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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메
인문학으로 읽는 제패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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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서문
1장- 왜 아니메인가
2장- 아니메와 로컬: 글로벌 정체성

제2부 신체, 변신, 정체성
3장- <아키라>&<란마2/1>: 기괴한 청춘
4장- 육체의 지배: 포르노그래피 아니메에 나타난 신체
5장- 영혼과 기계: 테크놀로지화한 신체
6장 돌 파츠: <공각기동대>의 테크놀로지와 신체

제3부 마법소녀와 판타지 세계
7장- 현실을 벗어난 존재의 매력: 미야자키 하야오 세계의 소녀
8장- 로맨틱 코미디의 카니발성과 보수성

제4부 거대 서사 다시 쓰기: 역사와 마주선 아니메
9장- 아무 말도 없었다: <맨발의 겐>, <반딧불의 묘>, 그리고 '희생자의 역사'
10장- <모노노케 히메>: 판타지, 여성, 그리고 '진보'의 신화
11장-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며: 종말론적 정체성
12장- 애가

결론- 조각난 거울

Coda 1- 다섯번째 시점: 서구 관객과 일본 애니메이션
Coda 2- 카니발과 봉인의 미학: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저자 소개

저자 : 수전 J. 네피어 Susan J. Napier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적인 권위자 중 한 사람. 현재 텍사스 대학교-오스틴 교수로, 일본 문화와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1955년 생인 지은이는 1984년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프린스턴 대학교와 텍사스 대학교-오스틴의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모더니티의 전복』, 『황무지로부터의 탈출: 미시마 유코와 오에 켄자부로 소설의 낭만주의와 사실주의』, 『근대 일본문학에서의 환상』 등이 있다.
역자 : 임경희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상문화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박사과정 중이다.
역자 : 김진용
경희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상문화학 과정에서 석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11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483쪽 | 664g | 148*210*30mm
ISBN13
9788991124332

책 속으로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1824년에 제작한 놀라운 판화 작품 <어부 아내의 꿈>은 두 마리 문어에게 성기와 입을 유린당하는 벌거벗은 여자를 묘사한 작품이다. 이 판화를 보는 그 누구라도 가학적인 포르노그래피 아니메에서나 볼 수 있는 악명 높은 '촉수 성교’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특히 그런 종류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은 일본이 문화의 전통성을 지키기 위해 싸우면서도 동시에 서구의 영향이라는 큰 격동을 받아들였던 변혁의 시기인, 소위 바쿠마츠(막부시대 말)와 메이지 시대의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미술사학자 멜린다 다케우치는, "초자연적 테마의 묘사는 19세기 동안 정점에 다다랐다. 이 시기에 예술가들은 기괴하고 무시무시한 이미지들을 보고 싶어 하는 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로 경쟁했다. 이러한 도전에 응하여 삽화가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과거로, 밖으로는 다른 나라들의 미술로, 안으로는 상상의 영역으로 되돌아갔다."고 분석했다.
- 4장 육체의 지배: 포르노그래피 아니메에 나타난 신체

<아키라>의 경우, "국가의 피폭 체험은 공포와 욕망의 혼합을 유발하여 영화에 생명과 추진력을 불어 넣는다”고 말했다. 정도의 차는 있지만, 이 "혼합”은 앞으로 다룰 모든 아니메에 있다. 대재난의 강렬함에 공포와 매력을 동시에 느끼는 것은, 종말론적 파괴에 내재한 기본적 패러독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스펙터클이란 개념이 점점 더 강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시각은 더욱 설득력이 있다. 미국 영화에서 "위기가 상품화된 스펙터클로서 획일화 되어간다”는 말은, 아마 "재난의 시각적 과잉” 자체가 일종의 미학적 극치를 이루는 아니메에 더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지, 속도, 그리고 변동을 강조하는 애니메이션 매체의 변화무쌍한 특징이 이를 완벽히 설명해 준다. 이 "재난의 과잉”을 보여주는 가장 명백한 예가 <아키라>의 범상치 않은 이미지이다. 그것은 변신과 자아파괴의 포스트모던적 극치를 보여주었다. 심지어는 더 전통적인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도 대량 파괴를 인상적으로 표현한다. 생체공학으로 탄생한 인간형 병기인 '거신병 巨神兵’의 모습은, 너울거리는 불꽃에 둘러싸인 거대한 탄두 모양 몸통으로, 전멸의 위협 - 핵으로 인한 - 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 11장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며: 종말론적 정체성

최종적으로 부모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은 치히로가 목욕탕에서 일한 덕분이다. 그러나 그 일이 마루닦이부터 시작해 부패신 クサレ神이라 불리는 걸어 다니는 진흙더미의 더러움을 씻어내는 작업까지, 갖가지 청소작업이라는 사실은 정말이지 우연이 아니다. 이 일들은 정화와 헌신에 결부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치히로의 모험은, 적어도 처음에는 특정한 이항대립적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가장 알기 쉬운 예는 청정과 부정이란 대립의 축이다.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한 목욕탕의 욕탕은 치히로의 돼지 부모로 대표되는 부패한 물질주의적 세계와 대립한다. 이 점에서 목욕탕은 아주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맡는다. 즉 문화적 정체성과 『모노노케 히메』에서 서사시적인 형식으로 표상되어 있는 문화 붕괴의 주제는 이 목욕탕에 더욱 간소하게, 그리고 아마도 더욱 상상력 풍부하게 재현된다. 실제로 20세기 초의 중화요리집부터 일본의 전통 건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가 혼재되어 멋지게 애니메이션화된 이 화려한 풍치의 목욕탕은 그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로서, 부정한 것, 청정한 것, 거기에 그 중간에 있는 모든 것이 서로 교차하고 뒤섞인 소우주이다.

또 이 목욕탕은 명확히 일본문화의 전통을 대표한다는 의미에서 특별한 문화적 고유성을 띈다. 스콧 클라크가 저서 <<목욕탕으로 본 일본>>에서 말했듯이, "일본의 목욕탕에 관한 역사상의 기술에 의하면, 일본인에게 입욕이라는 것은 단순히 신체를 씻는 행위가 아니라 무수한 상징과 관념이 녹아든 행위임에 틀림없다." 클라크의 저서는 일본인에게 목욕탕이 역사상 어떻게 중요한 문화적 아이콘이 되어 왔는지를 다양한 각도에서 탐구하고, 일본에서 목욕탕의 존재가 중세 초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나, 입욕과 종교적 의식의 관련성, 입욕을 생명의 재생으로 보는 것 등을 언급한다. 개인적 차원으로는 치히로의 목욕탕 일은 그녀 자신을 재생시키지만, 이 작품의 좀 더 큰 테마는 일본이란 나라의 재생, 혹은 적어도 그 가능성이다. 이 모든 테마는 치히로에게 최초의 손님이 되는, 문자 그대로 악취를 풍기는 오물더미 부패신이 입욕하는 경이로운 장면에 단적으로 나타난다.

- Coda 2 카니발과 봉인의 미학: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출판사 리뷰

30대에겐 아득한 향수 鄕愁로, 20대에겐 엄연한 예술장르로 통하고 있는 아니메. 베를린영화제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금곰상을 수상하면서 아니메의 작품성은 그야말로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아니메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텍사스대학교-오스틴 교수인 수잔 네피어가 인문학적인 맥락으로 아니메를 통해 일본 문화와 사회 읽기를 시도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말하는 '아니메'의 열기는 90년대 중반부터 전세계적으로 불붙기 시작하였고, 그만큼 아니메 관련 책자들도 국내에 여럿 소개되었다. 그러나 미야자키 하야오나 데즈카 오사무 등의 몇몇 작가에게만 초점이 맞춰졌거나 단편적인 작품 몇 개만 거론하는 데에 그친 것이 사실이다. 반면 이번에 출간된 책은 독자들에게 각각의 작품에 대한 기본적인 리뷰 정보를 제공할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아니메를 역사적, 철학적, 미학적, 심리학적 관점에서 심층 분석하여 일본 문화의 깊은 내면 세계를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이 특이할만하다. 그래서 이 책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고 있다보면 애니메이션판 <<국화와 칼>>을 읽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 판이다.

예를 들어, 최근의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는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를 통해 그 기원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그의 정치적 제스춰가 갖는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일본인들에게 신사는 기본적으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맺어주는 일본 '신토’의 장소 정도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숭배’나 '샤머니즘’과 별 다를게 없다는 의미다.

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센이 목욕탕에서 일하게 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일본인에게 입욕이라는 것은 단순히 신체를 씻는 행위가 아니라 무수한 상징과 관념이 녹아든 행위로, 입욕과 종교적 의식에는 관련성이 있고, 입욕을 생명의 재생으로 본다는 것이다.

1999년의 옴 진리교 사건이 보여주듯이, 일본은 문화적인 면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세계 종말이라는 개념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로 19세기 초부터 일본에서는 '천년 왕국’을 부르짖는 사교들이 수없이 생겨났으며, 오늘날에도 계속 번성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옴 진리교 추종자들과 교주 아사하라 쇼코는 종말론적 아니메의 팬이라고 보도된 것이다. 실제로 그는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아키라>의 열렬한 애독자로 알려져 있다.

<철완 아톰>에서부터 <반딧불의 묘> <아키라>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20세기 대표작들은 아니메의 초창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TV 시리즈물과 OVA(Original Video Animation), 그리고 극장판 모두를 망라하였다. 아니메 세계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주관적으로 느끼는 데에는 이 한 권으로도 충분하리라 본다.

다양한 소재와 내용으로 보는 이들의 눈을 매료시켰던 아니메. 액션이 있고, 사랑이 있고, 삶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다채롭게 조명하였지만, 보는 이들은 그저 '재미있다'는 단순한 감정 하나로 아니메에 대한 인상을 단순화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20세기에 수없이 쏟아져나온 아니메 작품들을 분석해보면 '영혼과 기계: 테크놀로지화한 신체’, '현실에서 벗어난 존재의 매력’, '희생자의 역사’, '판타지, 여성, 그리고 진보의 신화’, '종말론적 정체성', '애가’, 카니발과 봉인의 미학‘ 등의 10가지 정도의 코드로 나눠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종말론적 정체성’은 11세기에 성행했던 말법사상(미륵불이 세상을 구원한다는)의 영향이며, 생명의 덧없음과 비애를 강조하는 심미적 철학인 '모노노아와레’라는 중세적 개념은 세계와 그 가능성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방식에 오늘날까지도 미묘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 열도 특유의 다양한 지형적기후적 요인이 덧없음과 급작스런 파괴를 기반으로 하는 철학을 가능케 했다고 해석한다. 일본 열도를 황폐화시키곤 했던 지진과 화산폭발, 잦은 태풍과 해일, 원폭의 악몽, 더불어 근대화 이전의 도시를 휩쓸던 빈번한 화재 등은 사람들에게 인간문명의 허약함을 실제로 알게 했다는 것이다.

가령 전쟁으로 인한 두 남매의 비참한 죽음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반딧불의 묘>, 가상의 3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종말, 폭주, 힘이라는 세 가지 구성요소를 성공적으로 구현해 가장 처절한 종의 미학을 완성한 작품인 <아키라> 등이 이에 속한다.

‘영혼과 기계: 테크놀로지화한 신체’ 장에서는 인간의 욕망으로 탄생된 테크놀로지를 논한다. 테크놀로지의 과잉으로 도리어 인간이 공포를 느끼고, 자연은 서서히 침식되어 간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이 공포의 과정을 거쳐 결국 자연의 복원을 꿈꾸는 것으로 결말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종말과 사이버 펑크의 암울한 미래에 대한 제시는 헐리우드 영화의 <터미네이터>나 <로보캅>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날카롭고 차가운 기계의 점령 속에서 마침표를 찍는 지점은 자연의 아름다움이라는 점, 이것이 아니메의 특징이다.

자연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 때로는 지나치리만큼 사실적이고 잔인하게 그려지는 폭력과 죽음에 대한 미학, 종말론, 테크놀로지의 과잉에 대한 공포 등등... 이러한 것들이 일본의 아니메에 묻어나오는 이유를 역사적, 문화적, 철학적, 미학적, 사회적 관점에서 심층 분석하는 지은이의 해석은 절로 고개를 끄떡이게 만드는데, 바로 그것이 항상 해피 엔드로 끝나는 디즈니 만화와 다른, 하나의 예술 형식으로, 문화적 힘으로 인식되는 아니메의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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