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김해용의 다른 상품
|
“그러니까 유령으로 여기에 남을 것인지, 죽은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갈 것인지, 그 선택 말이에요.”
난 팔짱을 낀 채 잠시 생각했다. 그녀의 생각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를 말이다.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됨으로써 그녀가 ‘보통 유령’이 되고 그렇게 된 단계에서 갈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그녀의 이 말이 과연 맞는 말인지, 살아 있는 유령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는 나로서는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것만은 말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적어도 당신에겐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몇 초의 침묵이 지난 뒤 그녀가 웃음기를 머금은 소리로 내게 대답했다. “고마워요, 그렇게 말해줘서.” “말뿐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어쩌면…….” “어쩌면?” “내가 도와줘도 되구요.” --- p. |
|
사랑의 실체를 찾아가는 미스터리 멜로의 진수
유령과의 동거, 얼핏보면 여러 영화에서 다뤄진 진부한 소재로 보여질 수 있으나, 이 작품이 보여주는 유령의 실체는 무척이나 진지하고 현실적이다. 주인공 누마노 와타루에게 유령은 무섭거나 우스꽝스런 존재가 아닌 동거인으로, 그리고 도움을 주어야 할 대상으로 다가온다. 솔직하게 자신의 사인을 알고싶어하고, 호기심있게 와타루의 일상을 지켜보는 유령 치나미와 역시 진지하게 치나미의 ‘한’을 풀어주기위해 물심양면 가짜 르포라이터 행세를 하는 와타루의 노력은, 이 이상한 커플의 동거가 결국 사랑을 향해 나아갈 것이란 점을 예상케한다. 하지만 그 사랑을 발견하기 위한 과정은 독특하고 신비하다. 와타루가 치나미의 의문점을 풀어줄때마다 그녀의 몸, 즉 실체가 조금씩 보이게 된다는 설정. 치나미의 얼굴을 보고싶지만, 의문을 풀어주면 그녀는 이곳을 떠날 운명. 와타루의 딜레마이자 사랑의 실체에 대한 농익은 의문은 작품속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싶다는 욕망, 그녀를 만지고 싶다는 감촉, 그녀를 잃기 싫다는 애착과 함께 따뜻하게 녹아들어가 있다. 가끔은 따뜻한 겨울비처럼, 이 작품은 촉촉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이세상 젊은 남녀들의 피할 수 없는 사랑의 실체를 찾아가는 진실된 여정을 환상적으로 보여준다. 그리하여 마지막에 와타루가 치나미를 깨우지 않고, 그 사랑이 사라지는 광경을 조용히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독자 역시 조용한 감탄을 내뱉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때도 비는 내리고 있을 것이다.
|