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始
0. 프롤로그 1. 올서리 2. 산 3. 만남 4. 수렁 5. 떠도는 망각(忘却)의 조각들 6. 보이지 않는 독(毒) 7. 인연의 간격(?隔) 8. 폭설 9. 눈무지에 빠지다 10. 하산(下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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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안 돼." 무슨 말인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세진은 거절했다. 움찔거리며 버티다가 결국은 그의 떠미는 힘에 어쩔 수 없이 질질 끌려가던 예경이 황망히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아니요. 안 되겠어요. 난……. 안 돼요. 못 해요. 못 가요. 내려가선 안 되는……." 겁에 질려 안 된다는 말만을 한꺼번에 쏟아내더니 붙들고 있는 그의 팔을 와락 세게 밀쳐 내고서 오던 길을 거꾸로 미친 듯이 내달렸다. "윤예경!" 붙잡히면 안 돼!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녀를 재촉했다. 산에 쌓인 눈들 사이를 지나쳐 가는 바람들이 그녀의 귓가에서 속삭여 댔다. 돌아보지 마! 멈춰 서도 안 돼! 붙잡히면 안 돼! 예경은 달렸다. 미칠 듯한 두근거림에 떨리는 입술을 꼭 깨물고서.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중얼거렸다. "내려가면 안 돼. 내려가면……." --- 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