 여자 : 아이 참,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기도 한데. 아니 아니, 남자는 어쨌든 성욕의 만족을 채우면 사랑이 박약해지고 싫증이 난대요. --- 「방인근, 연애문답」 중에서 그러나 이 사회에서 빈번히 연출되는 몇 가지를 들어 비연애라 함은, 1. 다른 사람과의 연애 고백을 무시하고 그 상대자를 욕되게 하며, 연애한다고 음행을 꿈꾸는 것 2. 술 취해 그 집 문을 두드리며 그 상대자를 욕되게 하는 것, 난잡히 사실 없는 일을 글로 써내는 것 3. 너무 공상한 결과, 연애라며 없는 육적 관계를 사칭(詐稱)해서 상대자를 거짓으로 더럽히는 것 4. 역시 공상의 결과로 타인 앞에서 그 동경하는 대상을 만나서 내리누르는 반말로 남의 거짓 감정을 사는 것 5. 어느 대상에게 연애를 고백하다가 거절을 당하고 한 시간이 지나지 못해서 욕하는 것 --- 「김명순, 이상적 연애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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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이 기획하고 조선문인회가 주도한 “한국 최초의 연애 비평서”
서구와 일본을 통해 흘러들어 온 관념 ‘연애(戀愛)’. “연애라는 말은 조선 사회에서는 들어 보지 못하던 말”(김기진, 〈관능적 관계의 윤리적 의의〉)이라는 주장처럼, ‘연애’는 근대 초기 조선의 언중들에게 낯설었던, 그만큼 매혹적이었던 사물이었다. ‘자유연애’, ‘연애결혼’이라는 당시는 낯설었을 새로운 매너와 함께, 연애는 1910년대 말부터 일반 교양인뿐만 아니라 문인들 사이에서도 가장 뜨거운 사회적 화두가 되었다. 1920년대 중반 자유연애에 대한 옹호와 반론이 지식인 사회에서 다수 분출되었다.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하나의 사회 담론으로 수렴할 필요를 느낀 문인들 사이에서 ‘연애론’을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규정하고 이를 진단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조선문인회가 문인들의 ‘연애관(戀愛觀)’을 다수 청취하고자 공모 기사를 내고 글을 받아, 이를 기관지 《조선문단》의 기획 특집호로 내놓은 것이다. 조선문인회 소속 문인들은 ‘조선문단 합평회’라는 모임을 종종 열고 있었다. 문학 작품과 작가, 그리고 문학론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이던 자리였다. 연애관에 대한 문인들의 글을 모아 보자는 기획이 시작된 것이 바로 이 합평회. 그리하여 염상섭의 기획과 조선문인회의 주도로 모인 연애관 글들이 1925년 7월 《조선문단》 특집호에 〈제가(諸家)의 연애관〉이라는 표제 아래 선보이게 됐다. 그 반응은 성공적. 이에 다음 해에 관련 글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 《조선 문사의 연애관》(설화서관, 1926)이다. ‘연애 그 자체를 위한 연애’를 주장하는 연애지상주의 입장부터, 교묘하게 또는 전면적으로 계몽 담론을 끼워 넣은 소위 ‘꼰대의 연애관’까지, 《조선 문사의 연애관》에 수록된 글들의 스펙트럼은 실로 넓다. 이 책의 매혹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아직 합의되지 않은 미결정 상태의 사물 ‘연애’. 열려 있는 연애 개념의 그 중간적 국면에 대한 사유의 흔적을, 이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