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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1부. 실패가 두렵지 않은 세계를 써볼게고요한 항해등의 빈틈을 깁고당신께 고맙다시로 지은 세계아카시아와 여덟 살의 엽서너 와락 죽어버리는 거 아니지?푸른 별에게죽음에 불을 지른다고 죽음이 화상 입는 것은 아니다사랑은 비문초여름 협주곡아름답고도 다정한 식물들이여산문 - 시금치 무침 / 그 집 / 천진난만 / 난로 청소2부. 함께 추락하러 왔어요하나 둘 셋서른넷과습슬픔의 내성장례와 전생의 밤함께 길이 되러 왔어요여름의 후렴구직녀 교향곡여름 과일눈물의 속력패러슈트사랑을 오역하는 방식네 죄는 너로 말미암지 않았다겨울의 뒷문산문_ 사랑의 불가항력 / 손목 통증 / 어려운 10월 / 10월 20일 / 음지 식물3부. 우리는 여름 자두처럼 덥고 무르고 달고감기는 외롭습니다수상한 해변물의 주름마중여름불피난처칠월당신은 당신의 것고마웠다삶은 아름다워맨발로 걷는다휘휘달리기빨래산문_ 선천성 / 로맨스 드라마 / 말에 대한 후회 / 대화 좌표계4부. 겨울엔 사랑할 것들이 필요해요겨울의 문장집의 노래꿈의 희극나는 물가에 산다잠의 껍질눈물의 쓴맛재봉틀보다 미싱욕심의 반작용꿈만 같은 꿈필요해요동행삶의 보색은 삶해피 벌스데이 투 미산문_ 겨울의 질감 / 운문 / 혼자 잘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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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준, 더 깊어진 사랑의 언어낙하 이후에도 서로를 감싸 안으며끝까지 남아 있는 마음의 기록서덕준 시인의 두 번째 시집 『함께 추락하러 왔어요』는 ‘추락’이라는 단어를 삶의 은유로 삼는다. 이 책에서 추락은 실패나 파멸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 더 깊이 내려가는 감정의 방식이다. 무너짐을 감추지 않고, 불운과 상실을 외면하지 않으며, 그 안에서도 끝까지 사랑을 말하려는 태도가 시집의 중심에 놓여 있다.서덕준의 시 세계는 몸의 감각에 깊이 밀착해 있다. 계절의 질감과 자연의 숨결, 피부에 스민 감각의 흔적들을 따라가며 사랑의 여러 얼굴을 그려낸다. 예고 없는 풍랑에 휩쓸리는 순간부터 껍질 없이 먹먹하게 갈변해가는 마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언어는 아름다움과 상처의 경계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사랑은 궁전처럼 찬란하지만, 동시에 멸렬하고 처참한 감정이기도 하다. 이 모순된 감정의 진폭 속에서 시인은 “우리 이제 그만 내릴까?”(「눈물의 속력」 中)라고 묻고, “그래서 나는 펼치지 않기로 한다”(「패러슈트」 中)라고 답한다.이번 시집의 또 다른 특별함은 16편으로 구성된 산문 파트에 있다. 가슴 깊이 묻어온 쓸쓸함을 나직이 고백하는 「선천성」 「어려운 10월」,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빼곡히 담긴 「시금치 무침」 「그 집」 「10월 20일」, 열병처럼 다녀간 사랑의 기억을 그린 「손목 통증」 「사랑의 불가항력」…. 선천적인 결핍과 반복되는 불운, 꺼내지 못한 말들에 대한 후회, 돌아갈 수 없는 품을 향한 그리움, 타인과 마음의 접점을 만들어가는 대화의 순간들이 시인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펼쳐진다. 이 내밀한 이야기들은 일상의 파편이 어떻게 시의 밀도로 응축되는지를 보여주며, 그의 시가 단지 감정의 표출이 아닌 삶의 내력을 겹겹이 품은 기록임을 증명한다.프롤로그에서 시인은 말한다. “이 책을 통해서 감히 함께 추락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함께 단단한 길이 되겠습니다.” 흙은 밟을수록 단단한 길이 된다는 시인의 말처럼, 무너짐은 곧 관계와 삶을 다시 이어가게 만드는 통로가 된다. 그의 시는 독자를 섣불리 위로하거나 슬픔에서 성급히 건져 올리려 하지 않는다. 대신 무너지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 자리에 함께 머무르자고 손을 내민다. 추락을 삶의 유일한 경로처럼 느끼는 순간에도, 서로의 존재가 끝내 길이 될 수 있다는 믿음. 『함께 추락하러 왔어요』는 시인이 오래도록 품어온 이 믿음에 대한 조용하지만 깊은 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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