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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꿈
2. 콩나무 3. 선무당 4. 온실 안과 창 밖의 눈보라 5. 외뿔짐승 6. 공(공) 혹은 새 7. 가봉녀 8. 보따리장수 9. 예측할 수 없는 10. 밤바다 11. 블랙홀 12. 화석 속에서 걸어나온 남자 13. 목이 잘려나간 14. 업(業) 15. 천사의 허물 벗기 16. 야만의 얼굴 |
HAN,SEUNG-WON,韓勝源, 호 : 해산海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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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을 양옆으로 꼬면서 자위행위를 한 적이 있었다. 누가 가르쳐주어서 한 짓이 아니고, 하나의 우연한 발견으로 말미암아 시도해본 것이었다. 전율치게 하는 쾌감과 함께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가빠지고 몸이 하늘 높이 둥둥 떠가는 듯하면서 눈앞이 어지러워졌다. 처음 그짓을 하고 난 다음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샤워를 할 때 그녀는 슬퍼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밖으로 나왔을 때 햇빛이 부끄러웠다. 어머니와 해성이와 고모할머니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 바라볼 수가 없었다. 어떤 달콤하고 구수한 음식인가를 혼자서 도둑질해다가 먹고 입술을 말끔하게 닦고 나오기라도 한 듯.
화장실은 부도덕성을 재무장하는 곳이었다. 옷매무시를 하고, 귓바퀴 위쪽으로 들려 있는 머리털들을 눌러주고 멍해져 있는 눈빛에 형형한 지적인 생기를 넣어주었다. 자신없어 보이는 자세, 몸을 앞으로 수그린 그 태도를 당당하게 바로잡고 씩씩하게 걸어나갔다. 그렇듯 당당하고 씩씩한 자기의 모습이 사실은 자기의 허상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허상을 바라보는 것은 슬픔이었다. 그렇지만 움츠러든 실상으로 기죽은 채 살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p. 1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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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수은등을 켜 밝힌 듯 환해졌다. 그것은 하나의 명즈잉었다. '아아, 그 박새는 그 너덜겅에서 불태웠다는 무당의 넋이 된 새다.' 묵산스님의 손바닥에 있는 누룽지를 쪼아먹던 박새와 먹물옷 입은 묵산스님의 얼굴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해면처럼 부풀어올랐다.
--- p.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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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도덕의 원시적 생명력과 관능의 이미지가 빚어내는 샤머니즘적 열정
90년대 이후 작은 서사의 세계에서 탈피해 우주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발표해온 작가 한승원은 이 작품 『화사』에서 신화와 주술의 세계를 에로티시즘과 결합시킴으로써 억압에 의해 은폐되고 버려진 인간의 원형과 본질에 대한 탐구라는 자신의 문학적 화두에 다시 한번 깊이 천착해 들어간다.
서정주의 시에 등장하는 화사(花蛇), 즉 꽃뱀의 이미지를 주인공인 스물세 살의 처녀 송해란 위에 겹쳐놓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이 작품의 주조음은 가면과 허위의식을 벗어버리고 생의 본질과 대면하려는 인간의 몸부림과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육체적으로 묘사되는 자연풍광이 서로 어우러지고 만나는 지점에서 생성되는 야성의 에너지이다. 포구의 질펀한 갈대밭, 핏빛 붉은 노을, 음습한 짐승들의 살냄새 등이 운명의 올가미에 걸려든 채 그곳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는 해란의 격정적인 몸부림과 뒤섞이면서 우주의 생성과 소멸의 흐름에 따른 삼라만상 영혼의 무늬를 섬뜩할 만큼 선명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말한다. "장흥 율산 바닷가에 집을 짓고 살면서 나는 '생명'이란 말을 늘 머릿속에 굴리고 있다. 어느 날 문득 '바다' '생명' '우주'라는 말이 동의어라는 생각을 했다. 바닷물은 증발하여 구름이 되고 그것은 비가 되어 대지에 뿌려진다. 비의 일부는 지구 위에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을 키우고 일부는 다시 바다로 흘러간다. (……) 그것들은 순환하는 시간을 품고 있다는 의미에서 우주와 동의어일 터이다. 너도나도 생성 소멸의 순환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면서 꽃뱀처럼 푸른 하늘을 자꾸 물어뜯는다."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