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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인간
구경미
열림원 200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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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소설을 쓰(고자 하)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가끔 여행을 하고, 더 가끔 사람들을 만나며 조용히 살고 있다. 그녀가 사는 동네에는 학교가 참 많다. 예전에 살던 동네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고 보면 동네마다 다 학교가 많은 건데 제가 사는 동네만 그렇다고 착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뭐 어쨌든 재잘재잘 떠들고, 웃고, 얘기하고, 장난치고, 분식집 앞에 몰려서 있는 아이들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중 하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 동네가 아이들의 재잘거림 웃음 대화 장난으로 떠들썩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 소설집 『노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소설을 쓰(고자 하)고,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가끔 여행을 하고, 더 가끔 사람들을 만나며 조용히 살고 있다. 그녀가 사는 동네에는 학교가 참 많다. 예전에 살던 동네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고 보면 동네마다 다 학교가 많은 건데 제가 사는 동네만 그렇다고 착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뭐 어쨌든 재잘재잘 떠들고, 웃고, 얘기하고, 장난치고, 분식집 앞에 몰려서 있는 아이들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오른다. 그중 하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 동네가 아이들의 재잘거림 웃음 대화 장난으로 떠들썩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 소설집 『노는 인간』 『게으름을 죽여라』, 장편 소설 『미안해, 벤자민』 『라오라오가 좋아』 『키위새 날다』 『우리들의 자취 공화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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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구경미
1972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났으며 경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구경미’라고 적고 검색 키를 누르면 나오는 두 권의 테마소설집, 『거짓말』과 『어젯밤에 우리 아빠가』가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11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30쪽 | 566g | 153*224*30mm
ISBN13
9788970634791

출판사 리뷰

나는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남들은 그럼 왜,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소설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변두리적 정체성’을 가지고 ‘변두리적 삶’을 살아가는 자들이다. 그들은 기대와 충동과 열정이 사라진 지점에서 “무목적성”의 일상을 무료하게 살아간다. 이를테면 그들은 “고작 몇 시간씩 게임 하고 글 조금 쓰고 다시 게임 하고 심심하면 책을 읽”거나 “어느 날 문득, 딱히 살아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했고, 그러고 나자 사는 목적, 의미, 가치, 기타 등등 삶에 있어서 꼭 필요할 성싶은 아무런 명분도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렸거나 “내가 내 정신과 내 육체의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 뭘 잘하는지 도통 알지” 못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최소한의 양만 먹고 최소한의 몸만 움직”이며 살아가거나 있다. 소위 백수나 다름없는 ‘노는 인간’들이다. 설사, 더 나은 삶과 미래를 꿈꾸고 싶어하는 자들이라 할지라도 “직업이랄 것도 없는 몇몇 일을 거친 뒤 이발사가”되었고 “내 인생은 아마 이발사로 끝날 것이다. 언제까지나 느리고 서툰 이발사”라고 자조할 수밖에 없는, 스스로는 어찌해볼 수 없는 상황에 이미 처해 있다.
그런데 그들은 “왜 그렇게 살고 있는가.” 이번 소설의 해설을 맡는 손정수씨(문학평론가)가 그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작가는 왜 이런 인물들만을 등장시키고 있는가.” 구경미의 소설들이 획득한 새로운 지점과 소설적 가치는 바로 그 질문들이 던져진 지점에서 새롭게 탄생하다.


무가치하다고 낙인찍힌 인간의 삶은 정말로 무가치한가?

소설 속 인물들의 일상(삶)은 언뜻 무가치하고 무기력해 보이지만, 집단의 규범과 도덕, 질서에 대한 저항의 한 방식이다. 현실과 사회적 시선을 거부하며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내려는 처절한 의지가 그 내면에는 잠복해 있다. 인물들의 ‘빈둥거림’ ‘할 일 없음’은 ‘무료함’ ‘낮잠’ ‘하품’ ‘무의지’ 등은 이를테면, 그들만의 새롭고 치열한 삶의 한 모습인 것이다.

「노는 인간」의 ‘나’는 친구도 안 만나고 운동도 안 하고 청소도 안 하고 열두 평짜리 집 안이 행동반경이 다인 별 볼일 없는 소설가다. 일주일 전부터 시작한 소설 「최후의 인간 K」만 생각하면 호흡이 느려지고 숨이 막힌다. 소설로써 가치가 있을까, 세상에 나와 봐야 쓰레기만 보태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 때문이다. ‘나’와 동거하고 있는 후배는 그럼 버리라고 하지만, ‘나’는 K를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하품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또다시 하품을 하고, 모니터를 노려보며 KKKK를 썼다가 지우고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한다.

“내가 쓰고 싶은 소설들은 이미 누군가가 다 써버렸어, 내가 쓰고 싶지 않은 것도, 이미 세상에 나와 누군가에게 읽히고 있다고. 나는 「최후의 인간 K」를 노려보며 그렇게 소리쳤다. K, 넌 오스카가 될 수 없을지도 몰라. 양철북 주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란 걸 알아야 해.”
-「노는 인간」에서

「초지일관」의 그녀는 31살로 삼십여 년 동안 결코 무탈하게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문득 삶의 가치를 운운한다. 그녀는 초지일관 “나는 도대체 왜 살고 있는 걸까, 라고 마흔세 번쯤 생각”할 만큼 살아가는 이유를 회의하지만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한다. 그녀는 시야를 넓혀 남들은 그럼 왜, 어떻게 살고 있는가,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손쉽게 고대 소설을 기웃거리지만, 그곳에서도 해답을 찾지 못한다. 십 년 만에 찾아간 아버지와 후배 선미, 동창 혁에게서마저도 그 대답을 찾지 못한 그녀는 결국에는 죽음을 선택한다.

“삶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닌 삶에 전전긍긍할 필요도, 힘겹게 매달릴 필요도, 또 계속 유지할 이유도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삶에 초연하지 못했다. 전전긍긍하고 매달리고 어떻게든 이어가기 위해 발악하지 않는가. 만약 삶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뭔가 말이다. 그러므로 삶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서는 안 되었다.”
-「초지일관 그녀는」에서

「봉덕동 블루스」의 그는 회사 경리팀 직원으로, 팀장의 집을 다녀온 뒤로 동거녀와의 단호한 결별을 선언한다. 동거녀는 직장을 그만둔 뒤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굴속 같은 다세대 전셋집에서 두더지처럼 살고 있다. 그는 팀장의 산뜻한 이층집과 예쁘고 부지런한 아내와 찹쌀 지우개 같은 두 아이를 접한 뒤,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고 그 이유를 동거녀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동거녀와 헤어진 뒤 그의 삶은 오히려 더 피폐해진다. 밥을 함께 먹고 장을 함께 볼, 여가의 시간을 함께할 필수불가결한 대상이 사라진 것이다. 그는 동거녀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맞춤형 주부’를 주문한다.

「하품」의 수경은 잡지사를 그만두고 코더가 된, 스스로 변두리의 자리를 선택한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다. 거의 매일 밤 새워 단순노동에 시달리느라 낮에는 늘 잠과 하품에 시달리는 별명은 하품 소녀다. 데이트 하는 동안 하품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소요하는 그녀에게 애인인 동우가 붙여준 별명이다. 회사에서는 사장과 동료들로부터 잠순이라는 놀림을 받는다. 어느 날 동우는 목적도 목표도 없이는 사는 그녀가 맘에 들지 않다며 결별을 선언한다. 수경은 6년 동안 만나온 동우에게서 결별을 통보를 듣고는 오히려 긴장이 풀리며 오랜만에 깊고 안락한 잠에 빠져든다. 외부의 시선으로 대표되는 동우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킴으로써 수경은 삶의 새로운 전환을 맞는다.

“또 어떤 날은 일하는 도중 갑자기 사장이 잠순이라고 놀린 그 순간 웃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뒤늦게 분노가 끓었다. 스스로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참을 수가 없었다. (…) 그리하여 어느 날 새벽 그녀는 사장의 방으로 들어가 의자 다리의 나사 두 개를 살짝 빼놓고 책상 위에는 검은 돼지라고 낙서했다. 웃은 사람들에게도 악의적인 메일을 보내거나 그들의 물건을 슬쩍 하거나 만우절도 아닌데 거짓말해서 그들을 곤란에 빠뜨렸다.”
-「하품」에서
무가치하다고 낙인찍혀버린 인간의 삶은 정말로 무가치한가? 구경미의 소설들이 ‘초지일관’ 독자들과 작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손정수씨는 구경미의 소설 세계를 무위(無爲)의 세계라고 평한다.

“무의미가 부정되어 의미의 차원으로 지양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긍정되는 세계, 그것은 관습과 규범에 의해 구획되지 않는, 그 구획선의 홈에 고이지 않고 그 위를 미끄러져 다니는 의식의 세계이기도 한다. ‘노는 인간’이 존재 이유를 갖는 곳은 바로 그러한 세계이다.”
-해설 「‘노는 인간’의 삶, 무위(無爲)의 삶 중에서」

추천평

변두리로 소외된 채 내몰린 사람들의 무료한 일상을 세밀한 필체로 추적하는 구경미의 소설들은 현란한 문체로 기발하고 신기함만을 쫒는 오늘의 젊은 여성작가들 속에서 단연 이채롭다.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사람들을 주목하여 반어법으로 존재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이 신진작가의 노력이 귀하고 이채롭다.
김원일 (소설가)
구경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노는 인간’들이다. 그들은 자거나 목적 없는 산책을 즐기며 휴가로 빈 친지들의 집에 들어가 시간을 죽인다. 하지만 그 빈둥거림이 구태의연한 이 삶 속에서 또 다른 진실을 찾으려는 몸짓이라는 것을 눈치채는 것은 어렵지 않다. 권태로워하고 방황하며 반문하고 빈둥대는 것은 이들에게 곧 놀이이다. 유희의 인간. 어느 순간 필요와 욕망과는 거리가 먼 유희가 삶의 중심부에 자리잡게 된다. 그들은 치열하게 ‘노는 인간’들이다. 무르팍 나온 낡은 추리닝 차림으로 건들건들 거리로 나온 이 유희의 인간을 뒤쫓아가는 일은 흥미롭다. 지지부진한 일상들이 모두 이야깃거리가 된다.
구경미는 이미 소설화되었거나 다른 누군가에 의해 소설화될 이야기들이 싹 훑고 지나간 삭막한 풍경 속에서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찾아 떠도는 사람이다. 그는 새로운 소설 또한 진군나팔 소리처럼 아주 한참 앞서 갔다는 것을 안다. 다른 이들이 진군나팔 소리를 찾아 우르르 몰려간 사이, 그가 주목한 ‘노는 인간’은 새로운 모색임에 틀림없다. 구경미는 물고 늘어지는 근성을 가진 작가이다. 그의 튼튼한 턱과 이빨에 걸리면 그 어느 것도 소설이 될 것 같다. 구경미의 소설을 읽으면서 더 이상 새로움이란 없다, 라는 말에 나는 더 이상 동의하지 않게 되었다.

하성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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