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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내 영혼에 새겨진 옹이와 무늬와 결, 그리고...
1. 내 운명길에는 횡재라는 것이 없었다 고난 속에 나를 묻어두는 것도 나이고 꺼내는 것도 나이고 손금을 교정하여 운명을 바꾸었다 음화 같은 기억 혹은 통회 혼례식의 하객 여덟 사람 내 영혼 비대칭으로 흔들기 밥에 대하여 내 운명길에는 횡재라는 것이 없었다 나의 슬픈 일탈 타령 일, 혹은 만병통치의 명약 두 개의 돌 가지고 살기 무력증을 치유하는 방법 죽음에 대하여 2. 내 사랑스러운 한심한 영혼아 내 사랑스러운 한심한 영혼아 빛 속에 숨은 어둠을 밝히는 아들딸에게 우주의 율동에 따라 살아라 - 도시에 사는 아들딸들에게 나의 슬픈 뿌리 이야기 어머니의 힘 짐꾼 이야기 그 여자의 업보와 운명 생선 구해오는 늙은 아내 자궁과 자궁의 싸움 세상을 환히 밝히는 그 얼굴 엄한 아버지와 온유한 아버지 향기로운 사랑의 거래 갇힌 채 꿈꾸는 둥지 3. 펑펑 눈이 오는데 나는 유치원에 갑니다 막힌 길 앞에서 토굴에 외등을 밝혀놓고 살구 분쟁 이야기 씨줄과 날줄로 교직된 세상 토굴 침입한 무법자들의 이야기 내 고향 바다 보내주기 귀를 잡수신 할머니 추자 어머니가 뿌리는 향기 빵 만드는 처녀 봄, 그 괴이한 짐승 펑펑 눈이 오는데 어기 가세요 4. 선문답하듯이 살아가는 토굴살이 새우젓에서 부처님까지 속옷 뒤집어 입기 시들어진 꽃다발을 버리면서 - 껌처럼 씹어야 하는 허무 노스님의 목탁 시 쓰는 마음에 대하여 광기 혹은 우주의 율동 여름 사냥 이야기 악몽 같은 우리의 삶 행운과 불행 사이의 거리 나의 유소년 시절의 책 읽기 5. 인연은 화분 속의 꽃나무처럼 가꾸는 것 나와 향나무와의 인연 잠자고 꿈꾸는 꽃 꽃샘바람이 춘설을 데리고 산록 속에서 사랑하기 대나무숲과 더불어 살기 아침 해 가슴으로 들이켜기 꽃 부자된 이야기 철쭉꽃밭 어정거리는 장끼 별밤의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처럼 초가을 즐기기 이웃집 복술이 6. 나무에 물오르는 소리 들으며 살기 낡아가는 것과 늙어가는 것 낙화의 슬픈 마음으로 낙엽을 밟으면서 간접적으로 증명받기 봄비 몸살 달 몸살 꺼지지 않는 등불 이야기 자기 가두기와 풀어놓기 정각암의수련꽃 절망 뒤에 오는 더 치열한 기운, 봄 미식가와 아귀 지옥 내 삶의 모래성 비상하는 것들의 추락 이야기 바닷물은 연인의 발자국을 지워버리네요 |
HAN,SEUNG-WON,韓勝源, 호 : 해산海山
한승원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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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달려가도 있는 지하철이고,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독한 승객들이다. 하나의 긴 의자에는 일곱 사람이 앉게 되어 있다. 거기 여섯 사람이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자기 옆에 앉으라고 틈새를 내주지 않는다. 선 채로 머리 위에 매달린 손잡이를 잡고 가면 그렇게 가는 대로 가만 놔두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다. 내가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 엉덩이를 들이밀어야 한다. 그러면 양쪽 사람들이 어찌할 수 없이 엉덩이를 조금씩 옮겨 틈새를 내어준다.
---p.7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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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아, 웃기지 마라. 세상의 그 어떠한 길도 막히는 법은 없다. 어느 누구도 길을 막을 수는 없다. 만약 길이 막힐 경우, 그 막힌 길은 스스로 막힌 그 지점에서 다시 새로운 길을 만든다.'
만일 당연히 뚫려야 하는 길이 막히면 하느님이 뚫어준다. 부처님이 뚫어준다. 세상이 뚫어준다. 자유자재로의 길은 물처럼 흘러가게 마련이다. ---p.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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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삶의 경계에 선 작가의 깊고 겸허한 인생론
원시적이고 신화적인 작품들을 통해 인간 삶의 한과 존재의 근원을 그려온 한승원의 산문집 『이 세상을 다녀가는 것 가운데 바람 아닌 것이 있으랴』가 출간되었다. 이번 산문들은 치열한 작가로서의 지난 삶에서 얻은 깨달음과 바닷가에서 인생을 관조하면서 느낀 삶의 의미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작가로서 살아온 40여 년 동안의 여러 에세이들을 모으고 새로 쓴 것으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한승원의 삶과 문학을 완성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식대로 마구 세상을 살아보려 몸부림치곤 하던 젊은 시절의 기억들, 그리고 삶을 겪어내면서 얻은 깨달음 뒤에 내놓는 고백들은 60여 년간의 지나온 삶에 대한 회고나 허무어린 탄식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치열하게 삶을 살아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사유를 담은 인생론이며, 생을 더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으로 살아가게 하는 보다 능동적인 지혜를 담고 있다. 소박한 일상의 풍경 속에서 발견하는 생의 참된 가치, 삶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들은 사는 데 무력해지고 지친 사람들에게 갯내음 가득한 바다보다 더 귀한 마음의 위로와 쉼이 되어줄 것이다. 은밀하게 계속해온 속옷 뒤집어 입기, 세상결과 어긋나게 살기 이번 산문집에는 최고의 작가이기 이전에 한 개인인 한승원의 진솔한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문인으로 살아온 그에게 자기만의 독특한 삶의 방식은 개인적인 본연의 삶에서 나아가 작가로서의 삶에 충실하기 위해서도 필연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이 결따라 잘 풀리지 않을 때 가끔은 세상을 정반대로, 자기 식으로 살려고 몸부림쳐왔다. 30도의 무더위 속에서 수업을 하면서도 창문을 꼭꼭 닫은 채 “우리는 지금 한겨울 속에 들어 있다.”며 아이들을 세뇌시키기도 하고, 생애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을 하객 여덟 명만 불러 조촐하게 치르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그는 어느 날인가부터 까칠까칠한 속내의가 거추장스러워 속옷을 뒤집어 입기 시작해 지금까지 그 버릇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속옷 뒤집어 입기는 단순한 삶의 모양에서 나아가, 한승원이라는 사람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이기도 하다. 그는 실제로 글 속에서 “내 삶에 있어서 나는 늘 은밀하게 속옷 뒤집어 입기를 해오고 있었다.”(180p)라고 고백하면서, 서울을 버리고 장흥 바닷가 마을로 이사와버린 것,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식의 소설만 쓰며 살아온 것, 글이 잘 풀리지 않거나 성가신 일이 생기면 털어버리고 바닷가나 뒷산으로 산책을 나가버리곤 하는 것들이 모두 결대로만 살지 않고 끊임없이 일탈을 시도해온 예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아가, 필요 이상으로 스스로의 삶이 세상을 향해 민감하게 반응할 때면 이 은밀한 ‘속옷 뒤집어 입기’를 한번 시도해보라고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그의 독특한 삶의 방식 하나하나가 곧 은유이고 세상 사람들에게 던지는 얼음물 같은 통찰인 것이다. 우주의 율동에 따라 살아가는 토굴살이에서 얻은 삶의 해법 한승원은 ‘피서’라는 말을 쓰지 않고 ‘여름 사냥’이라는 말을 쓴다. 그는 여름 사냥을 위해 첩첩 산중이나 깊은 섬으로 들어가지도, 비행기를 타고 추운 나라로 떠나지도 않는다. 그는 몇 년 전 복잡한 서울 생활을 청산한 후 고향 장흥 바닷가에 ‘해산토굴’이라는 글집을 짓고 살고 있다. 그의 글밭인 토굴에서는 선풍기, 에어컨에서부터 컴퓨터, 바퀴와 엔진 달린 풀 깎기, 예초기까지 다양한 것들이 여름 사냥에 사용된다. 올여름, 그는 언덕 위 500평 대밭을 일구고 잡풀들과 싸우는 것을 사냥거리로 삼았다. 매일 그렇게 일군 차밭을 아침마다 정성스레 관리하고 아침밥을 먹은 다음 서재로 들어가서, 머리가 녹슬지 않게, 가슴이 흐려지지 않게, 삶과 글에 대한 열정이 시들어지지 않게 자신을 다진다. 무력하고 힘들어질 때면 바닷가 산책으로 침체한 몸과 마음을 활성화시키고 가슴이 답답할 때는 뒷산을 오르며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그가 하루하루 다져온 예리한 통찰들은 독자들에게 쉼이 되고, 삶에 대한 해법이 된다. 반추와 발상의 전환 없이 역사의 발전을 이룰 수 없듯, 한 개인의 역사도 작가의 삶과 같은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반추와 어긋나기 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 이번 산문들을 통해 엿보는 한승원의 삶은 단 한 번뿐인 생을 별다른 고민과 사색 없이 살아가는 현대의 모든 세대들에게, 바위산 같은 짐을 짊어지고 붙볕 사막을 건너가는 고독하고 지친 모든 이들에게 삶의 지혜와 쉼을 동시에 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