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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번역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2. 바그다드에서 톨레도로 3. 프랑스 르네상스의 선구자 4. 부실한 미녀 - 루이 14세 시대의 번역 논쟁 5. 번역에 정열을 바친 작가들 6. 유명한 무명 번역가들 7. 번역가 조직을 세운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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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 다블랑쿠르라는 유명한 번역가가 있었다. 문장이 뛰어나고 학식도 깊어서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 그리스의 풍자시인 루키아노스, 그리스의 역사가 크세노폰 등 아주 넓은 범위에 걸쳐 대작을 번역했다. 아름다운 페로의 번역문은 당시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은 문학작품으로 손꼽힐 정도였다. 하지만 대학자 메나쥐는 1654년 경 페로의 번역을 이렇게 비판했다. 그의 번역은 "내가 투르에서 깊이 사랑한 여자를 연상시킨다. 아름답지만 부실한 여인이었다."
이 참신한 표현이 프랑스어로 뿌리내린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도 '벨 앵피델'에 관한 저작과 논문은 계속 씌어졌다. 지금도 사용되는 말이다. 사실 17세기의 프랑스는 부실한 미녀가 영화를 누리던 시대였다. 이 시대에 이루어진 번역의 대다수는 독자에게 잘 읽히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기 때문에 삭제도 예사로 알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덧붙이는 것도 예사로 알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령 볼테르가 불역한 「햄릿」의 저 유명한 대사 "죽느냐 사느냐......"는 이것이 과연 셰익스피어인지 의아한 느낌을 줄 정도였다. --- p.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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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레니스키가 번역한 작품을 한번 훑어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중세 문학인 '롤랑의 노래'와 비용의 시집, 고전주의 작가 라신과 라파예트, 또 데카르트와 파스칼 같은 철학자, 볼테르와 디드로같은 계몽사상가, 19세기 작가 스탕달과 발자크, 나아가 지드, 프루스트 같은 20세기 작가에 이르기까지 젤레니스키는 무려 35명의 프랑스 저자의 작품을 폴란드어로 번역했다. 35명의 작가의 작품을 35개의 문체로 옮긴 것이다. (들어가는 말)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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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일에 애정을 가진 진지한 번역가일수록 상처받기 쉬운 법이라고 라르보는 말한다. '오역을 지적당한 번역가의 낭패, 원한, 이번에는 지적한 상대의 오류를 잡아내서 앙갚음하고 싶다는 유혹, 그런 감정은 자기가 하는 일에 무관심한 저급한 노동자, 날림으로 번역을 하는 사람은 좀처럼 느끼기 어렵다.
--- p.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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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역사를 거닐다 보면 숨어 있는 보석과 만날 때가 있다. 사상과 문화는 일단 도입되면 자립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새로운 땅에 새로운 뿌리를 내리고 다른 착상의 원천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도입하기 위해 분투한 사람들은 잊혀지고 만다. 하지만 번역사는 바로 이런 사람들의 작업실로 우리를 이끈다. 게다가 꿈에도 몰랐던 인간상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 p.1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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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라는 정열가의 모습을 좇아 기원전의 이집트부터 중세의 아랍, 현대 유럽의 번역과 번역가의 흥미진진한 일화를 엮은 방대한 번역사의 파노라마 !
전세계에서 출판되는 번역서는 약 절반이 유럽에서 출판되고 있다. 유럽 각국의 출판 전체 종수에서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프랑스는 17.6퍼센트(1991), 스페인은 26퍼센트(1990), 이탈리아는 25퍼센트(1989), 스웨덴은 60퍼센트(1991), 영국은 3.3퍼센트(1990)이다.
일본에서는 번역의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1990년 초반에는 13.4퍼센트, 1989년에는 9.5퍼센트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98년에 번역서의 비율이 17.9퍼센트였다. 이처럼 거의 모든 나라에서 번역은 출판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나라의 문화에서 그 나라의 말로 번역된 책은 그 나라에서 씌어진 책과 다를 바 없는 역할을 맡는다. 과학사가 조지 서튼은 “과학사의 관점에서 보면 전달은 발견과 똑같이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과학사만이 아니라 문화사 전체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사 안에서 번역사는 아직 주변적 존재로밖에 인식되고 있지 않다. 번역사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썩 달갑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외국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가를 생생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번역이니까 말이다. 남한테서 배운 것은 가급적 축소하고 자기 손으로 창조해낸 것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무의식적 충동은 아마 어느 문화에나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다른 문화의 가교역을 맡았던 사람들, 즉 번역가들은 그래서 ‘잊혀진 과거’에 속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번역 문화가 독창성의 부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가 바뀌고 문화를 선도하는 언어가 달라지고 인간이 달라지고 중심지가 달라져도 문화가 심한 단절 없이 전달되고 융합할 수 있었던 데는 번역의 도움이 컸다. 번역에 의해 수백 년, 아니 천년도 넘는 옛날에 씌어진 책이 되살아날 수 있으니 번역은 시대를 넘어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번역은 반드시 창조에 종속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는 하나의 똑같은 테마를 둘러싸고 사회 전체가 마구 흔들리는 거대 미디어의 시대다. 그 안에서 문화를 복수화하고 과거를 발굴하는 번역가와 번역의 역할을 재평가해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 이 책은 번역가라는 정열가의 모습을 좇아 기원전의 이집트부터 중세의 아랍, 현대의 유럽의 번역사까지 훑은 독특한 문화사이며,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번역의 역사와 번역가의 흥미진진한 일화를 엮은 번역학의 새로운 시도다. 번역이라는 행위에는 시대와 장소를 달리하는 타문화의 접촉 양상이 응축되어 있다. 번역가들의 생애는 그것을 구체적 형태로 보여주지만, 그들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의 숲을 헤치고 들어가 이(異)문화를 접촉하는 데 무대 뒤편에서 숨은 역할을 해온, ‘잊혀진 과거’에 속한 번역가들의 인간상에 빛을 던짐으로써 번역과 번역가의 역할을 재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중세 아랍 문화권에서 행해진 그리스 고전의 번역, 문명 논쟁으로서 번역 논쟁을 주도한 안 다시에, 뉴턴의 저서를 최초로 번역한 샤틀레 부인, 다윈의 『종의 기원』을 소개한 클레망스 루아이에, 작가이면서 번역에 정열을 불태웠던 앙드레 지드, 발레리 라르보, 사회적으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번역가들의 실상, 그들의 입장을 드러내기 위해 조직한 번역가협회와 번역학교의 현황 등을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동원하면서도 읽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문화의 복수성과 역사의 중층성이 다시 부각되는 오늘날, 이 책은 번역을 직접 하는 사람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시각과 현장감과 정열로 가득 찬 독특한 문화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주로 프랑스의 번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프랑스의 문화사, 서양의 문화사, 아니 동서양의 문화사를 모두 응집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번역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슴을 울리는 전기로서도 손색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